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00:36:33 기준
  • #제품
  • #평가
  • #제약
  • #염
  • 허가
  • #MA
  • 의약품
  • 데일리팜
  • GC
  • #실적

"RSA는 의사결정용 선택지가 있는 메뉴"

  • 최은택·김정주
  • 2015-07-21 06:14:57
  • [특별인터뷰] 데이비드 그레인저 일라이 릴리 부사장

'비용효과성' 분석없이 HTA 운영하는 선진국 많아

데이비드 그레인저 부사장는 보건의료기술평가(HTA)를 경제성평가와 동일시하는 경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적인 국가라고 지목했다.

ICER 임계값 또한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모태로 한 수치여서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HTA 제도의 '법칙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그레인저 부사장이 들여다 본 한국의 HTA, 그 핵심인 약가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다.

(기자는 그레인저 부사장과 인터뷰에서 중요한 질문을 빠뜨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제약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갖게 된 상대적인 판단과 시각인 것인 지, 아니면 제약계를 벗어나 전문가로서 소신인 지를 묻지 않은 것이다.)

그레인저 부사장은 HTA 의사결정 과정에서 ICER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ICER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론 중 하나로 RSA와 다기준의사결정분석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RSA는 HTA 의사결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는 메뉴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HTA학회에서는 RSA 실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RSA 자체가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위험분담제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거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그레인저(David L. Grainger)는 누구?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 본사 대외정책 부문 부사장이다. 릴리의 보건의료기술평가와 관련된 대외적인 보건의료 정책지원과 협력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보편적 건강보장, 의약품등재제도, 가격 및 허가 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전문단체, 전문가들과 협력한다.

호주 오클랜드대학에서 혈액학과 및 면역혈액학을 전공했고, 호주 모나쉬 대학교에서 보건경제학, 뉴질랜드 경영협회에서 경영학 학위를 취득했다. 2011~2015년 국제의료기술평가학술대회 이사회 구성원 및 대표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미국제약협회(PhRMA) 국제보건의료기술평가 대책위원회(HTA Task Force)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이어진 그레인저 부사장과 일문일답.

-각론으로 들어가겠다. 한국은 HTA를 운영하면서 경제성평가를 의사결정의 핵심요소로 활용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나라들이 HTA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종종 HTA 자체를 경제성평가로 인식하는 경우도 보게 되는 데 그렇지 않다. 비용효과성을 분석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많다. 가령 프랑스, 이태리, 독일 등과 같은 나라는 HTA 제도를 운영하지만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HTA 제도 실행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HTA 제도를 경제성평가와 동일시 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경제성평가를 중시하는만큼 한국은 의사결정에 ICER 임계값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보나.

=ICER 임계값은 초기에 기회비용을 이해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그 자체는 우수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ICER가 매우 정교한 숫자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은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변수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변동폭이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ICER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모태로 태어난 숫자라는 데 있다. 따라서 ICER 자체를 계산하거나 경제성평가 모델을 구현할 때도 불확실성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가정을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도출된 수치이기 때문에 정교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 ICER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극복할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뤄내야 한다. 위험분담제도 등이 그런 방법들 중 하나다.

-최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정부가 항암제 평가에서 ICER 값을 탄력 적용하도록 허용해 신약의 가격을 높여놨다고 비판한다.

=ICER를 지나치게 학술적 또는 경제학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견해가 논의의 주도권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항암제는 QALY 당 얼마나 비용이 드느냐에 대한 논의로 그 가치를 평가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내재적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QALY를 전혀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각에서는 여전히 항암제도 QALY나 ICER 등의 지표를 통해 신약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건 이런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항암치료의 내재적인 가치평가의 어려움이 반영될 수 있는 절차적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ICER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법이 된다. 근본적으로 ICER 임계값이 항암제가 갖는 가치를 잘 반영시키거나 평가하는 데 있어서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GDP가 ICER 임계값의 적정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보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하면 ICER 임계값을 잘 설정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영국 NICE 등이 제기하는 비판적 견해 중 하나는 실제로 ICER 값의 적정수준을 확정지을 수 있는 경험적인 데이터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정도수준이어야 한다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적어도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혁신 신약을 통해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한 수준을 뜻한다.

-대안은 뭔가.

=ICER 임계값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ICER 자체를 상황에 따라 다른 수준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ICER 값의 본래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살리되, '법칙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 가치로 생각하지 말고 가치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정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른 중요한 인자들을 도출해서 의사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중요한 인자들이라면.

=첫째로는 프랑스, 독일, 이태리처럼 ICER 자체를 HTA 과정에서 아예 생략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국가에서는 추가되는 임상적 유용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불 가능한 지를 판단한다. 두번째로 한국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데, 조금 더 총체적이고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위해 다기준의사결정분석(MCDA)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ICER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위험분담제(RSA)를 예시했는데, 한국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최근 국내 HTA학회에서는 RSA는 이미 글로벌에서는 실패했거나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언급이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RSA는 여러 선택지가 있는 메뉴라고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성격과 목적에 부합하는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아마도 실패했다는 주장은 RSA의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거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해외 여러 시스템을 보면 RSA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왔거나 현재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다. 한국은 RSA를 적용하면서 경제성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역시 HTA를 경제성평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거듭 말하지만 비용효과성을 분석하지 않고도 HTA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많다. RSA 또한 마찬가지인데, 도입된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어떤 국가에서는 약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합의된 수준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환급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또 다른 국가는 약의 복용횟수, 치료기간 또는 합의된 조건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 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계약이 목적에 부합하는 지, 계약서의 관심분야와 부합하는 지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보다 더 다양한 유형의 RSA를 유연하게 시행하고 있다.

-RSA를 효과적으로 실시해 신약 접근성을 높인 나라가 있다면.

=이태리를 들 수 있다. 대개 각 나라들은 혁신 항암제에 RSA를 적용하는데, 이태리는 항암제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치료제에도 활용한다. 주로 의약품의 효과와 관련이 있는 데 보통 환자 증상이 합의된 수준만큼 개선되지 않은 경우 일정금액을 환급하도록 한다. 효능의 수준과 환급금액은 사안별로 협상해 정한다.

-항암제의 경우 적응증이 계속 추가되는 게 일반적이다. RSA를 적용받는 항암제도 적응증 추가가 가능한가.

=그렇다. 이태리의 경우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적응증에 대해 동일하게 위험분담제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각기 다른 치료결과에 따른 환급수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응증별로 RSA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국의 RSA 제도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다면.

=RSA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어서 평가는 어렵다. 단, 한국의 보건의료 상황에 비춰 적절한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비용효과성 외에 다른 가치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면 제도 취지에 맞는 균형잡힌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이다. 이 점에 유의하길 바란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