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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급여돼도 소외계층 못써…우선대상 아냐"

  • 김정주
  • 2015-11-04 06:14:54
  • 전문가·가입자·환자단체 한목소리...정부 총체적 의견수렴

로봇수술(일명 '다빈치')을 건강보험 급여에 선별진입시켜 보장성 강화와 사용량 통제를 도모하는 화두의 걸림돌은 역시 '열등하지 않은(즉, 월등히 좋은 것은 아닌)' 효과와 비싼 가격 장벽이었다.

결국 급여권으로 들어오더라도 본인부담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저소득계층은 확실한 대체 수술법인 복강경이나 개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형평성에 기여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얘기인데,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효과가 월등하지 않음에도 비싼 수술비용 급여화가 오로지 정치적 공약에 의해 좌지우지 돼선 안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3일 오후 심사평가원에서 열린 '로봇수술 급여화 방향 설정 공개토론회'에 참가한 의사와 보건의료 학자, 시민사회·가입자 단체 대표 패널들은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로봇 장비 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에 논의를 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비뇨기과-외과계 전문의들은 선별급여를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것을 우선 고려하되, 단순 급여화를 논하기 전 관행수가 인정 등 저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구 한림대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다빈치처럼 고가 수술은 민간 실비보험 가입자들이 주로 하기 ??문에 비용은 이것으로 감당할 수 있다. 효과적 측면에서 볼 때 개복수술 치료효과가 나쁘지도 않으므로 시기상조"라며 "비뇨기과 저수가 국가지원을 하지 않으면 환자 쏠림이 가중돼 특정 과목에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한 고대의대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외과 의사들의 공통 의견은 장점이 인정되는 암 수술부터 급여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직장암의 경우 이미 11% 수준으로 로봇수술이 점유했다. 전공의들을 학회 차원에서 교육시키기 위해서라도 급여화는 필요하다"고 의료 현실을 설명했다.

의사 대표단체인 의사협회 입장은 명료한 반대였다. 서인석 보험이사는 현 논의가 사회보험의 최소급여 원칙이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로봇수술은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하는 등 의사가 '더 편하게' 수술하는 보조 수단인데 '정치적 아이템'의 대표주자로 로봇수술이 지목된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서 이사는 "자본력 있는 병원들이 급여화 이후 다빈치를 앞다퉈 사지 않을 수 있겠냐"며 "건보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지방병원과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로봇수술 급여화는 최대한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공약이라고 해서 서둘러 급여화를 논의한다는 비판은 학계에서도 나왔다. 선별급여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급여화 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이 높아 정작 소외계층은 사용하지도 못하는 비싼 수술로 전락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권순만 서울대교수는 "선별급여 원칙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항목의 비용효과성 평가를 느슨하게 하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기전임에도 기준도 모호한 로봇수술을 선별급여화 논의한다는 것은 제도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번 급여에 진입하면 재평가시켜 적정하지 않을 때 퇴출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정치적 공약으로 급여화를 고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입자 입장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미국에서조차 로봇수술이 낳은 부작용으로 문제들이 유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화 논의 자체가 문제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복강경 초기 도입과 비교해볼 때 근거가 쌓이는 속도와 효과에 대한 논문 수 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미국 조사 결과 비싼 의료장비 도입 이유의 첫번째는 효과가 아닌, 경쟁병원 도입이라는 점을 볼 때 풍선효과와 부작용은 예측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간보험사들이 로봇수술 급여비를 복강경과 동일하게 지급한다는 점을 사례로 들어 우리나라 또한 선별급여 하더라도 이 부분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건강보험 수혜를 많이 받고 있는 환자단체는 전립선암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해 찬성했다. 근거가 명확하고 사용률이 59% 이상이라는 점에서 급여화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항암제 급여화가 인색하다는 환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로봇수술을 급여화한다면 사회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지만 전립선암 수술에는 급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로봇수술은 숙련도가 중요한만큼 그부분에 대한 인증 등 확인할 방법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수술 급여화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의 생각은 어떨까.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로봇수술 급여화는 독특한 포지선의 의료기술이라 할 수 있어서, 추후 다른 신의료기술 급여여부 처리에 레퍼런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깊다"고 운을 뗐다.

환자 부담이 큰데 대체가능한 수술법이 명확히 존재하고, 비용효과성 부분이 월등하지 않고, 급여화 되면 장비와 수술이 과잉으로 쏠릴 우려가 존재하면서 소득역진적 부작용이 충분히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손 과장은 그러나 단순이 급여여부 논의를 넘어서 방법론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급여시 의사 숙련도에 따른 보상 차이(수가차등화), 일본처럼 기술도입 자체를 기관 단위로 허가하는 등 여러가지 효용성이 큰 방법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며 "단수 혹은 복수안을 만들게 될 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추후 각계 여러 의견을 청취해 건정심에서 숙의하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격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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