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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빨라진 '쿠싱병', 이젠 약이 필요해"

  • 어윤호
  • 2015-12-14 06:14:51
  • 빠른 진단 위해 쿠싱병 가이드라인 개정...환자 등록사업 진행

김성운 교수
희귀질환은 보통 진단이 어렵다. 말 그대로 '희귀'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적은 이유도 있지만 증상 자체가 애매한 경우도 많다.

쿠싱병은 단순히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기 쉬운 희귀병이다.

고코르티솔혈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코르티솔 호르몬 과다 분비로 각종 내분비계 합병증이 유발됨에 따라 정상인에 비해 4~5배 높은 사망 위험률을 보인다.

그러나 얼굴과 목, 허리, 배 등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축적되는 외형적 특징으로 비만으로 오해하기 쉬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

데일리팜이 해당 분야의 권위자인 김성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나 쿠싱병의 위험성 및 심각성, 그리고 진단 및 치료의 최신지견에 대해 들어 봤다.

-쿠싱병의 정확한 분류와 환자 현황이 어떻게 되는가?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은 미국에서 활동했던 의사 하비 쿠싱 교수가 1932년 논문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질병의 명칭은 그분의 이름을 딴 것이다.

쿠싱증후군은 부신에서 코르티솔 분비량이 많아져 생기는 질병을 총칭하며 쿠싱병(Cushings Disease)은 쿠싱증후군 중에서도 그 원인이 뇌하수체 종양일 경우를 의미한다. 즉, 뇌하수체에 혹이 생기면 부신피질의 코르티솔 생성을 자극하는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이 많이 나오는 쿠싱병이 된다.

인구 100만명 당 1명 미만에서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환자 현황 파악을 위해) 2014년부터 대한내분비학회와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가 공동으로 등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90개 센터에서 현재까지 100명이 조금 넘는 환자가 등록했다. 인구 5000만 중 100명이라는 것은 매우 희귀한 질병임을 의미한다.

-최근 쿠싱병의 진단에 있어, 가이드라인 상 큰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본인을 비롯한 국내 내분비내과 전문가 6명을 주축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2015년 3월 대한내분비학회지에 쿠싱병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된 것이 바로 '쿠싱병의 진단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가이드라인 개정 이전의 쿠싱병 감별진단 방법인 '5일 덱사메타손 억제검사'로 진단하려면 최대 일주일이 필요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일본이 먼저 주도해 색출검사와 확진검사 두 가지를 간단하게 만들었다. 먼저 피를 뽑아 혈중 코르티솔을 측정한 후 밤 10시에 덱사메타손 1mg을 투여한다.

다음날 아침에 코르티솔이 기준 이하로 떨어졌는지 확인하여 억제가 되면 검사를 끝내고 억제가 되지 않았다면 저녁에 다시 8mg(0.5mg 덱사메타손 16알)을 한꺼번에 복용하게 한다.

그 다음날 아침에 측정한 혈중 코르티솔 수치를 기준치와 비교한다. 이전 방식과 마찬가지로 저용량에서는 코르티솔이 억제되지 않았는데 고용량에서 억제된다면 쿠싱병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일본은 감별진단법을 이틀로 단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다.

-확실히 진단 기간이 단축된 듯 하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약물 치료에는 경구약과 주사제가 있다. 각 약물마다 차단하는 호르몬이 다르다. 뇌하수체의 ACTH를 차단하는 약물이 있고, 코르티솔을 억제하는 약물은 따로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 쿠싱병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다. 이전에는 무좀약인 '케토코나졸'에 코르티솔을 차단하는 효능이 있어 사용했는데, 지난해 미국에서 심장혈관계 부작용으로 판매 금지된 후 국내에서도 이 약을 모두 회수해 이제 더 이상 쓸 약이 없다.

노바티스에서 쿠싱병 치료를 위해 '시그니포(파시레오타이드)'라는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 약은 2006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지(NEJM)에 실린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근거로 지난 2013년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1일 2회 또는 월 1회 투여하는 두 가지 용법이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하루에 두 번 맞는 주사제만 들어와 있으며 아직 보험급여를 받지 못했다.

-사실상 처방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를 돕기 위해 임상에 등록된 환자 2명에게만 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이 임상연구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약이 없어 본인이 회사 측에 강력하게 요청해 한국만 지원을 1년 연장해주게 됐다.

연구에서는 600mg, 900mg 두 가지 용량을 사용했는데 투여 이후 코르티솔이 확연하게 감소했다. 혈압도 떨어지고 심지어 당뇨병도 없어졌다. 종양 사이즈도 줄었다.

NEJM이라는 유력 학술지에서 게재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믿을만하다. 또한 장기간 이 치료제를 사용해 효과의 지속성을 살펴본 장기 추적연구가 있다. 독일 뮌헨 메트로폴리탄에 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연구기간은 약 5년이다.

-시그니포는 인슐린과 인크레틴 분비에 영향을 미쳐 당뇨병에 대한 이슈가 있다.

시그니포나 '소마툴린(란레오타이드)' 등 약물은 모두 소마토스타틴 유도체(somatostatin analogues, SSA)다.

SSA는 인슐린 등 모든 펩타이드 호르몬을 막는다. 따라서 파시레오타이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당뇨병 악화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임상연구 진행 중 당뇨병성 케토산혈증이 한 건 발생해 보고한 적이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했다.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는 다섯 가지 하위 형태(sst1-sst5)로 구분되는데 , 파시레오타이드는 그 중 1, 2, 3, 5번을 차단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옥트레오타이드와 란레오타이드는 2번만 막을 수 있다.

쿠싱병을 유발하는 ACTH를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은 5번에서의 발현과 가장 관련이 많다. 그러므로 당연히 파시레오타이드를 쓰면 약이 잘 듣고 옥트레오타이드는 잘 안 듣는다. 이 때문에 파시레오타이드를 특효약, 쿠싱병 표적치료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시그니포와 관련해 정부에서 급여 논의가 시작되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할 것인가?

그렇다. 올 12월에 회의를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전달 받지는 못했다. 2년 전에 심평원에 가서 오늘 말씀 드린 것과 같은 내용으로 설명을 했었다. 쿠싱병 치료의 중요성과 질환의 심각성이 받아들여져 급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그니포 이후에 새롭게 개발 중인 다른 치료제가 있는가?

있다. 이 분야에서 입센도 쿠싱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입센에서 개발한 치료제는 도파민 수용체에 붙는 tri-molecular(삼분자)로, sst2, sst5와 더불어 도파민 수용체에도 작용해 좀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발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2상 임상까지만 진행했고 3상 임상을 못하고 있다. 약 5년 전 임상 중 강력한 부작용이 발생해 잠시 중단한 상태라고 들었다. 최근 분자를 바꿔서 다시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다. 정확한 사실은 12월 신경내분비연구회 학회를 가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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