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파본 약사가 상담도 잘한다
- 정혜진
- 2016-01-07 0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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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병원을 찾았을 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당장 통증부터 없애줬으면 했지만 더 강한 진통제는 마약류밖에 없다는 의사 말에 현대 의학의 한계를 실감했다. 물리치료라 부르는 찜질을 하고 '장기적인 운동과 영양 보충만이 답'이라는 쌀로 밥 짓는 의사 설교를 듣고 좌절해 진통제와 근이완제, 위 보호제 등이 적힌 처방전을 들고 집 앞 약국에 갔다.
약사는 처방약과 함께 '그 나이에 누구나 그럴 수 있다. 한번씩 고비가 오는 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밥 잘먹고 건강보조제 잘 챙겨먹으면 좋아진다'며 몇만원어치 철분제와 비타민을 권했다. 4천몇백원어치 약과 함께 몇만원어치 건기식을 샀다. 이 제품이 당장 내 건강을 돌려줄 것 같진 않았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좋아질 거다'라는 약사 말에 힘을 얻어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었다.
병을 얻은 사람은 당장 몸의 고통은 물론 마음의 통증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지금껏 아픈게 어떤 건지 몰라 형식적인 위로만 하고 외면해온 '주변의 아픈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가장 힘들고 제일 아픈 건 나인데도 '내가 내 몸 관리를 못해서, 내가 잘 못 살아서' 병에 걸렸다는 나를 향한 죄책감도 같이 몰려온다. 통증만큼 괴로운 게 그 죄책감이다.
내 지갑을 열게 한 그 약사는 '누구나 그 나이면 그 정도 몸 상태가 된다'며 내 부실한 건강 관리에 면죄부를 주었고 '영양보충으로 금방 좋아진다'며 희망을 주었다. 몇만원을 들여 산 건기식인 만큼 지금도 하루 두번씩 꼬박꼬박 먹고 있다. 진짜 몸이 좋아지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 인터뷰 요청 차 만난 약사는 자신도 몸이 아파 누구나 부러워하는 원래 직장과 직업을 그만 두고 약대 시험을 준비해 약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였다. 결국 인터뷰 요청은 거절당했지만 그 약사는 나를 한 시간이나 세워두고 이런 저런 건강한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라지만 귀찮지 않았고 그 잡담에 가까운 말들이 재미있게 들렸다.
한 시간이 다 되어 갈 쯤 약사는 '몸이 아프면 내가 왜 아플까, 무슨 잘못을 해서 내 몸이 이렇게 됐을까 하며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아픈 것도 그냥 과정이고 별 거 아니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도 말고 그저 맘 편히 먹고 앞으로 병을 관리하며 예전처럼 살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지금껏 안고 있었던 죄책감과 나도 모르게 찾아와 내 정신을 파먹고 앉아있던 우울감도 조금 쓸려나가는 것 같았다.
"약사님, 아파보셔서 그런지 아픈 사람 마음을 정말 잘 아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니 그 약사는 "어디가 아프든, 아픈 사람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요"라고 덤덤히 말했다.
열등생이었다가 공부해 성적을 올려본 사람이 계속 우등생만 해본 사람보다 학생을 더 잘 가르친다. 공부를 잘하기만 했던 교사는 도대체 학생들이 '왜 공부를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사는 '아파본 약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 많은 약사를 만나본 나였지만, 그 순간 만큼 아파봤다는 그 약사가 '진짜 약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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