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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용약 반품 5년간 11조원, 무책이 상책?

  • 데일리팜
  • 2016-02-15 06:14:49
  • 류충열 초당대 전 겸임교수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반품되는 불용약 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지난 5년간 물경 11조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0~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선뜻 믿을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러나 이 수치는 일부를 조사하여 전체로 뻥튀긴 믿거나 말거나한 추계치가 아니다. 결산하듯 의무적으로 의약품 공급자들(제약, 수입 및 도매 등)이 매월 당국에 꼬박꼬박 보고한 공급내역보고서를, 심평원이 수퍼급 컴퓨터를 동원해 매매(賣買) 과정의 앞뒤가 맞나 틀리나 이 잡듯 꼼꼼히 검증하면서 정확히 집계한 결과다. 사실이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플러스알파(plus+alpha)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미처 반품되지 못한 미래의 반품약인 불용재고가 약국마다 상당할 것이고, 아직도 존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불법 무자료 부외(簿外) 의약품도 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

문제는, 이들 반품 약은 일반 상품과는 달리 약간의 제약사 재생산 분을 제외하곤 모두 그냥 폐기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의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하다못해 중고품 시장에 다시 내다 팔거나 수출할 수도 있겠지만, 의약품 반품의 경우 유통과정에서 최종 가지고 있는 자(제약 및 수입, 도매, 요양기관)가 몽땅 손실을 입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업계가 최근 5년 동안 대책 없이 날려버린 반품 손해는 '11조원-제약사 재생산액' 이라는 계산이 선다. 이를, 생돈이 들어간 원가로만 따져 봐도 10조원이 넘는다(제약업종 총원가율 92.00%, 2014 기업경영분석, 한국은행). 그러나 반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귀중한 자원의 낭비요 국부(國富)의 손실이다. 또한, 국민에겐 약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반품은 결국 제약사로 귀착되게 마련인데, 그 제약사가 반품 손해를 보전 받으려면 가격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불용약 폐기 때 발생되는 지상 또는 지하의 공해(公害) 문제는 아무리 당국자가 입회한다 해도, 우리 후손들에겐 미필적(未畢的) 고의(故意)의 죄악이 아니겠는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용약 반품 축소를 위한 개선 노력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의약업계와 정부당국 및 국회 그리고 연구소나 사회단체 등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몇몇 전문지들의 기사 속에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정도가 다다(예, D팜 최은택 기자의 '반품의 역습, 사실상 버려질 운명의 약 얼마나' 2014.8.13. 기사 등). 물론, 그동안 제약업계와 도매유통업계 그리고 개국가를 중심으로, 반품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 노력의 초점은 늘, 손해 최소화를 위해 반품에 대한 책임소재와 그 정리비율 등에 맞춰졌을 뿐, 거시적인 견지에서 반품규모 자체의 축소를 위한 노력은 전혀 아니었다. 또한 개국가의 대체조제 활성화나 성분명처방 요구 등도 결과적으론 반품 감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요구의 주된 목적은 반품규모 축소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어째서, 여태껏 그래 왔을까?

연구소와 사회단체 등은 업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지고 볶는 반품 사정을 잘 모를 것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반품을 밥 먹듯 하는 의약업계와 잘 알고 챙겨야 할 정부당국 및 국회는 왜 반품규모 개선 문제에 대해 그렇게도 관심을 완전히 꺼놨을까? 설마, 11조 원의 반품이 하찮아서 마음 쓸 일이 못되고, 거래를 하다보면 그 정도의 반품 발생은 당연하고 정상적이라 판단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의약업계 전체가 완전경쟁 상태라 온통 만들고 들여와 장사하는 데만 정신이 팔렸고, 당해 정부당국은 처리해야 할 수많은 공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거나, 국회의 관련 위원회는 정쟁(政爭)에 휩쓸린 나머지, 반품규모 문제는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랬을까? 사각지대(死角地帶)도 이런 사각지대가 없다.

그리고, 불용약 반품은 왜 그렇게도 많으며, 그 발생 원인은 대체 무얼까?

허가와 제조 및 유통 단계에서 복합적인 다양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간단치 않다.

첫째, 의약품이 과잉생산(수입), 과잉공급 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약업계는 일찍부터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업체가 많은 탓이다.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돼 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선 페달(pedal)을 계속 밟아대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페달은 판매를 뜻한다. 지속적으로 판매액을 올리기 위해 너도나도 경쟁적 무차별적으로 약을 허가 받아, 닥치는 대로 생산 또는 수입(도입)해 왔으며, 그 약들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의약품 시장에 팔아댔으니, 약이 요양기관의 수요보다 넘쳐나지 않을 수 없고, 그 과잉 공급된 약은 결국 반품으로 변해 시장에 지천으로 깔렸다.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약업신문 간행)를 보면 제약업계가 의약품 판매 열기를 얼마나 뜨겁게 뿜어내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예컨대, 해열 진통 소염제인 아세클로페낙(aceclofenac) 100mg정(錠)의 경우, 94개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내고 있다. 이 중 92개사가 생물학적 동등성 관문까지 통과했다. 점막 칸디다증 치료제인 플루코나졸(fluconazole) 50mg 캡슐(capsule)은 103개 제약사가, 항생제인 세파클러(cefaclor) 250mg캡슐은 105개 제약사가,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메피리드(glimepiride) 2mg정도 105개 제약업체가 만들고 있다. 최근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154개 제약사가 이미 품목 허가를 받았고 곧바로 판매에 뛰어든 업체만도 60여 곳에 달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렇게 된 데는 정부당국이 동일성분의 품목허가를 무제한(無制限)으로 내 주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몫을 했다. 성분마다 허가 품목 수가 아주 제한되어 있다면 제약사들이 앞서 언급한 영업행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수많은 도매유통업체들이 과잉 공급된 의약품의 중간기착(寄着) 피난처가 되어주고, 도매시장에서 도도매 행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공급실적이 있는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는 무려 2,014처(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나 됐다. 일본의 경우, 도매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5.87배나 큼에도 도매업체는 겨우 우리의 27분의1인 75처에 불과하다(2015 약사핸드북, 일본 지호우社). 이를 보면, 국내에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고도 남는다. 이런데다가 지금도 매년 50~60처 내외의 도매업체가 신생되고 있으며(유통협회),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국내 도매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으며, 이러한 도매업체들의 초과밀 상태가 도매상간 거래인 도도매거래(년 11조6천여억 원, 시장비중 38.99%, 2014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를 촉진시켜 왔기 때문에, 제약(수입)업체들이 그 과잉 생산(수입)한 의약품을 도매업체들에게 밀어내기 판매하기가 아주 용이해졌고, 이렇게 도매업체에 숨어버린 과잉 공급된 의약품들은 요양기관으로 팔려나갈 때까지 한 곳에 머물거나 업체를 전전하면서 한정된 의약품 유효기한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의약품들이 미처 요양기관까지 가지 못하고 갖가지 명목으로 다시 제약사에 반품으로 되돌려지고 있다.

셋째, 개국가가 의료계의 비협조로 처방약의 수요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조제 편의를 위해 다품목의 재고 비축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개봉 조제 후 또는 개봉 전 불용재고가 누증(累增)되어 왔으며 기타 다양한 반품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발생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6년 전, 분업준비자와 입법자 분들이,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국이 조제약의 비치(備置)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 예견하고, 이미 분업 시작 때부터 약사법 제25조로 처방약 수요예측 시스템을 마련하여 약국이 활용토록 조치한 바 있다. 즉, 지역(시군구) 의사회분회등이 지역 및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 목록을 약사회분회에 제공하고, 약사회분회는 이를 해당지역의 약국개설자에게 통보하며, 또한 처방목록을 변경하거나 추가하려면 3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분업 후 한 번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그 조항이 임의규정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의료계의 고집스런 상품명 처방과 잦은 처방 변경은, 개국가로 하여금 정확성이 높은 처방약의 수요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개국가는 확실치 않는 불특정 환자들의 조제 편의를 위해, 되도록 다품목의 많은 재고를 확보해 두는 경향을 보여 왔다. 게다가 고질적인 제약사의 빈번한 조제약 품절은 개국가에 가수요(假需要)까지 유발시켰고, 일부 약국의 재고관리 소홀은 유효기한 경과품과 '이상한 반품(D팜, J기자의 2016.1.11. 기사 참조)' 등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것들로 인해 개국가에서 수많은 반품이 끊이질 않고 있다.

넷째, 완제의약품의 절대적인 수입초과 현상이 국내 의약품 시장의 공급과잉 상태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34억불(US)이었지만 수출액은 12억불에 불과했다(2015 식품의약품통계연보, 식약처). 최근 10년간(2004~2014) 수출액 증가율(421.9%)이 수입증가율(325.8%)보다 훨씬 높아 완제의약품의 무역역조 현상이 좁혀져 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수입초과 금액이 22억불 즉 2조3,169억 원에 달한다(2014년 환율 1053.12원/1불, 한국은행 ECOS). 그 수입초과 약품들이 시장의 공급 과잉상태를 가중시키면서 반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까

물론, 반품은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반품 없는 장사가 없고, 아무리 의약품 유통시장이 초과공급에서 초과수요 상태로 바뀌고 유통과정상의 모든 기관이나 관련자가 최선을 다한다 해도, 불가피한 의약품의 파손이나 오염 및 배송오류 등은 항상 발생될 소지(素地)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약품시장에서 반품 문제는 그 크기의 정도 등에 따라 문제가 되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의 반품이 정상적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지를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껏 의약품 반품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는 연구자료 등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지난 5년간의 반품 11조원이 비정상적이다 아니면 정상적이다 라고 재단(裁斷)할 객관적인 근거는 솔직히 없다.

그렇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11조원이 어디 보통 금액인가. 너무 거대하다. 또한 다양한 반품 원인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니 2014년 한 해의 2조390억 원, 그전 5년간의 11조원 반품은 분명 비정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거대 반품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사자들인 의약업계는 물론 국민과 사회 및 국가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큰 해악(害惡)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이제라도 반품규모 축소를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동일성분의 품목허가 수를 최대한 대폭 제한해야 한다.

예컨대, 제네릭 같으면 가령 성분당 최대 10품목 이하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반품으로 되돌아오는 과잉공급을 억제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은 품목수가 많아도 너무나 많다. 포지티브 약가제도가 무색하다. 시장경제사회에서 자유방임과 필요규제를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취사(取捨)선택하고 조정 관리하는 것이 정부당국의 역할 아니겠는가.

둘째, 지역별 의료기관별 외래 처방목록을 3개월 단위로 해당지역 약국만을 대상으로 공개하고, 대체조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미 누누이 강조한 바 있지만, 개국가의 반품 원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약국이 처방약에 대한 수요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약사법 제25조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이런 문제는 애초부터 발생되지 않았겠지만, 앞으로도 이 조항이 본래의 입법취지대로 준수될 가능성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지역 의사회가 협조해 줄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의사회가 개개의 사업주제도 아닌 마당에 이 조문을 강행규정으로 개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평원으로 하여금 지역 의사회의 역할을 대행토록 한다면, 약사법 25조의 입법취지와 유사(類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정부당국이 결정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대체조제 활성화 대책도 약국이 능동적으로 사전 계획 하에 필요 조제약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용재고를 감소시키는데 매우 유효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대체조제 활성화는 반품규모 문제 때문이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더 이로운 것 아니겠는가.

셋째, 완제의약품의 수출 증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반품의 최대 요인은 요양기관의 수요를 초과하는 누적된 생산(수입) 과잉과 이에 따른 공급이다. 그런데 이 과잉 문제는 의약품시장을 국내에 한정할 경우에 성립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시장을 해외로 넓혀, 흘러 넘쳐나는 완제의약품을 모두 수출한다면,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발생되는 업체끼리의 극심한 이전투구(泥田鬪狗)나 반품 문제 등은 일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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