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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가 왜, 도매 매출 정보를 요구합니까?"

  • 정혜진
  • 2016-04-12 06:14:59
  • 도매 '거절 못할 요구'에 끙끙...제약 "시장 투명화 위한 조치"

'전월 매출자료는 10일까지 전송할 것', '오늘까지 재고 자료를 전송해야만 코드가 풀리오니 꼭 협조 바랍니다', '도도매는 2차 도매의 매출, 재고자료 전송이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부합되지 않을 경우 주문과 출하 시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매업체에 부담을 주는 조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과 제도의 규제뿐만 아닌,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의 '거래 조건'도 도매업체를 옥죄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보고에 제약사 전달 자료까지...정보 가공 벅차다"

도매업체 창고에 보관된 의약품들
최근 도매업계에 따르면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가 도매업체에 '재고 현황'과 ' 매출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 조건을 거래 조건에 넣거나 강압적인 공문 형식으로 통보해 도매업체에는 물리적인 부담은 물론 감정적인 부담도 지우고 있다.

제약사가 도매업체에 통보한 내용은 다양하다. 대부분 전월 매출 내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의약품 별 도매업체 현재 재고량, 약국 거래내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도매업체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평원 보고 자료도 벅찬 수준인데, 제약사가 각각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실시간 보고'로 이해되는 '자동전송'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도매 매출과 직결되는 의혹을 제기하는 업체도 있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우리와 거래하는 약국에 영업을 집중해 모 제약사 제품 주문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놓았는데, 얼마 후 보니 약국 주문량이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줄었다"며 "약국에 물어보니 '그 제약사와 직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증명할 수 없지만, 제약사에 제공한 매출 내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제약 "생산량 예측하고 물밑 거래 막기 위한 것"

이에 대해 제약사는 다음달 의약품 생산량을 결정하기 위한 근거나 물밑에서 이뤄지는 '저가 도도매 거래'를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도매업체는 통상 다음달 물량을 미리 주문하므로, 지금 물류창고에 남아있는 재고 조사를 통해 제약사가 다음달 생산·공급할 양을 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며 "오해 없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매출 정보를 통해 도매업체 간의 기준 가격을 벗어난 도도매 거래를 막고 자사 의약품의 유통경로를 확실히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약사 관계자는 "도도매 거래 과정에서 병원을 공급하는 기준가 이하 품목을 약국에 공급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며 "시장을 왜곡하는 도도매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2차 도매 매출과 재고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조하지 않는 도매업체에 한해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강압적인 공지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매출 정보는 예민한 부분이라 제약이 어떤 방식으로 요구하든 약국과 도매 불만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같은 세상에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하거나 강압적으로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제약사는 좋은 의도로 도매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에서는 제약사가 영업사원들의 실적 입증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자사 제품을 랜딩했다고 했을 때, 병·의원 처방량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약국 조제량이지 않느냐"며 "약국과 직접적인 거래가 있는 도매업체의 약국 주문량은 유용한 정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정부에서 받는 '비밀자료'나 병원에서 처방내역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어려워지면서 도매업체 매출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 제약사의 도매업체 공지(부분)
"제약, 마진은 줄고 요구는 늘어…정당한 보상 필요"

'매출정보'를 두고 도매와 제약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도매는 결국 의약품 공급권을 가진 제약사의 요구에 부응할 수 밖에 없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요구하는 제약사가 하나둘씩 늘더니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매출자료 담당자가 버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제약사는 공문을 통해 '응하지 않으면 출하를 막겠다', '코드를 삭제하겠다'는 등 강압적으로 도매를 압박하고 있는데, 제약사 태도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어떤 제조업이 유통업체에게 '어디에 얼마나 팔았는지' 자료를 요구하나"라며 "의약품이 일반 공산품이 아닌, 특수한 사례라는 명분을 앞세워 유통업체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의 '자료 없이는 도도매 거래하지 말라'는 식의 의약품 유통 투명화 명분에는 어떤 생각일까.

이 관계자는 "심평원도 투명화를 위해 일련번호 보고 의무화를 제도화해 곧 행정처분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며 "제약사까지 나서서 도매업체부터 약국에 이르는 자사 제품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겠다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부끄러울 것 없다. 정부와 제약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물밑 거래는 예전처럼 많지 않다"며 "정보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이 많은 정보를 제약사에 맞춰 매번 가공해야 하는 점에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제약사는 매출정보를 요구하며 마진을 더 주고 있다. '차등 프로'라 해서 정보 이용료 명목의 마진을 0.02~0.03%까지 더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제약사는 이용료 없이 자료를 요청하는 실정이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정보 이용료가 포함됐다면 실질적인 유통마진은 줄어드는 것"이라며 "정보 이용료를 내세운다면, 지금 도매가 실질적으로 받는 마진폭이 더 줄어드는 것이고, 이는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사 정보제공 통보에 대한 도매업체의 불만, 기저엔 '저마진 구조'가 한목 하고 있다. 도매업체 관계자는 "제약사가 필요한 걸 왜 도매가 만들어줘야 하나"라며 "적은 마진에 이것저것 다 맞춰 주느라 도매는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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