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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글리타존 방광암 논란에 의사들 "문제 없다"

  • 안경진
  • 2016-04-22 12:15:00
  • 식약처 발 안전성 이슈...국제연구 돌아보기

피오글리타존(액토스)이 또 위기다. 심혈관계 안전성 의혹을 간신히 벗었는데, 이번에는 방광암 이슈가 터졌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2010~2013년)를 분석한 결과, 인슐린 투여력이 있는 환자가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경우 방광암 위험이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방광암 유발 가능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학계 반응은 담담하다. 어디까지나 논란일 뿐, 처방에 영향을 줄 만한 근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피오글리타존과 방광암의 갈등관계를 들여다보자.

2005년 PROactive 연구 기원…논란은 "진행형"

피오글리타존의 방광암 논란은 2005년 PROactive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Lancet 2005; 366:1279-1289).

PROactive 연구는 본래 유럽에서 심혈관계 고위험군(5238명)을 상대로 피오글리타존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기획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

피오글리타존 투여군에서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전체 사망률 등이 감소돼 당초 목적은 이뤘는데, 방광암 위험이 문제가 된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환자에서 방광암 위험이 소폭 증가했다는 결과와 관련,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원 개발사인 다케다 측에 장기 안전성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진행된 10년 관찰연구에서 피오글리타존을 2년 이상 복용하면 방광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돼, 피오글리타존 제품라벨에는 "방광암 환자 또는 방광암 기왕력자에게 투여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추가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피오글리타존을 포함한 치아졸리딘(TZD)계열 약물의 방광암 위험에 관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엇갈리기 때문이다.

주요 저널 안에서도 피오글리타존이 방광암 위험을 올린다는 논문이 있는가 하면, 방광암 위험과 무관하다는 논문도 상당하다.

◆캐나다 최신 연구, 방광암 위험 "있다?"= 피오글리타존의 방광암 혐의를 인증하는 최신 근거로는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3월 3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된 캐나다 연구를 들어볼 수 있겠다. 캐나다 맥길대학병원 마르코 투코리(Marco Tuccori) 박사팀은 피오글리타존이 방광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2000년~2013년 7월까지 혈당강하제를 신규 처방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4만 580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14.5년의 추적기간 동안 방광암으로 신규 진단된 환자는 622명이었다. 인구 10만명당 90.2명의 발생 비율을 보인다.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환자만 보면, 10만명당 121명에서 방광암이 발생해 다른 약제 평균(인구 10만명당 88.9명)보다 상대 위험도가 63%가량 높았다(HR 1.63, 95% CI 1.22-2.19). 이 같은 방광암 발생 위험은 복약기간과 약물용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같은 TZD 계열 로시글리타존은 방광암 발생 위험(인구 10만명당 86.2명)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HR 1.10, 95% CI 0.83-1.47). 연구팀은 "대규모 연구에서 피오글리타존이 방광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로시글리타존은 방광암 발생과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아 계열 효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방광암과 "무관" 미국·유럽서는 삭제 분위기= 반대 측 근거도 만만친 않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지(JAMA 2015;314:265-77)에 실린 코호트 연구는 피오글리타존 복용과 방광암 위험 증가 사이에 통계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제임스 루이스(James D. Lewis) 교수가 40세 이상 방광암 환자 19만 3099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3만 4181명(평균 복용기간 2.8년) 중 1261명에서 방광암이 발생했다.

피오글리타존 복용군의 발생빈도가 인구 10만명당 89.8건, 비복용군이 75.9건으로, 상대 위험도(HR 1.06, 95% CI 0.89,-1.26)에는 차이가 없다.

유방암, 폐암, 대장암, 신장암, 흑색종 등의 암 발생률도 피오글리타존과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전립선암과 췌장암만이 각각 인구 10만명당 453.3명건, 10만명당 81.1명의 빈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19만명을 장기 추적한 결과 피오글리타존과 방광암 발생 사이에는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전립선암, 췌장암에 대해서는 다른 변수가 없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이 같은 일련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2015년 개정 성명서에서 "방광암 위험증가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이들 단체는 "피오글리타존 사용 시 방광암보다는 체중증가나 부종, 골절 위험 등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PROactive 연구에서 나타났던 심혈관계 혜택 등 이점도 크다"고 강조했다.

◆논란일 뿐, 처방에는 영향 없다= 이 같은 논란에 임상의사들의 반응을 어떨까.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제적으로 10년 전부터 논의돼 왔던 내용이고, 이미 제품 설명서에도 반영돼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당장 처방패턴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식약처 연구 디자인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피오글리타존 사용군과 다른 약제 사용군의 방광암 상대 위험도를 비교하려면 절대 위험도가 필요하다"며 "국내 자료가 신빙성을 갖기 위해서는 10만명당 발생빈도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절대 위험도를 보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데, 그 수치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를 예로 들면, 피오글리타존 복용군의 방광암 상대 위험도는 63% 증가됐지만, 절대 위험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121명에서 방광암이 발생했다. 1000명당 1명, 발생률이 0.1%에 불과한 셈이다.

김대중 교수는 "지금까지 다양한 근거들이 있었기 때무에 개연성은 있다고 보지만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데 문제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보다는 처방 과정에서 발생한 위해사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그동안 지속되어 온 논란의 일부일 뿐,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라면서 "몇년 전 국내 대학병원들 주도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일치되지 않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방광암의 병력이 있거나 원인불명의 혈뇨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만 주의해서 사용하면 되고, 못 쓸 정도의 부작용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권혁상 교수는 "국내 환자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체중이 낮기 때문에 피오글리타존 30mg 또는 15mg 저용량을 주로 처방한다"며 "실제 방광암 위험은 국제 연구에서 보고된 것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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