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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구슬을 꿰다보면 보배 되겠죠?"

  • 안경진
  • 2016-12-28 06:14:54
  • 직업의 세계-10 <끝> | 송경란 다케다 비즈 인사이트팀 부장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제약회사 내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팀(Business Insight, BI)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질문에 다케다제약의 송경란 부장이 선뜻 꺼내놓은 대답이다.

외부 관점에서 보기에는 다소 생소해 보일지 모르나,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제약환경이 갈수록 다변화 되는 요즘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BI팀의 활약이 중요한 시기라는 설명.

시장흐름과 고객의 목소리를 캐치하고 회사와 환자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한 다음, '정보의 구슬을 꿰는 일'이 그녀가 꼽는 BI팀의 핵심 역할이다.

BI 부서에 매력을 느끼게 된 연유도 수 많은 데이터를 다루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시장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어내고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따르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사명감과 자부심도 상당하단다.

1시간 남짓 되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 '다케다제약의 새로운 235년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멀티채널 마케팅 부서에서 BI팀에 합류하기까지

뼛 속 깊이 다케다 정신이 느껴지는 그녀지만 의외로 다케다제약에 합류한 기간이 길진 않았다. 내년 1월이 만 2년 되는 시점로, 제약산업에 입문한지는 10년,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서는 16년 경력을 꽉 채웠다. 다케다 입사 전에는 다국적 제약기업인 MSD에서 8년정도 근무한 이력을 지녔단다.

그 중 5년을 요즘 제약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멀티채널 마케팅 부서에서 보냈다니, 개인적으로도 시대를 앞서가는 '인사이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송 부장은 "멀티채널 마케팅 부서에서 5년가량 근무하던 중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BI팀에 매력을 느꼈다"며,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MSD에서 BI팀으로 옮겨 3년간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학부에서 임상병리학을 전공한 뒤 '벡톤 디킨슨'이란 의료기 회사에서 마케터로 활약하며 인정을 받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글로벌 학회에서 제약사들의 남다른 활동 규모를 접하고나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제약사로 이직 후 멀티채널마케팅 업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였다. 이후 제약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고객과 제품에 대한 인사이트를 키우고픈 욕심에 BI팀으로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BI팀의 존재 이유? "직관 의존도를 낮추는 것"

멀티채널 마케팅 부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체감도가 남다를 듯 한데, 그녀가 짚어낸 차이는 업무 프로세스의 단계였다. 멀티채널 마케팅 부서가 업무를 실행하는 단계라면 BI 부서는 전략 단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고민한다는 차이를 갖는다. 두 팀간의 '케미(chemistry)'가 회사의 성장을 좌우할 수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제약시장이 5% 성장했다는 팩트에 대해 성장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다케다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이해한 뒤 회사가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해야 할 활동들을 제언하는 것이 BI팀의 업무에 해당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경쟁 구도를 파악하거나 현재 영업활동 및 전달하는 메시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잠재적 가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송 부장은 "마케팅 부서는 마켓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는데,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BI 팀과 논의할 경우 다른 시장을 벤치마킹 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며, "제네릭 출시 전 다른 여러 케이스를 통해 시장을 미리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BI팀과 마케팅팀이 유기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료분석이 중요하더라도 그 자체는 이미 과거에 발생한 일에 불과하다. 특정 상황에서 차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시장을 예측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하는 것이 포인트"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믿는 BI팀의 존재 이유는 전략을 세울 때 직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근거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회사 전략이 일관성 및 지속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봤다. 아직까지 국내 제약사들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소위 이름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규모나 명칭만 다를 뿐, BI팀을 운영하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란다.

예측 불가능과의 싸움…필수역량은 '호기심과 열정' 어깨가 무거운 만큼 어려움도 많을텐데, BI팀 소속으로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난관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다케다는 글로벌 기업 답게 한국지사 내에서도 인도 출신의 사장님과 이탈리아계 CFO, 프랑스계 메디컬 디렉터 등 경영진부터 직원들까지 백그라운드가 다양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주요 미팅에 참석할 기회가 많은 BI팀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많이 받게 마련. 언제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 몰라 미팅 전에 여러 케이스를 찾아 숙지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서 가야 한다는 부담이 항상 따른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할 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송 부장은 "매번 공부하고 준비하다 보니 업무 과정에서 역량이 개발되는 측면은 분명 있다. 특히 새로운 마켓에 들어갈 때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며, "BI팀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호기심과 열정"이라고 꼽았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갖는 태도와 더불어 깊은 이해력을 갖춰야만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제품은 출시된 지 얼마 안되었는데 어떻게 큰 성장했을까?' '다른 마켓에서는 어떤 제품들이 성장을 했나' 같은 궁금증을 계속해서 가져야만 한다는 설명.

힘든 가운데서도 다케다에 합류하길 잘 했다고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회사의 분위기란다.

송 부장은 "현재 다케다 본사를 총괄하는 크리스토퍼 웨버 회장도 BI팀 출신이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본사 미팅 당시 회장님의 격려를 듣고 각 국의 Best Practice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배운 점이 많았다"며, "전략적 사고를 통해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자는 다케다의 기업철학이 BI팀의 정체성을 잘 반영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도 올해 235주년을 맞으면서 또 다른 235년을 만들어 가기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느끼는 듯 하다"며, "BI팀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당장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모여 회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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