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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보다 예쁘고 느린 약국의 건강 선물

  • 김지은
  • 2017-03-17 06:14:59
  • 이·약·궁 디자인부터 인테리어까지, 약사 아이디어 '가득'

[53]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작은약국

"당신께 건강을 선물합니다." 한달 전 경기도 고양시에 '선물'같은 약국이 문을 열었다. 디자인부터 인테리어까지 어느 하나 약사 손이 닿지 않은 곳 없는 '작은약국'은 김경(37·숙명 약대) 약사의 첫 작품이다.

작은약국 전경.
약대를 졸업한 후 판매 위주 약국, 제약회사, 병원 약제부를 두루 거치며 김 약사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부분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남달라 늘 자신의 약국을 염두에 두고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틈틈이 스크랩 해 놓았다. 여행을 좋아해 외국에 나가면 일부러 숙소 인테리어를 찾아보고, 마음이 가는 곳은 사진으로 담아뒀다.

차곡차곡 쌓아온 이미지를 놓고 디자이너와 한달 넘게 소통하며 구체화했고, 인테리어 공사만 추가로 한달 가까이 더 소요됐다. 인고의 과정 끝에 탄생한 이곳은 그렇게 약사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태어났다.

이렇다할 병원 하나 없고, 골목에 자리잡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뜸한 이곳. 자신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장소를 찾다 김 약사가 발견한 보석이다. 주민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 내내 약국을 지키고 있는 그의 마음은 물위에 떨어진 한방울의 잉크처럼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퍼져가고 있다.

"하루종일 있을 공간인데, 약사가 즐거워야죠"

김 약사가 약국 인테리어에 애틋하게 공 들인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다. 하루 10시간 이상 꼬박 일하는 약국은 집 못지 않은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13평 남짓하지만 이 약국엔 없는 게 없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다.

대기 공간은 물론 진열대도 약사가 원하는 만큼 놓고, 환자 동선도 충분히 확보했다. 넓지 않은 평수에 투약, 조제 공간은 물론 약사가 식사도 하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단골 고객과 대화 중인 김경 약사 모습.
"하루 10시간 이상 일주일 내내 있는 공간이잖아요. 약국은 집이나 한가지에요. 제가 약국에 도착하면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전적으로 제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에요. 환자가 들어왔을 때도 포근하고 따듯함을 느껴야 해요. 나설 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웃으며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랬답니다."

약사가 사랑한 공간. 환자를 응대하는 그의 마음가짐과 환자들의 행동도 여느 약국과 다른 풍경이다.

이 약국에서 처방전을 들고와 서둘러 조제 약을 들고 나가려는 환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약사와 대화하고 싶고, 상담받고 싶어 여유를 두고 찾는 지역 주민들이 대다수다. 일반약 하나 사러 오는 고객에게도 김 약사는 많은 질문을 해주고, 준비한 정보를 최대한 전달하려 노력한다.

개국한지 한달 조금 넘었지만 단골 고객도 제법 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약국을 찾아와 대화하고 건강을 체크받는 주민들도 꽤 있다.

약사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고안한 약국 로고. 아래는 약국을 찾은 고객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 약사가 민화 작가에 요청해 작품을 공수해 전시했다.
"제가 약국에 써 붙인 문구가 '당신께 건강을 선물한다'는 건데 이것도 디자이너와 상의 끝에 고안해낸 문구죠. 문구와 어울리게 약국 이름이 적힌 로고도 선물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제가 즐거워하니 고객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주민분들에게 저와 우리 약국이 건강을 선물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해요."

처방전에 구애받지 않는 약국…내공 쌓은 약사 결과물

안정된 처방건수에 따른 수입이 보장되지 않지만 김 약사는 어느때보다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그간 회사, 병원, 약국에서 바쁜 업무에 쫓기며 하루를 보냈지만 늘 알수 없는 허전함이 남았다고 했다.

이젠 약국을 열고 일주일 꼬박 10시간 이상 약국에 있는데도 조제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환자와 상담 시간을 갖고 틈틈이 자신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처방전에 구애받지 않는 상담 위주 약국을 열게 된 것도 김 약사가 꾸준히 노력하며 쌓은 내공의 결과다.

근무약사 시절 매약 위주 약국에 조제가 늘면서 약사는 물론 환자도 대화할 여유가 없어지는 모습을 보며 늘 아쉬웠다. 조제에 쫓기니 약사도 여유가 없고, 그런 약사를 보는 환자도 말문을 닫았다.

"근무약사 시절 환자 상담을 하는데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시간 되는대로 강의를 찾아다니며 배웠죠. 요즘 환자분들 워낙 똑똑하시잖아요. 인터넷에서 보고 오는 정보가 많아요. 그만큼 더 공부하고 최신 정보를 알아야 해요. 제대로 된 정보를 선별해 주려면 말에요. 큰 욕심없이 약국 하며 이 공간 안에서 저도, 환자도 함께 즐거웠으면 해요."

김경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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