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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독점영역 일반약 입지 흔들...정부·약사회도 무관심[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일반의약품 활성화의 필요성은 십수년째 얘기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붐업(boom up)’ 시도도 없이 시장은 매년 쪼그라 들고 있다. 일반약은 건기식과 달리 약국만이 취급할 수 있는 약사 고유의 영역이다. 전문약과 일반약의 불균형 심화, 건기식에 집중된 관심으로 인해 약사의 차별화된 무기가 존재감을 잃어가는 것이다. 전문약과 건기식 품목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일반약은 5994개 품목에서 4884개 품목으로 1110개가 줄어들었다. 까다로운 허가 규제, 낮은 마진, 조제 중심의 약국 환경 등 일반약이 외면받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일반약 활성화를 주도하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약의 전문가는 약사인데 ‘일반약위원회’는 왜 없을까? 약사회는 건기식위원회를 통해 약사 주도의 건기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동물약품위원회에서는 동물약국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건기식위원회는 정부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까지 추진하며 3500여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 일반약 시장에 대처할 ‘일반약위원회’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약국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고 학술위원회, 정책위원회가 지원하며 일반약 활성화를 주도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 위원회는 품절약과 비대면진료 등 약계 현안 대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상임위가 운영되지 않는 이상 일반약 활성화는 남의 이야기다. 약사회는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일반약 강의를 보강하며 교육 지원을 하고 있지만, 중점적인 일반약 활성화 정책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백영숙 약사회 학술이사는 “질환에 따른 일반약 활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사이버 연수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도 연수교육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직역 확대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와 스포츠 약사 관련된 교육도 있다. 필요하다면 일반약 활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임원들도 일반약 시장이 이대로 가라앉는 걸 방치해선 안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현재 담당위원회가 없고, 정책적 요인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복수의 위원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필기 약국이사는 “외부 환경이 좋지 않다고 일반약을 외면할 순 없다. 처방약과 일반약은 약사 직능의 양쪽 날개와 다름 없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도 중요하기 때문에 약국 체인들과 협력하는 마케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논의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정현철 약국 담당 부회장도 “일반약과 경증질환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는 건 수용할 만한 지적이다”라며 “처방약과 건기식은 꾸준히 늘지만 일반약은 그렇지 않다. 전문약, 일반약 스위칭도 오랜 기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사회도 전문약 약효 재평가를 통한 스위칭 필요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약사회 뿐만 아니라 정부도 일반약 전담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경증 질환자에 대한 적정 관리는 국가 보험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도 일반약 활성화는 의미가 있지만, 전담 부서 부재로 동력을 얻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약국 독점유통 어려운 건기식..."일반약 약사가 끌고, 정부가 뒷받침해야" 건기식은 약국 외 채널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등 관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약국전용 건기식을 표방하던 업체 제품 중에서도 상당수는 이미 약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 결국 약사들은 약국 단독 유통과 고마진을 약속하는 학회 건기식을 찾고, 그 과정에서 마진이 적고 지명구매가 많은 일반약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처방 중심의 약국 운영을 탈피하려는 약사들에게 다양한 일반약 구성은 반드시 필요하고, 약국의 경질환 치료 관리라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은 분명하다. 참약사와 휴베이스, 온누리 등 약국 체인들이 일반약 PB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약국 체인 관계자는 “경증질환 치료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반약 활성화는 중증으로 갈 수 있는 환자의 의료비를 절감하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도 이익이다. 일반약 제품 개발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요구도 있다. 다만 우리가 제약사가 아니기 때문에 만족할 만큼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반약은 건기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가 관리가 까다롭다. 경증 질환 관리에 일반약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식약처도 지나친 규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소홀해진 일반약에 관심을 갖자는 데 크게 공감한다.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과 교육 프로그램에 도움을 줄 부분이 있다면 약사회에도 협조할 뜻이 있다”고 전했다. 약이 아닌 건기식으로 환자 증상을 치료하려는 약국가의 상담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연모(OTC 연구모임) 관계자는 “품목이 다양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환자 증상에 맞춰 추천할 수 있는 일반약들은 있다”면서 “다양한 환자 증상에 따라 판단하면서 상담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매출로 연결되는 쉽고 달콤한 유혹보다는 지루하지만 약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부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며 일반약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당부했다. 건기식은 알고리즘도 만드는데...일반약은 환자관리 도구 부재 건기식은 개인맞춤이라는 명목으로 상담 추천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반약은 환자 관리 도구도 없는 실정이다. 일반약이 지명구매 품목으로만 그치지 않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약국이 환자 관리 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방준석 대한약국학회 회장은 “지나가다 우연히 아무 약국에 들러 일반약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관리와 맞물려 OTC가 활용될 때 일반약도 함께 활성화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낼 수 있는 툴이 약국에 현재 없다. 평생 건강관리 받길 원하는 환자들과 약국을 연결하는 도구가 마련될 때 일반약도 덩달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관리 툴 뿐만 아니라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고 있고, 설령 누적된다고 해도 활용까지는 먼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방 회장은 “아이들 멍 빼는 연고가 젊은 여성들의 다리 멍과 연결됐을 때 사용량이 30~40% 증가했다. 이처럼 의약품 정보가 수요가 있는 환자에게 모두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약사들이 약국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정보를 줄 수도 없다. 환자 관리 도구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며 기술적 뒷받침을 강조했다.2024-01-10 15:17:25정흥준 -
차세대 신약 스탠바이...엔허투·룬수미오 등 급여 정조준[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아무리 효과가 좋은 신약일지라도 환자가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등재가 필수지만 한정된 건보재정 하에 모든 약제들을 ‘급여화’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약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은 올해도 계속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GLP-1·GIP 이중 작용 당뇨병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등 신기술을 장착한 신약들이 올해 대거 급여 도전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신약에 대한 혁신가치 적정 보상안 시행이 예고됐다. 혁신신약이 비용효과성 평가 결과(ICER) 임계값을 초과해도 예외를 인정해 보험급여 관문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그간 급여 관문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던 혁신신약들이 예외 조항을 통해 급여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일리팜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허가된 신약 중 올해 급여 등재가 기대되는 약제 29개를 선정했다. 뇌전증·COPD·유방암 등 다양한 치료영역서 신약 급여 재도전 뇌전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방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허가된 신약들이 올해 급여 재도전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유씨비제약의 뇌전증 신약 브리비액트는 2019년 국내 허가됐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유씨비제약이 생각하는 약가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브리비액트가 뇌전증 치료제 빔팻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0년 허가된 빔팻은 비급여 상태로만 처방되다가, 지난 2018년 철수한 전력이 있다. 한국유씨비제약은 약가를 낮춰 급여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노바티스는 2021년 허가된 럭스터나, 피크레이, 타브렉타의 급여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급여 통과에 가장 가까운 치료제는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럭스터나 약가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럭스터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거친 이후 다음 달 급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PIK3CA 변이 HR+/HER2- 유방암 치료제 피크레이의 급여 재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피크레이는 지난해 5월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통과에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1월 국내 허가된 타브렉타는 MET 엑손14 결손이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위한 표적치료제다. 타브렉타는 2022년 8월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 설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타브렉타와 동일 표적 약제인 머크의 텝메코가 급여 등재 재도전에 나서면서 올해 노바티스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머크는 지난 2월 암질심에서 타브렉타의 급여 기준 설정에 실패한 뒤 급여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머크는 보완된 자료를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COPD 3제 복합제 브레즈트리의 급여 진입에 재도전할 후보로 거론된다. 브레즈트리는 지난해 5월 조건부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급여 성사 여부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경쟁약물인 코오롱제약의 트림보우가 올해 1월부터 급여 출시가 되는 만큼 브레즈트리의 올해 급여 성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허투·지텍, 혁신신약 우대방안 수혜받나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의 ADC 항암제 엔허투와 종근당의 천연물 신약 지텍은 ‘신약 혁신가치 적정 보상안’에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엔허투는 혁신신약의 경제성 평가 우대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허투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개선했다. 임상에서 엔허투는 PFS 28.8개월을 기록하며 기존 캐싸일라가 기록한 6.8개월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4배 가량 연장시켰다. 종근당이 개발한 천연물 신약 지텍도 급여 적용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우대 방안에는 천연물 기반 신약의 약가우대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지텍은 녹나무과 육계나무의 줄기 껍질을 말린 약재인 육계에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신규추출법을 적용해 위염에 대한 효능을 입증한 천연물 의약품이다. 임상2상에서 지텍은 위약과 기존 합성의약품, 천연물의약품 대비 우수한 위염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다케다의 리브텐시티와 화이자 자비쎄프타의 급여 등재 여부도 주목된다. 희귀질환 거대세포바이러스 치료제인 리브텐시티는 지난해 12월 약평위를 통과해 이달부터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에 들어갔다. 리브텐시티의 기전은 바이러스가 세포 숙주 안에서 증식할 때 UL97이라는 키나아제(Kinase)를 방해하는 것이다. 리브텐시티는 기존 CMV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과 치료 불능이 있는 환자들에게 유용한 약제로 알려져 있다. 임상에서 리브텐시티는 기존 치료제 대비 바이러스 음전율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났다. 화이자는 건보공단과 항생제 자비쎄프타의 약가협상을 진행 중이다. 자비쎄프타는 지난해 9월 약평위 통과 후 건보공단과 11월 본격 협상을 시작한 바 있다. 자비쎄프타는 현재 국내에서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항생제다. 해당 치료제는 CRE를 포함한 그람음성균 감염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GIFT 1호 의약품 룬수미오, 급여 심사 돌입…오젬픽·마운자로 등 급여 논의 주목 로슈는 이중특이항체 림프종 치료제 2종의 급여 도전에 나선다. CD20xCD3 이중특이항체 룬수미오와 컬럼비가 그 주인공이다. 소포성림프종 치료제인 룬수미오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FT, 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1호 의약품으로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획득했다. 로슈는 GIFT 외에도 허가-급여 연계제도를 신청한 상황이다. 룬수미오는 기성품으로 출시돼 치료제 제조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투여할 수 있고, 입원할 필요 없이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 컬럼비는 두 가지 이상 전신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지난달 7일 국내 허가됐다. 컬럼비는 기존 치료제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효과를 증명했다. ADC 약물인 길리어드 트로델비 역시 급여 성사가 주목되는 약제다.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인 트로델비는 지난해 11월 보험급여 첫 관문인 암질심 통과에 성공했다. 트로델비는 최초의 Trop-2 표적 ADC로 세포표면항원 Trop-2에 결합하는 단클론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DNA 회전효소 억제 약물(TOP1 inhibitor payload) 'SN-38'로 구성된다.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들의 급여 도전도 주목된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은 2형 당뇨병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지난 2022년 허가됐다. 오젬픽은 지난해 5월 약평위로부터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급여 등재 신청을 철회했다. 여기에는 오젬픽의 공급 부족 사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젬픽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난을 겪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보이며 수요가 공급을 한참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했다. 같은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 역시 국내 허가됐지만 현재까지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올해 급여 신청이 기대되는 약제 중 하나다. 마운자로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한 GLP-1과 또 다른 호르몬인 GIP에 이중 작용하는 약물로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 임상에서 마운자로는 당뇨병이 없고 비만하거나 동반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과체중 성인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SURMOUNT-1 임상3상 결과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릴리는 마운자로를 필요로 하는 2형 당뇨병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구 복용가능한 칼시토닌 관련 유전자 펩타이드(CGRP) 계열 편두통 치료제 아큅타를 개발한 애브비의 행보도 주목된다. 아큅타는 지난해 11월 성인 편두통 예방 약제로 국내 허가됐다. 이로써 아큅타는 국내에서 만성·삽화성 편두통 예방 치료를 위해 허가된 최초 CGRP 계열 치료제가 됐다. 급여조건이 관건이다. 현재 CGRP 표적치료제 중 주사제인 릴리 앰겔러티와 한독테바 아조비에 까다로운 급여조건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앰겔러티와 아조비를 급여로 처방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일수가 15일 이상이면서, 그 중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투여 시작 전 편두통장애척도(MIDAS) 21점 이상 또는 두통영향검사(HIT-6) 60점 이상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 약제에서 치료 실패를 보여야 하는 등 복잡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국내 최초 경구 CGRP 치료제 타이틀을 확보한 아큅타가 편두통 치료 급여 기준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2024-01-10 06:20:23손형민 -
팔기 쉽고 규제 덜한 건기식...일반약이 외면 받는 이유[데일리팜=강혜경 기자] 4884품목 vs 3만6821품목. 2022년 기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품목수로, 건기식 품목이 일반약 대비 7.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약이 가까스로 더딘 성장을 보이는 사이 건강기능식품은 날개를 달고 점차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평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깐깐한 규제에 갇힌 일반약에 비해 건기식이 가지는 유연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일반약의 경우 개발부터 광고·마케팅까지 규제를 받는 반면 건기식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그때 그때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출시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판매 채널을 다각화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플 때 먹는 약, 안 아플 때 먹는 건기식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우리나라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연 1회 이상' 건기식을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건기식협회가 전문 리서치 기관과 함께 전국 6700가구를 대상으로 구매지표를 조사한 결과 2023년 구매 경험률은 81.2%를 보였다. 가구당 평균 구매액은 약 36만원이며, 2019년(31만 6129원)부터 꾸준히 평균 구매액이 강화되는 추이로 나타났다. 건기식 산업 역시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2018년 500개였던 업체 수는 2022년 566개로 늘어났으며,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74억원으로 확인됐다.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 비율이 지난 5년 간 평균 65.9%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상위사의 경우 매년 가파른 매출 증대를 보이고 있다.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기능성 원료는 '홍삼'이었으며 ▲비타민(종합 및 단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EPA·DHA 함유 유지(오메가-3) ▲체지방감소제품 ▲단백질보충제 ▲당귀추출물 ▲콜라겐 ▲밀크씨슬추출물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들이 건강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기 전부터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100억 매출 어렵다"…개발부터 광고까지 '산넘어 산' 일반약을 주력으로 하는 제약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쉽게 말해 인풋 대비 아웃풋이 적다는 것이다. 허가 관리부터 광고까지 과도한 규제가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분 제제 관련 임상문헌·논문 등을 근거로 별도 허가 신청을 받아야 국내 시판허가 권한을 획득할 수 있는 데다 임상재평가 기준 역시 까다롭다 보니 첩첩산중이다. 고액을 투자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해도 제한이 많아 인지도나 홍보 측면에서 숙성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0억원 매출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장장 10~20년을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특히 광고·마케팅에 있어서의 규제는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해당 제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TV, 신문 등 언론자료를 인용할 수 있고 식약처장이 인정한 기능성 내용은 체험담을 소개할 수 있다고 명시된 반면, 의약품의 경우 허가·신고받은 사항에 대해서만 기재가 가능하다. '최고'나 '최상' 같은 절대적 의미를 담은 단어는 물론 '스트레스', '면역' 등 건강과 관련된 일반적인 단어의 사용도 제한된다. 여기에 2021년 12월부터는 원료 원산지 광고 금지, 어린이 의약품 복용 장면, 캐릭터 디자인 광고 금지 등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더욱 규제가 심화됐다. '의약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허위·과장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하겠다'는 목적이 깔려있지만, 점차 타이트해지는 광고 규제로 인한 속앓이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의약품광고자율심의위원회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비율 역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의약품광고자율심의위원회가 매주 접수된 광고물을 심의해 ▲적합 ▲수정적합 ▲수정재심 ▲부적합 ▲반려 결론을 내리는데, 최근 3년 새 부적합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광고 심의 건수 대비 부적합 비율을 살펴보면, 2021년의 경우 8306건 가운데 141건(1.7%)이, 2022년은 9245건 가운데 85건(0.9%)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2023년에는 7995건 가운데 247건(3.2%)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비율이 높았던 지난해의 경우 적합은 4588건, 수정 후 재심의를 받은 건수는 3160건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제약사가 일반약과 유사한 명칭의 건기식을 출시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우루사를 떠올리게 하는 '우루샷', 임팩타민을 연상하게 하는 '임팩타뮨', 경옥고가 떠오르는 '경옥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중 광고는 소비자 입장에서 쉽고 재미있게 느껴야 하는데 허가 사항으로 쓰이지 않는 면역, 스트레스와 같은 단어를 일체 쓸 수 없고 먹는 장면 등 금지된 이미지도 많아 일반약 광고는 늘 딱딱하고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물론 건기식과 일반약은 엄연히 차이가 있고, 소비자들도 일반약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은 편이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건기식에 비해 일반약 광고 규제는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건기식 광고가 범람하면서 소비자의 일반약 선택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전북대 약학대학 교수는 "건기식과 일반약은 성분이 중복되는 영역도 있는데 건기식은 식품이고 일반약은 의약품에 속한다는 이유로 일반약이 과다한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많은 제약사에서 의약품이 아닌 동일성분 건기식으로 허가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동일 성분이지만 일반약, 건기식이 혼재하면서 관리 체계가 불명확하고 점점 관리가 쉬운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약, 가뜩이나 마진 없는데…"가격비교 골치" 약국도 일반약 앞에서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얻는 정보가 많아지다 보니 지명구매가 늘어나고, 셀프메디케이션 추세에 맞물려 약국도 오픈매대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역매품이라는 의미조차 퇴색하고 있다는 게 약사들의 얘기다. 결국 지명도가 높은 광고품목의 매출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마진을 적게 남기는 소위 '난매약국'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약사는 "가격비교가 가장 큰 골치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값 싼 '성지약국' 정보가 나오고, 영수증 인증을 통해 최저가를 찾아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며 "동네약국의 일반약 판매는 더욱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급하게 필요한 소화제나 해열진통제 1~2통은 가격 비교 없이 구매할지라도 개수가 많아지거나 영양제 등이 포함될 때는 '성지약국'을 찾는 게 보편화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약사도 "약국의 일반약은 차별성이 없다. 오로지 가격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여기에 염증을 느낀 약사들을 중심으로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건기식의 경우 약국 거리제한으로 어느 정도 독점권이 보장되는 데다, 마진 또한 높다 보니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약사는 "특히 건기식 시장 가운데 약국이 차지하는 포션이 3% 밖에 되지 않다 보니, 이 포션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오다"면서 "소위 학회나 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의 경우 환자의 약력이나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약국이 갖는 강점 중 하나다. 약국은 환자의 복용 약력을 토대로 복용할 건기식을 조합해 주고, 관리해줄 수 있는 측면에서 기타 판매처보다 우위를 갖는다는 것. 이 약사는 "일반약은 약사 고유의 영역으로 포기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라며 "다만 제약사의 탈 일반약화, 소비자 인식 변화, 일반약 취급에 있어서 한계점에 대해서는 제약과 약국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2024-01-09 17:44:56강혜경 -
포시가·자누비아 제네릭 전쟁 격화...듀카브 분쟁 촉각[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해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와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우선판매품목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지난해 두 제품 제네릭이 대거 발매된 상황에서 올해 당뇨병 치료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올 상반기 포시가의 국내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연 500억원 규모의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기존에 시장 포화로 제네릭 판매를 고민하던 업체들의 대거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시가 제네릭, 본격 경쟁은 올해부터…오리지널 500억 공백 타깃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포시가·직듀오 제네릭 우판권이 지난 7일 만료됐다. 당장 이튿날인 지난 8일자로 7개 제약사가 9개 단일제·복합제 제네릭을 급여 등재하며 제품을 발매했다. 제약업계에선 내달 이후로 더 많은 제약사가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86개 제약사가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단일제 제네릭을, 58개 제약사가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복합제를 각각 허가받은 상태다. 이 가운데 급여 목록에 제품을 등재한 제네릭사는 단일제의 경우 73곳, 복합제의 경우 42곳이다. 향후 제네릭사 10곳 이상이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오리지널 제품인 포시가의 국내시장 철수를 결정한 점도 제네릭사들의 추가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근거로 분석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말 포시가의 국내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 품목은 단일제인 포시가에 한정된다. 회사 측은 “포트폴리오 정비 차원의 결정”이라며 “2024년 상반기까지 철수 작업을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포시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처방액은 422억원이다. 연말까지 530억원 가량 처방실적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연 500억원 규모의 시장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80개 이상 제약사가 제네릭을 허가받을 정도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는 점에서, 연 500억원 규모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포시가 제네릭을 급여목록에 등재하고도 사실상 제품을 판매하지 않은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포시가 특허 만료 이후 상당수 제약사는 서류상으로만 제품을 등재한 상태로 별도 판촉 활동을 전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제네릭사 50곳 이상의 지난해 2·3분기 누적 처방실적이 1억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경쟁은 매우 치열한 반면 그로 인한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고민을 공통으로 안고 있었다. 그러나 오리지널 약물인 포시가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제품 판매를 고민하던 제약사들이 본격적인 판촉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6월 자누비아 제네릭 우판기간·트라젠타 물질특허 동시 만료 이어 올해 6월이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제네릭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선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자누메트 제네릭의 우판기간이 6월 1일자로 만료된다. 우판기간 만료 이후 관련 우판권을 받지 못했던 제네릭사들의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자누비아·자누메트 물질특허는 지난해 9월 만료됐다. 이후 60여개 업체가 관련 제품을 급여 등재했다. 제네릭 허가만 받은 상태로 급여 목록에 제품을 등재하지 못한 제약사는 20곳 이상에 달한다. 6월 이후 20여개 업체가 추가로 자누비아·자누메트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같은 달 8일에는 또 다른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트라젠타(리나글립틴)의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한달 새 DPP-4 억제제 열 당뇨병 약물 중 시장 1·2위 제품의 우판기간 혹은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셈이다. 이미 63개 업체가 트라젠타·트라젠타듀오 제네릭 허가를 받고 출격 대기 중이다. 단일제인 트라젠타 제네릭 49개사, 복합제인 트라젠타듀오 제네릭 61개사 등이다. 트라젠타의 경우 미등재 특허 극복 여부가 관건이다. 제네릭사들은 트라젠타 물질특허를 제외한 나머지 등재 특허를 모두 회피 혹은 무효화한 상태다. 등재 특허만을 기준으로 하면 내년 6월 이후 제네릭 조기발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등재 특허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트라젠타 미등재 특허는 1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제네릭사들은 베링거인겔하임과 트라젠타 미등재특허를 두고 특허분쟁 중이다. 미등재 특허의 경우 제네릭사가 회피 혹은 무효화하지 않아도 제품을 허가받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실제 제품 발매는 사정이 다르다. 미등재 특허를 극복하지 않은 채로 제품을 발매할 경우 오리지널사와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오리지널사가 특허침해 소송과 함께 제품 발매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경우 제네릭 발매 시점이 늦춰질 우려가 있다. 본안 소송인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네릭사 입장에선 제품 발매를 위해 미등재 특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따라 듀카브·엔트레스토 제네릭 조기발매 가능 상황에 따라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와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 제네릭이 올해 중 조기 발매될 가능성도 있다. 두 약물의 특허분쟁은 현재 대법원에서 다뤄지는 중이다. 만약 대법원이 올해 안에 제네릭사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을 내릴 경우 듀카브 핵심용량 제네릭과 엔트레스토 제네릭 조기발매가 가능해진다. 듀카브 특허분쟁의 경우 알리코제약 등 46개 업체가 지난 2021년 3월 보령을 상대로 제기했다. 다만 제네릭사들은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했고,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만약 듀카브 특허분쟁에서 제네릭사들이 역전에 성공할 경우 30여개 업체가 핵심용량인 30/5mg 제품의 제네릭을 발매할 수 있다. 듀카브의 지난 2022년 처방액은 484억원이다. 지난해엔 연간 처방액이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월 물질특허가 만료됐지만, 보령은 핵심용량 특허의 방어에 성공하면서 듀카브 처방실적을 지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엔트레스토 특허의 경우 1·2심에서 제네릭사들이 승소했다. 노바티스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엔트레스토 특허분쟁에는 20여개 업체가 도전 중이다. 올해 안에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낼 경우 제네릭 조기 발매가 가능해진다. 엔트레스토의 2022년 처방액은 40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까지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2024-01-09 06:20:56김진구 -
글로벌 진출과 상업성 시험대...제약, R&D성과 쏟아진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연구개발(R&D) 성과를 속속 내놓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자체개발한 항암신약 렉라자는 미국 시장 입성 가능성이 제기된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데뷔한다. SK바이오팜과 한미약품이 미국에 진출한 신약 제품들도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국내개발 보툴리눔독소제제의 글로벌 진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개발 신약은 지난해 등장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제일약품 자회사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 가장 상업화에 근접했다. 유한양행 항암신약 렉라자 FDA 허가 기대감...국내 매출 확대 전망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이르면 올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가 예상된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지난해 말 FDA에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신약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렉라자를 기술수출 했고 이때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 달러를 받았다. 이번 허가 신청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MARIPOSA 임상3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임상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개선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PFS는 23.7개월,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16.6개월 기록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질병 진행과 사망위험을 30%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렉라자가 FDA 허가를 통과하면 유한양행의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렉라자는 1차치료제 급여로 국내 시장 매출 확대를 예약한 상태다. 올해부터 렉라자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렉라자의 1차 치료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후 6개월만에 건강보험 급여 관문을 통과했다. 렉라자의 1차치료제 급여 적용으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렉라자는 2차치료제에 한해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데도 처방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렉라자는 2022년 161억원의 매출로 발매 2년째에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렉라자의 매출은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렉라자의 1차치료제 급여 적용으로 881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산술적으로 올해 렉라자의 매출이 1000억원 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녹십자, 혈앨제제 알리글로 FDA 허가...올해 미국 공략 본격화 녹십자의 혈액제제는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상업적 경쟁력을 평가받는다.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FDA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녹십자는 2020년 완료된 북미 임상 3상에서 FDA 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모두 만족시켰다. 임상 3상시험에서 일차 면역결핍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 48명에게 알리글로를 12개월 동안 투여한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알리글로는 혈장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아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 중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04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녹십자는 2020년 IVIG-SN10% 알리글로의 북미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2021년 2월 FDA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작년 2월 FDA로부터 품목허가 연기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평가를 2021년 4분기에 진행했는데, FDA는 생산시설에 대한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허가 연기를 결정했다. 녹십자는 오창공장의 GMP 실사를 완료한 이후 FDA와의 협의를 거쳐 작년 7월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했고 허가 신청 5개월 만에 최종적으로 승인 통보를 받았다. 국내 개발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알리글로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 케이캡 미국 임상3상 종료 예고...미국 시장 진출 초읽기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HK이노엔은 지난 2021년 12월 미국 제약사 세벨라의 자회사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와 케이캡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으로 250만 달러를 수취하고, 임상·허가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5억3750만 달러를 추가로 수령하는 조건이다.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는 2022년 4월 케이캡의 임상1상시험을 완료했고 2022년 10월 미국 임상3상시험을 시작했다. 케이캡의 미국 임상시험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및 치료효과 유지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테고프라잔과 PPI계열 간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2건이 진행 중이다. 케이캡의 미국 임상3상은 올해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케이캡과 동일한 P-CAB 계열 약물 보?자가 FDA 허가를 받은 상태다. 보노프라잔 성분의 보?자는 발암물질 관련 안전성 이슈로 허가가 지연됐지만 개발사 패썸 파마슈티컬스가 불순물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 허가를 받았다. 케이캡이 미국 임상3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다면 FDA 허가와 미국 출시는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케이캡은 국내 시장에서 상업성을 입증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3분기 누계 처방실적이 1141억원을 기록했다. 케이캡은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제품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사 전후 상관 없이 복용이 가능한 점 등 장점을 앞세워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케이캡은 출시 3년째인 2021년 처방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0억원을 넘어섰다. SK바이오팜·한미약품, 미국 판매 신약 성장 기대감 SK바이오팜과 한미약품이 미국 시장에 내놓은 신약의 매출 성장도 기대되는 R&D 성과다.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급성장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초기 개발부터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했다. 부분발작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된다. 2020년 5월부터 현지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2020년 2분기 첫 매출 21억원을 발생한 이후 매 분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분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539억원, 634억원의 매출을 발생했고 3분기에는 757억원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에서 기록한 누적 매출은 4531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개발 신약이 미국에서 기록한 가장 큰 매출이다. SK바이오팜은 2029년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뇌전증 전문의에서 일반 신경 전문의 등으로 집중 프로모션 대상을 넓히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과 연령 확대를 추진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노바메이트의 전신발작 적응증 확대, 아시아 3개국 3상을 동시 가동한다. 2025년까지 투약가능 연령을 소아·청소년으로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관문을 통과한 롤론티스도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롤론티스는 골수억제성 항암화학요법을 적용 받는 암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된다. 과립구(granulocyte)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키는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로 암젠의 블록버스터 약물 뉴라스타와 유사한 작용기전을 나타낸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2년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이전했고 2021년 9월 FDA로부터 롤베돈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받았다. 미국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에 달한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4월 중추신경계·통증·염증 전문 제약사 어썰티오홀딩스에 인수됐다. 롤베돈은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560만 달러(약 200억원)와 2100만 달러(약 28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휴젤·메디톡스, 보툴리눔제제 미국 허가 기대감...동아에스티,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진출 국내개발 보툴리눔독소제제의 미국 진출도 올해 기대되는 R&D성과다. 휴젤은 올해 보툴리눔독소제제의 미국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9월 FDA에 보툴리눔독소제제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당초 휴젤은 2022년 10월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4월 보완요구서한을 받았다. 휴젤은 공정설비와 일부 데이터 등에 대한 보완 작업을 완료하고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휴젤은 올해 1분기 내 레티보의 품목허가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개발 보툴리눔독소제제 중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유일하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말 동물성 액상 보툴리눔독소제제 'MT10109L'의 FDA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 의료기관에서 총 1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MT10109L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시험 5건을 완료했다.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미간주름 및 눈가주름 개선율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 반복 투여를 통해 장기 안전성도 확보했다. MT10109L은 메디톡스가 앨러간에 기술이전했지만 권리가 반환된 제품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앨러간과 최대 3억6200만 달러 규모의 보툴리눔독소제제 MT10109L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앨러간을 인수한 애브비가 지난 2021년 권리를 반환했다. 메디톡스는 MT10109L 권리 반환 이후 임상결과 분석 등의 작업을 거쳐 2년 만에 FDA 허가를 신청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첫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진출도 가시화 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는 지난 5일 FDA 허가신청이 완료됐다. 동아에스티의 파트너사 인타스의 자회사 어코드 바이오파마가 작년 10월 FDA 제출한 품목허가 신청서가 최종 승인됐다. 품목허가 신청은 미국과 유럽의 스텔라라와 DMB-3115간의 품질 동등성 입증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만성 판상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고 DMB-3115는 스텔라라와 치료적 동등성이 입증됐으며, 안전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DMB-3115는 지난 2013년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메이지세이카파마가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2020년 7월 효율적인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동아에스티로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권리가 이전됐다. 동아에스티는 2021년 7월 다국적 제약사 인타스와 DMB-3115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인타스는 한국과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의 허가와 판매에 관한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인타스는 미국의 어코드 바이오파마와 유럽, 영국 및 캐나다의 어코드 헬스케어를 포함한 전 세계 계열사를 통해 DMB-3115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와 메이지세이카파마는 DMB-3115의 연구개발과 인타스와 어코드 바이오파마, 어코드 헬스케어(Accord Healthcare)에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타스 자회사 어코드 헬스케어는 지난해 7월 유럽의약품청에 DMB-3115 품목허가 신청서 접수를 완료했다. 온코닉, P-CAB신약 올해 허가 전망...국내제약, 2년 만에 신약 배출 가능성 올해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중 온코닉테라퓨틱스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 가장 상업화 단계에 근접했다.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6월 식약처에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 신청은 국내 28개 의료기관에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2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3상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임상시험은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대상으로 자스타프라잔 20mg 또는 에소메프라졸 40mg을 4주·8주 투여하고, 이에 따른 유효성·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유럽소화기학회에서 자스타프라잔의 임상3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자스타프라잔은 97.9%의 높은 치료율을 나타냈다. 4주간 투여 시 비교군보다 7.44% 높은 치료율을 보였다. 자스타프라잔이 대조약인 에소메프라졸 대비 약효와 안전성 측면에서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스타프라잔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뿐만 아니라 위궤양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자스타프라잔이 허가를 받으면 국내제약사는 2022년 11월 엔블로 이후 2년 만에 신약을 배출한다. 0 국내 제약사들은 2021년과 2022년에 총 6개의 신약을 허가 받았다. 2021년 1월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가 허가 받았고 2월과 3월에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치료제 렉키로나와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가 각각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2021년 12월에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국내 개발 34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2년에는 2개의 국내개발 신약이 허가 받았다. 2022년 6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가 국내 개발 신약 35호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스카이코비원멀티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코로나19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워싱턴대 항원디자인연구소의 '자체 결합 나노입자'(Self Assembly Nanoparticle) 디자인 기술이 적용됐다. 2022년 12월 대웅제약이 당뇨치료제 엔블로를 국내 개발 36번째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엔블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사·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엔블로는 국내에서 개발된 첫 번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해 혈당을 낮추는 기전이다. 지난해에는 국내제약사가 허가받은 신약이 없었다. 국내 제약사기업들은 2020년 이후 3년만에 신약을 배출하지 못했다.2024-01-08 06:20:04천승현 -
"약보다 더 약 같은 건기식"...허위·과장 광고 범람[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단기간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됐을까. 지나친 마케팅 경쟁은 의약품까지 넘보는 허위·과대광고로 이어지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약보다 더 약 같은 식품들의 과대광고가 범람하고, 의·약사를 사칭하는 허위 광고까지 나오면서 건강기능식품·건강식품 시장은 얼룩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시·광고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 산업 성장에만 집중된 건기식(식품) 규제 완화 정책이 그동안 불안정한 시장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한다.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이 영양제 시장을 외면하는 건 한순간이라며 약과 식품을 넘나드는 허위·과대광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27% 커질 때 광고 2.5배 급증...무분별한 SNS 마케팅 쏟아져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19년 4조8936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3년 6조2022억원으로 약 27% 성장했다. 건기식협회 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한 광고 심의건수는 2019년 1만2816건에서 2022년 3만1251건으로 2.5배 급증했다.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들까지 포함한다면 건기식 시장은 마케팅 전쟁 속에서 덩치를 키워왔다. 광고심의위원회는 매주 1번씩 연간 약 50회(2022년 기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협회의 표시광고 모니터링팀은 심의받지 않은 광고들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건기식 업체들은 광고 심의여부를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믿을만한 광고인지 확인할 수 없다. 결국 한 알로 고혈압을 극복했다거나, 잘 때 먹으면 월 2만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광고들의 인증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은 어지럽혀지는 것이다. 협회 광고심의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로 건기식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광고 심의도 많이 늘어났다. 설과 추석이 있는 주를 제외하고는 매주 1번씩 심의하고 있다”면서 “사무처에서 가이드라인으로 1차로 걸러내 위원회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의는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릴스 등에서 하는 건기식 광고도 전부 심의하고 있다. 일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건기식 제품 광고를 위해선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광고 심의필증을 표시하는 건 영업자 선택이라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확인한 최근 5년 건기식 허위과대광고 건수를 보면 2019년 9436건이 적발됐다. 그 해 심의위 광고심의건수가 1만2816건이었던 것을 보면 자율심의가 허위과대광고를 유의미하게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정부 합동점검 예고에도 기대감 제로...솜방망이 처분으론 역부족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에서도 건기식(식품) 부당광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도 의약품으로 오인하거나, 없는 기능성을 있는 것처럼 속인 부당광고 182건을 적발한 바 있다. 올해는 정부합동점검도 예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방식약청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식품 등 부당 광고관리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모니터링과 점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질병 예방 치료 효과 표방,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 소비자 기만 광고 등이 집중점검 대상이다. 적발 사항은 식품행정통합시스템에 등록하고, 사이트 차단 조치를 요청한다. 필요 시 고의·상습 부당 광고 업체는 고발할 예정이다. 그만큼 식품 부당 광고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합동기획점검 예고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적은 이유는 처분의 강도가 솜방망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로 처분을 받더라도 식품은 영업정지 15일, 건기식은 1개월에 불과하다. 표시·광고 심의 대상이면서 심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품목 제조 정지 15일에 그친다. 건기식 협회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모니터링에서도 법적인 판단이나 유권해석을 할 순 없다. 광고심의를 받은 건인지는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기식은 의약사 마케팅도 허용...약과 달리 느슨한 규제 무엇보다 건기식 광고는 약과 달리 규제 문턱이 낮다. 의약품은 의사·약사 등 전문가가 보증한 것으로 오해할 만한 광고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반면 건기식 광고는 의약사가 해당 제품의 연구나 개발에 직접 참여한 사실은 광고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있다. 결국 의약사 마케팅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의약사 사칭 광고로 의약단체가 공동 고발한 사건도 이 같은 광고 허용 조항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사칭 광고로 118억원이 넘는 부당수익을 얻었다며 지난 11월 대검찰청에 고발한 건은 현재 고발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윤영미 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건기식은 의약품과 다르지만 중첩되는 성분들도 있다.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라면 부작용이 과소평가 되거나, 효과가 과대 광고되는 건 오남용을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사회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조언자이자 전문가인 의약사를 사칭하는 행위에 대해선 향후에도 강력 대처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기능성표시식품 등은 사각지대에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 전 직원으로부터 고발된 여에스더의 과대광고 이슈도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건기식협회 관계자는 “글루타치온 등 일반식품 일부 위반으로 안다. 그런데 일반식품이라면 협회가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업무 범위 밖”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능성표시식품은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광고심의를 맡고 있으며, 건강식품과 건강보조식품 등은 광고 심의기구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결국 식품 전체 분야로 놓고 보면 허위과대광고 사각지대가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는 것이다. 광고 심의기구 2곳으로 확대...“약사도 심의 필참해야” 지난달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건기식 자율심의기구로 인정받으면서, 건기식협회와 함께 총 2곳이 건기식 광고심의를 맡게 됐다. 현행법상 건기식 광고심의위는 10~25명 내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 자격은 ▲관련 산업계 종사자 ▲소비자단체 추천자 ▲변호사 ▲식품 등의 안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단체장 추천자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작년 심의위에는 의약학 전문으로 4명이 참여했는데 3명은 의사였고, 약계에서는 약대 교수 1명이 전부였다. 올해에는 추가 심의기구가 늘어나지만 위원회 구성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에서 건기식으로 전환하거나, 또는 건기식이 의약품 효과를 넘보는 과대광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약사들이 광고 심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약사회 맞춤 소분건기식을 담당하고 있는 조양연 부회장은 “소비자를 오인, 기만하는 광고들이 범람하고 있다. 또 의약품처럼 광고하는 식품들도 많다. 만병통치약 수준의 광고들이 남발하고 있다. 처벌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허위 과대광고 문제와 사회적 이슈가 반복되면 건기식 시장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규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조 부회장은 “광고 심의에 약사들이 고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별도로 새로운 건기식 심의 단체를 인정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2024-01-07 21:55:32정흥준 -
건기식 고속성장...셀프메디케이션 일반약 입지 흔들센트룸 필두 베로카·써큐란·토비콤·살사라진 '건기식 전환'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국 경영의 꽃은 일반약이라고 했던가. 약사만 취급할 수 있는 고유영역으로서 일반약 비중이 경기침체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인해 점차 줄고 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반약과 비교할 때 규제나 광고가 자유롭고 판매처 역시 약국에 국한되지 않다 보니 건기식 업체는 물론 제약사들도 건기식 전환에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약국도 일반약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지만 지명 구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마진도 낮다 보니 재미를 찾기 쉽지 않다. 여기에 박리다매식 대형규모 약국이 지역별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약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약국의 일반약 시장은 10년 새 더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건기식 시장은 고공행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새 생산액 167% 성장…건기식 '날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건기식 생산액은 무려 167% 성장했다. 2022년 건기식 생산실적은 2조8050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과 비교할 때는 23.9%,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할 때는 167.1% 증가했다. 생산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12년 1조500억원 ▲'13년 1조400억원 ▲'14년 1조1200억원 ▲'15년 1조1300억원 ▲'16년 1조4700억원 ▲'17년 1조4800억원 ▲'18년 1조7300억원 ▲'19년 1조9464억원 ▲'20년 2조2642억원 ▲'21년 2조7120억원 ▲'22년 2조8050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품목수 역시 2012년 1만2495품목에서 2022년 3만6821품목으로 2만4326품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6조2000억원 규모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강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건강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헬스디깅(health digging) 트렌드에 힘입어 건기식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2019년 4조8936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약 5년 만에 27% 가까이 커졌다"고 말했다. 구매 경험률 역시 81.2%로,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연 1회 이상 건기식을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약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56.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건기식의 높은 성장세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022년 일반약 생산액은 3조5848억원으로 젼년도 3조692억원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생산실적 3조원을 넘긴 2019년 3조2245억원과 비교할 때는 더딘 속도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감기약을 필두로 한 일반약 시장의 팽창을 감안하면 매우 더디다고 할 수 있다. 쪼그라드는 일반약, 전문:일반 비율 8대 2에서 8.6대 1.4까지 '뚝' 일반약 생산실적과 별개로 품목수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의 일반약 비중은 점차 줄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약 품목수는 10년새 무려 1000품목 넘게 줄어들었다. 2012년 5994품목에서 2022년 4884품목으로 1110품목 줄어든 것이다. 2014년 6075품목으로 소폭 증가하는 듯 했지만 ▲'15년 5624품목 ▲'16년 5477품목 ▲'17년 5652품목 ▲'18년 5336품목 ▲'19년 5478품목 ▲'20년 5280품목으로 증감이 반복되는 추이를 보이다 2021년 4807품목, 2022년 4884품목으로 떨어졌다. 반면 전문의약품 품목수와 생산액은 점차 늘고 있다. 2022년 전문약 생산액은 21조9864억원으로 2012년 11조4526억원과 비교할 때 10년 새 92.0% 성장했다. 품목수 역시 9860품목에서 1만6414품목으로 6554품목 늘어났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8대 2 비율이던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비중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5년새 전문약:일반약 비율을 보면 ▲'18년 84.0대 16.0 ▲'19년 83.7대 16.3 ▲'20년 84.9대 15.1 ▲'21년 86.3대 13.7 ▲'22년 86.0대 14.0으로 8.6대 1.4로 갭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약국 밖으로…눈 돌리는 제약사 일반약에서 건기식이나 안전상비약으로,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수없이 많다. 화이자는 2017년 센트룸을 건기식으로 전환하고 기업형 슈퍼마켓과 온라인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했다. 당시 화이자는 "국내에서는 일반약이지만 해외에서는 식이보충제로 분류돼 해외직구가 활발했었다"며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를 필두로 바이엘코리아 베로카, 고려은단 비타민C1000 등도 건기식으로 전환된 게 사실이다. 이후에도 동아제약 써큐란, 휴온스 살사라진, 안국약품 토비콤도 일반약에서 건기식으로 전환됐다. 제약사를 대표하는 유명품목부터 장수품목까지 건기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이유는 바로 친숙성 때문이다. 약국과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일반약을 건기식으로 전환할 경우 유통망을 넓혀 매출을 증대할 수 있고 일반약 임상재평가, 광고 규제 등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최근에는 유명 일반약과 유사한 이름과 성분을 사용해 SNS 등을 통해 B2C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제약사도 늘며 약국가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밖에도 판피린티정, 판콜에이내복액, 어린이부루펜시럽, 어린이타이레놀정80mg, 어린이타이레놀무색소현탁액, 타이레놀정160mg, 타이레놀정500mg, 닥터베아제정, 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신신파스아렉스, 제일쿨파프 등 13품목이 2012년 안전상비약으로 빠져 나갔으며 리도맥스와 같이 전문약으로 완전 전환한 품목도 있다. 약사들은 산업계로 하여금 '탈 약국', '탈 일반약'을 조장하는 법과 제도가 궁극적으로 소비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려는 경증 환자들 조차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사례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약사는 "약국에서 커 약국 밖으로 나가버리는 품목부터 저마진, 공급가격 인상 등 잇단 악재로 인해 약국의 일반약 시장이 2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SNS를 통해 '한 알만 먹으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고, 비염이 낫고, 여드름이 사라지는' 허위·과장 광고 건기식과 식품이 범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약 보다 나은 건기식은 물론, 건기식 판매에 치중하는 일부 약사들도 적지 않다는 것. 이 약사는 "건기식과 약은 같을 수 없다.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목적에서 건기식을 섭취하는 것은 관계없지만, 건기식으로 난치성질환을 고친다는 식의 도 넘는 광고·홍보는 SNS는 물론 약국에서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건기식 시장이 커질수록 일반약 시장의 입지가 흔들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2024-01-05 18:43:44강혜경 -
문턱 높아진 일반약 허가...일회성에 멈춘 '스위치 OTC'[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스위치 OTC(Switch OTC). 최초 허가시에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사용경험이 축적된 이후, 동시분류(효능·효과별 분류) 또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약으로 사용하다가 오랜 사용기간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할 수 있는 제도다.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 제5조(분류재평가)를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재평가 시 해당 의약품에 대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분류를 변경할 수 있다. 규정만 보면 효능 또는 성분별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언제든 분류재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스위치 OTC는 2012년에 멈춰있다. 일회성에 그친 스위치 OTC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2년 품목분류를 통해 207개 성분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했다.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에서 분류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비자 단체와 의·약단체가 의약품 재분류를 신청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재분류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의약품안전국장을 단장으로 2개팀(30명)을 꾸렸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마련한 '분류세부기준(알고리즘)'을 통해 전문약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마지막에 남는 의약품이 일반약으로 전환했다. 특히 국내 사용기간이 10년이 경과되고(2001년 이전 허가), 의약선진외국(8개국)중 5년 이상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는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 부작용 발현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고 국내·외 충분한 사용경험이 축적된 잔탁정75mg(라니티딘), '로라타딘정',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 등 207개 성분이 일반약으로 전환됐다. 식약처는 2013년부터 의약품 품목 허가(신고) 갱신제도를 통해 5년 마다 정기분류를 진행하고, 수시분류는 제약회사, 의·약단체, 소비자단체 등의 분류변경 신청 시마다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시분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급여 등재가 이뤄진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려는 제약회사가 없을 뿐더러, 2012년처럼 의약품재분류를 위한 부서도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제약회사의 신청이 있어야 품목군별로 필요에 따라 재분류가 이뤄진다"며 "2021년 3월 제약회사의 분류변경신청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검토해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분류된 사례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약 허가 문턱 높아져...상시 재분류 필요 목소리 의약품 수시분류가 어려운 이유는 전문의약품 또는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신청한 제약회사가 변경을 요청하거나, 식약처가 재평가 기준에 맞춰 변경을 검토할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국내 사용경험이 많은 전문약이라더라도 급여권에 있다면 일반약으로 전환 신청하기 쉽지 않다"며 "일반약 전환은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스위치 OTC의 주체가 통상적으로 제약회사이기 때문에, 스스로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1월부터 의약품 품목허가 신고 심사 규정에서 '외국의약품집 관련 자료 면제' 삭제로 일반약 허가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한 ▲스위치 OTC ▲표준제조기준 확대 ▲자료제출범위 조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국내 의약품 생산을 활성화 하기 위해 1970년대 도입된 외국의약집 수재 품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심사 면제 제도가 사라진 가운데, 일반약 허가를 위해 비임상·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건 현실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는 외국의약품집 관련 문구 삭제 당시 표준제조기준 확대, 제출자료 간소화 등 신규 의약품 개발이 가능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해왔다"며 "비급여 전문약이나 급여 적응증 축소 및 삭제 등이 이뤄지는 전문약의 경우 일반약으로 전환하는게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해외처럼 상시적으로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제도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스위치 OTC를 상시분류체계의 제도화는 해외 주요국가의 일반약 허가제도만 봐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스위치 OTC가 활성화된 외국의 경우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의 경우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면 요지도 의약품으로 지정해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후 3년이 지나면 일반의약품으로 완전 전환돼 인터넷 판매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작업은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내 일반용의약품부(office of OTC and generics)이 맡고 있다. 미국은 비처방의약품부(DNCE)를 두고 처방의약품으로 사용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면 전문의약품 허가당시 제출자료와 시판후 안전성자료 및 문헌자료 등을 토대로 스위치 OTC 심사를 받게 된다. 지난 3월 미FDA가 전문약으로 승인된 아편계 약물인 '날록손 비강 스프레이'를 일반약으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 7월에는 피임약 '오필'을 일반약으로 변경 승인했다. 식약처, 표제기 확대로 일반약 활성화 외국과 같이 스위치 OTC 제도화를 위해선 제약회사의 신청이 아니라 국내 사용 경험이 많은 의약품을 분류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종류 별 의약품을 총괄 담당하는 부서만 있고 전문·일반약을 별도로 담당하는 부서는 없다"면서 "미국, 일본 등은 일반약을 따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 일반약 허가제도 개선책을 모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 2012년 의약품재분류TF를 한 차례 구성한데 이어, 이후부터 품목분류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일반·전문약 품목수를 보면 일반약은 4884품목, 전문약은 1만6414품목으로 비율을 놓고 보면 각각 22%, 78%에 해당한다. 일반약이 전체 의약품의 22%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약을 전담하는 부서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책, 허가·사후관리, GMP실사, 효능군별 자료심사 등 업무내용에 따라 부서를 구분해 조직을 갖추고 있다"며 "각 부서에서 일반약과 전문약을 함께 소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약 재분류는 의약품안전국 내 의약품관리과에서 맡고 있는데 전체 직원이 25명에 불과하다. 결국 의약품 상시 재분류 보다 표준제조기준 활성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 표준제조기준 범위를 확대하면 일반약 개발이 더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셀레늄을 100μg 이상 함유하는 비타민, 미네랄제제의 경우 효능·효과에 셀레늄의 보급을 기재할 수 있도록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을 개정하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표제기 확대를 위한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올해 추가적인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표제기로 사용 가능한 성분 확대 및 단일제 적용 기준, 국내 경험이 축적된 유효성분이나 카테고리 범위까지 고려한 표제기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제조기준는 일부 품질관련 자료 제출만 되면 기준 및 시험방법,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고, 처리기간도 근무일 기준 10일로 일반약 개발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024-01-05 06:47:43이혜경 -
에스오메프라졸·레보세티리진…일반약 전환 왜 안되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회의가 열렸다. 페리고(Perrigo)라는 제약사가 처방의약품으로 판매하던 피임약 ‘오필(Opill)’의 OTC 전환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FDA는 10대 청소년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방암 병력이 있는 사람은 이 약물을 피해야 하는데, 적절한 복약지도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페리고 측은 미국여성 900명이 의사의 감독 없이 피임약을 최대 6개월간 복용한 결과를 데이터로 제시하며 반박했다. 또 영국에서 이미 일반약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련 패널들은 만장일치로 오필의 일반약 전환에 찬성했다. 결국 FDA는 7월 오필을 일반약으로 변경 승인했다. 미국에선 거의 매년 1건 이상 처방약(Rx)이 비처방약(OTC)으로 전환된다. 'Rx-to-OTC'라는 의약품 상시 재분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신청에 따라 기계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다. 별도로 구성된 패널들은 각각의 의견을 제시한다. 제약사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제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미국에서 비처방약으로 전환된 제품은 2001년 이후 46개에 달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오필 뿐 아니라, 날록손 성분의 '나르칸(Narcan)'이 OTC로 전환됐다. 나르칸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약품 분류 비대칭 심화…넥시움, 미국선 10년 전부터 일반약 판매 미국 뿐 아니라, 일본·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캐나다 등이 상시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들 국가에선 매년 1개 이상 제품이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반면 한국에선 지난 2012년 단 한 차례 재분류가 진행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과 주요 선진국간 의약품 분류 체계의 비대칭이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약물이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성분인 '에스오메프라졸'이다. 한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가 '넥시움'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0년 허가받은 뒤 현재까지도 전문약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넥시움을 포함한 에스오메프라졸 제제의 처방시장 규모는 연 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같은 약물이 지난 2014년 OTC로 재분류됐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도 에스오메프라졸은 일반약으로 판매 중이다. 반면 일본·독일·스위스에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문약으로 분류돼 있다. 다른 PPI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메프라졸' 성분의 경우 미국과 영국에서 일반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란소프라졸' 성분도 미국에선 2009년부터 일반약으로 판매 중이다. 국내 일반약 분류 기준에 부합…최소 10개 성분 일반약 전환 가능 제약업계에선 에스오메프라졸이 국내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용경험이 10년 이상 누적된 데다, 국내 일반의약품 잠정 분류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일반약 잠정 분류 기준으로 ▲의약 선진국 8곳(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중 4곳 이상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경우 ▲국내 사용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주요 8개국 중 1개국 이상에서 5년 이상 일반약으로 사용된 경우 ▲한국·미국·일본·캐나다의 표준제조기준에 수재된 경우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될 때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적용했을 때 일반약으로 전환 가능한 성분은 에스오메프라졸과 오메프라졸을 포함해 최소 10개에 달한다. '베타메타손', '모메타손', '아젤라스틴', '레보세티리진', '트리암시놀론', '오르리스타트', '레보노르게스트렐' 등이다. 알레르기 질환과 피부 질환에 쓰이는 베타메타손 성분의 경우 일부 복합제가 미국·일본·이탈리아에서 일반약으로 쓰인다. 또 다른 알레르기 질환 치료 성분인 모메타손은 미국·영국·독일에서 각각 일반약으로 판매된다. 기관지 천식에 주로 쓰이는 아젤라스틴 성분은 미국·영국·일본·독일·스위스·이탈리아 등 6개국에서 일반약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두드러기 등에 쓰이는 항히스타민 성분 레보세티리진은 미국과 독일에서, 습진 등 피부 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트리암시놀론은 미국·영국·일본·독일·이탈리아에서 일반약으로 판매된다. 체중감소 목적으로 쓰이는 오르리스타트와 응급피임약 성분인 레보노르게스트렐은 미국·영국·스위스·이탈리아에서 일반약으로 분류돼 있다. 대부분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약물들이다. 환자 입장에선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해당 약물들의 경우 사용경험이 충분히 누적돼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됐고, 환자의 의존성을 높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약 전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또 오남용 우려가 비교적 적고, 장기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내성이 발현할 우려도 크지 않다. 환자에 따라 적절한 용법·용량 조절이 필요한 약물도 아니라는 점도 일반약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해외에선 매년 일반약 전환…"한국도 상시 재분류 시스템 가동해야" 목소리 한국이라고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2012년 의약품 재분류 이후로, 정기·수시 재분류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품목허가를 갱신하는 5년마다 정기 재분류를, 의약단체·시민단체·제약사의 요청이 있을 때 수시 재분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다. 문제는 상시 가동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정기 재분류의 경우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상시 재분류는 의약단체·시민단체·제약사의 요구가 전무했기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의약단체와 제약업계가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에선 국내에서도 의약품 재분류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2년 이후 의약품 재분류가 13년째 전무한 상황에서 주요 국가와의 의약품 분류 체계 간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약품정책연구소는 "에스오메프라졸 등 10여개 성분은 국내 허가 이후 사용기간이 10년 이상 지났고 의약 선진국 8개국 중 5년 이상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다"며 "해당 약물들의 국내 이상사례 발생 비율도 극히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의약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더욱 효율적인 정책 개입 수단으로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우선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보건당국에서는 유효성과 더불어 소비자의 사용안전성을 철저히 확보함과 동시에 사용자 접근성 및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제도 지원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피력했다.2024-01-04 06:20:32김진구 -
정부·약사·제약, 일반약 재분류 공감 '0'…13년째 제자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올 한 해 정부의 일반의약품 활성화 정책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을까. 정부의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재분류 작업은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위해 처음으로 이뤄진 이후 2012년 단 한 차례 진행된데 그쳤다. 그 이후 12년 간 정권 교체 과정에서도 정부의 의약품 재분류 움직임이 침묵하면서 일반약 시장은 활기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생산실적을 계속 성장시키며 국내 의약품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전문약과 일반약 간 재분류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 환경에서 일반약이 말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환경이 마련된 배경에는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함께 일반약을 향한 약사회와 제약산업의 외면이 자리했다. 의약품 시장 집중도가 갈수록 전문약과 첨단바이오약으로 쏠림에 따라 일반약 시장 가치가 떨어지면서 정부, 약사, 산업 모두 일반약 활성화에 손을 놓게 된 셈이다. 데일리팜이 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정책, 산업 환경을 들여다 봤다. 경직된 국내 의약품 재분류…정부도 할 말은 있다 2012년 8월 29일,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종 확정 발표한 의약품 재분류 결과는 예의주시할 만한 사건이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음으로 전체 완제의약품 3만9000여종의 1.3%에 해당하는 504개 품목에 대한 재분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때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는 262품목이 전환됐고,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는 200여 품목이 전환됐다. 전문-일반약 동시분류는 총 42품목이었다. 의약분업 이후 최초였던 의약품 재분류는 국민 인지도 제고 등을 고려해 2013년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식약청은 의약품 재분류 목적을 '국민의 안전하고 올바른 의약품 사용'이라고 밝히며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최초의 의약품 재분류"라고 자평했다. 특히 의약품 재분류를 끝낸 식약청은 "전문약 사용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스위치 OTC'가 활발히 이뤄지면 약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의약품 재분류는 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청은 2012년 이후에도 의약품 재분류를 위한 상시(정기, 수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매 5년마다 품목 허가를 갱신하면서 그간 수집된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토대로 정기 재분류하고, 제약회사·소비자단체·의·약단체 등이 별도 분류 변경을 신청한 경우에도 수시분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식약청은 식약처로 승격된 뒤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13년여 간 수시분류는 물론 정기 의약품 재분류도 시행한 바 없다. 이명박 정권 당시 처음으로 재분류가 이뤄진 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까지도 재분류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추가로 재분류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재분류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품목 갱신 5년마다 재분류 필요성을 검토했지만, 필요성이 없거나 낮았고, 제약사나 약사회, 시민사회 요구도 전무해 수시 재분류를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나 국내 제약사, 시민사회단체가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시키거나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전환시켜 달라는 요청을 식약처에 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식약처는 일반약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약산업계 등이 요구한 표준제조기준 확대 회의를 정례화하고 창구를 공식화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피력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의약품 재분류를 별도로 시행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정기 분류의 경우 품목 갱신 이후 처방약을 비처방으로, 비처방약을 처방으로 전환해야 할 의약품이 없었다는 얘기"라며 "수시 분류는 해외에서 눈여겨 볼 만한 재분류 사례가 있거나 제약사, 의약단체가 재분류 요청을 해야 결정하는 것인데 이런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재분류 정책은 앞으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운영할 방침이다. 제약사와 의약단체가 요구한다면 필요성을 검토하고, 5년마다 시행하는 품목 갱신 때마다 정기 재분류 필요를 따질 것"이라며 "일반약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식약처 혼자 결정할 게 아니라 여러가지 건보, 보건 지표를 살피고 범부처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일반약 대 전문약 비중, 14:86…"시장논리 작용"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 속 국내 일반약과 전문약 간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생산실적을 살펴보면 한 눈에 드러나는데, 일반약은 매년 품목수가 줄어 들고 있는 대비 전문약은 매년 품목수가 늘어 왔다. 구체적으로 일반약 생산 품목수는 2017년 5652개에서 2018년 5336개, 2020년 5280개로 점점 줄더니 2021년에는 4807개로 뚝 떨어졌다. 일반약 생산액은 2017년 2조9562억원, 2018년 2조9586억원에서 2021년 3조692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일반약 점유율 역시 2017년 16.8%, 2018년 16.0%로 점점 줄다가 2021년 13.7%를 기록하며 최저치를 보였다. 반대로 전문약 품목수는 2017년 1만3639개에서 2018년 1만4203개, 2019년 1만5225개로 늘다가 2021년 1만5947개를 기록했다. 생산액도 2017년 14조5949억원, 2018년 15조5852억원에서 2021년 19조3759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전문약 비중은 2017년 83.2%, 2018년 84.0%, 2021년 86.3%로 꾸준히 80% 중반대를 유지 중이다. 전문약 대비 일반약 품목수가 꾸준히 줄면서 비중이 쪼그라들고 있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단체와 제약산업계는 일반약 시장 활성화를 단편적으로만 주장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액션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012년 의약품 재분류 이후 별도로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에 재분류를 요청한 사례는 없었다. 다만 약사회는 정부가 일반약 활성화를 통한 국민건강보험재정 건전성 제고 정책을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경직된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일반약 활성화,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 구축은 약사회가 기본적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정책 중 하나"라며 "일본의 경우 스위치 OTC 제도를 통해 시판허가 5년이 지난 전문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거쳐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도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별다른 정부의 유인책이나 지원책 없이는 전문약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약 개발과 생산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국내와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시장이 경쟁력 있는 고품질 제네릭과 개량신약, 신약, 첨단 바이오약을 요구하는 오늘날 일반약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시대착오적 경영이란 얘기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는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다. 일반약과 전문약 비중이 과거에는 6대 4였지만 지금은 1.5대 8.5로 전세 역전된지 오래"라며 "일반약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차츰 시장에서 도태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A관계자는 "물론 경영구조에 따라 일반약 시장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는 제약사도 있지만, 현재는 상품성 있는 제네릭이나 개량신약, 첨단신약을 만들어야 성공한다"며 "정부가 별다른 일반약 시장 지원 정책을 내놓지 않는데 기업에만 일반약 개발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경제적 논리에 따라 경영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의약계·제약계 요구 커야 재분류 동력 가능성 결과적으로 의약분업 이후 역대 정권과 상관 없이 의약품 재분류에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배경에는 재분류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낮은 인식과 함께 의약계와 제약산업의 소극적인 민원 제기가 자리했다. 달리 말하면 보건당국 스스로 의약품 재분류와 일반약 활성화 정책을 통한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 강화 필요성을 깨달아 정책을 만들어 내거나 약사 등 직능단체와 제약사들이 특정 의약품에 대한 튼튼한 재분류 근거를 토대로 일반약 활성화 민원을 거듭 제기하지 않는 한 지금의 둔한 재분류 움직임은 개선될 리 없다는 얘기다. 외국의 의약품 재분류 사례를 비춰 볼 때 우리나라는 2012년 단 한 차례 재분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재분류가 이뤄지지는 않는 실정이다. 2012년 당시 식약청은 재분류 결과 전문성과 객관성 담보를 위해 식약청 내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의약품 재분류TF팀을 구성해 집중 검토했었다. 아울러 식약청 재분류TF는 대한의학회와 대한약학회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50여명으로 '의약품 재분류 전문가 자문단'을 운영해 총 24차례 자문을 구한 뒤 재분류 결과를 확정했다. 민관협의체를 꾸려 과학에 기반한 재분류 결과 도출에 임한 것이다. 10년 넘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정부의 의약품 재분류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동반한 일반약 활성화 요구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 건보재정 내 약제비 절감책을 근거로 향후 일반약 인허가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청할 방침이다. 제약협회는 일반약 인허가제도 개선방향에서 "선진국들은 의료비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일반약 활성화를 통한 의료비용 절감 방안이 대표적이다. WHO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처방약을 비처방약으로 전환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했다. 일본과 미국은 건보료 절감을 위해 셀프 메디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반약을 별도로 담당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 일본은 후생성 의정국 경제과에 셀프케어·셀프메디케이션 추진실을 2021년 4월 신설하고 세제 정책을 전담하고 있다"며 "전문약과 일반약 간 재분류 검토를 상시화 하는 재분류 절차 개선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2024-01-03 06:26:22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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