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제네릭 편견에 갇힌 약가제도 개편[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내리는 방안을 결정했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제시한 초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때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 조정 일정 방안을 제시했는데, 제네릭 약가가 45~50% 수준에서 설정된 제품의 약가를 40%대로 인하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제네릭 약가가 45% 이상인 제품도 약가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제네릭 약가 기준이 4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시사했고, 결론도 원안 범주 내에서 결정됐다. 제약업계는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40%대 초중반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는 5개월 동안 소통했다는 알리바이를 완성했고, 결론은 초안이나 5개월 전의 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는 표면적으로 최고가격이 16.0% 인하된다는 의미지만, 정부의 복잡한 약가 인하 장치를 적용하면 실제 인하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 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기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5.6%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 더욱 강화된 계단형 약가 제도를 적용하면 후발 제네릭은 사실상 진입이 봉쇄되는 장치가 완성된다. 복지부가 2020년 약가 제도 개편 이후 내놓은 기준을 보면 ‘기준 요건 2가지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더라도 기등재된 동일 제제 제품이 20개 이상이면 21번째 제품부터는 동일 제제 최저가와 38.69% 중 낮은 가격의 85%로 등재된다’라고 명시됐다. 현재 계단형 약가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21번째 제네릭은 38.69%에서 15% 인하된 32.86%가 적용된다. 최고가 53.33%와 비교하면 첫 계단형 약가 제도 적용 제네릭은 38.6%가 깎인다는 의미다. 22번째, 23번째 제네릭의 약가는 더욱 인하된다. 개편 약가 제도에서 13번째 제네릭은 최고가 요건 2개 미충족 제네릭 28.8%에서 15% 내려간 24.48%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동일한 13번째 제네릭을 비교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53.55%였던 비율이 개편 제도에서는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구조다. 13번째와 14번째 제네릭은 최저가에서 38.6%씩 내려가면서 각각 14.98원, 9.20원으로 낮아진다. 최고가로 등재됐더라도 약가가 떨어지는 추가 약가 인하 장치도 추가된다. 복지부는 최초 제네릭 진입 시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동일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네릭에 대해 계단식 약가 인하에 준하는 산정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 등재 시 12번째 이내에 포함돼 최고가 45%를 받았더라도 다수 제품의 등재로 13개 초과를 유발한 제품은 1년 뒤 15% 인하된다. 가장 먼저 등재된 제네릭도 13개 이상 동시에 진입하면 1년 뒤 약가가 15% 인하될 수도 있다. 만약 45%의 최고가 요건을 확보했더라도 1년 뒤에 15% 내려간 38.25%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행 제네릭 최고가보다 28.58%가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가 약가 인하 장치를 동시 가동하면서 사실상 약가를 20% 이상 떨어뜨리고 후발 제네릭의 진입을 억제하는 꼼꼼한 설계를 완성했다는 불만이 제약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약가 제도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제네릭에 대한 불편한 편견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네릭 사용 증가만으로 문제가 된다는 위험한 인식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제네릭 약품비가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지난 2024년 제네릭의 약품비 지출액은 12조 4409억 원으로 2020년 9조 911억 원보다 36.8% 늘었다. 같은 기간 제네릭이 있는 오리지널은 5조 5960억 원에서 7조 468억 원으로 25.9% 증가했다. 제네릭 약품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제네릭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반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아토르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콜린알포세레이트, 로수바스타틴, 도네페질 등 주요 다빈도 전문의약품 5개 성분 16개 용량 중 14개의 작년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렴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아지는 구조다. 처방 현장에서 저렴한 제네릭 사용이 늘면서 가중평균가가 오리지널보다 낮게 형성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단순히 제네릭 약품비가 증가한다는 통계만 부각시켜 약가 인하 명분을 내세웠다는 지적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허가와 약가 규제를 정부가 외면한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7월부터 약가 제도 개편으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 탓에 위탁 제네릭의 허가가 크게 감소했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는 특정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 제네릭을 허가받으면 수십 개 제약사가 동일한 자료로 위탁 제네릭 허가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공동 개발 규제로 '제네릭 무제한 복제'는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 시도가 크게 위축됐다. 전문약 허가 건수는 2019년 4,195개에서 2020년 2,616개로 38%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전문약 허가 건수는 747건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새 82% 쪼그라들었다. 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의 당위성을 높은 제네릭 약가 중심의 제약산업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근거 중 하나로 제약기업들의 과당경쟁 심화를 지목했다. 영업·생산 위탁 등으로 산업 진입이 쉬워지면서 소규모 기업 수가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54개로 집계됐는데, 2024년에는 121개로 1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생산액 10억 원 미만 업체의 비중은 2012년 18.9%에서 2024년 30.3%로 확대됐다. 하지만 세부적인 통계를 보면 최근에는 영세 제약사 수가 감소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제의약품 생산 실적 10억 원 미만 업체는 2014년 51곳에서 1년 만에 124곳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6년부터 영세 제약사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0년 137곳으로 다시 한번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 133곳으로 전년 대비 4곳 줄었고, 2024년에는 121곳으로 4년 전보다 16곳 감소했다. 정부는 최근 규제 도입으로 인한 영향을 외면한 채 10여 년 전과 비교한 단순 수치만으로 제네릭 난립을 크게 부각시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작년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침 발표 이후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고용 감소, 연구개발 위축 등을 읍소하며 소통을 통한 정책 타협을 외쳤다. 제약업계는 산업이 실제로 입는 손실 데이터를 같이 보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오히려 정부는 정책에 유리한 통계를 기반으로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정부는 기존 혁신형 제약사에 '준혁신형 제약사'라는 용어도 추가하면서 연구개발 기업의 약가 우대 당근도 제시했지만 실효가 있을지는 물음표다. 제약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노출하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제도가 더욱 복잡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소통도 실패했고 업계를 이해시키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정부 정책 전문성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2026-03-30 06:00:40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약물 운전 복약지도 의무화와 현장의 목소리[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최근 '약물운전'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에 발맞춰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약사가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의약품을 조제할 때 복약지도서에 위험성을 의무 표기하고, 이를 어기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취지는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현장의 약사들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연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정부도 향후 입법과정에 반영할 내용이 분명히 있다. 현재 정부는 어떤 성분이 졸음을 유발하는지, 어떤 수준으로 복약지도를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이나 성분 리스트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복지부 장관이 특정 정보의 기재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약사의 전문적 판단권을 박탈하고 약사를 단순한 '정부 홍보물 출력 대행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약사들의 반발을 사는 이유다. 약사들은 정부가 사고 예방의 책임을 최종 단계인 약사에게만 독박 씌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진정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면 처방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제어가 이뤄져야 하며, DUR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다. 제약사의 표준화된 약품 라벨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당한 측면이 있는 주장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식욕억제제 등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의 과잉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관리 대책은 빠진 채, 복약지도서에 문구 한 줄 넣지 않았다고 과태료 대상이 된다면 약사 입장에서 한심한 노릇이다. 정책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창고형 약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일반의약품이 대량 판매되고 있고,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 논란도 방치되고 있다. 졸음을 유발하는 일반의약품의 무분별한 소비는 외면하면서, 조제약의 복약지도 미비만을 문제 삼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된 처사다. 대표적으로 슈도에페드린 성분 일반의약품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판매한 창고형약국도 문제된 적이 있다. 이에 식약처 주도로 약물 위험 성분 리스트를 확정하는 게 우선이다. 경찰청도 음주운전과 같이 약물 운전 단속 지침을 만든다고 하지만, 위험 성분부터 선별하는 게 먼저다. 모호한 기준에 근거한 과태료 조항을 삭제하고 자율적인 복약지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복약지도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약국은 극소수다. 자율적으로 약사들의 역량에 맡겨온 게 지금 약국가의 상황이다.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복지부가 약사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2026-03-23 06:00:36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허·평·협을 비롯한 신속등재 방안의 실효성[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보자. 보건복지부는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품목 허가, 급여평가, 약가 협상 과정을 병행 처리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장 300일 이상 소요되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150일로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2026년 현재, 허평협 시범사업은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만족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23년 시작된 1차 시범사업도 약 2년만에 마무리돼 당초 목표했던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1차사업 약제 중 가장 마지막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빌베이(오데비식바트)'에 급여 등재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24년 12월 선정된 제2차 시범사업 약제 역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림카토(안발셀)' ▲'핀테플라(펜플루라민)'가 선정되고, 사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급여 논의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방안을 예고하며 "기존에 1년 이상 소요되던 희귀질환 치료제의 등재기간을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해 100일로 줄이겠다"는 취지를 밝혔지만, 제약업계에서는 "허평협 시범사업의 '150일'도 잘 안 지켜졌는데, 과연?"이라는 의문이 새어 나오는 이유다. 기존 경제성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평생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만성 희귀난치질환의 경우 환자가 장기 생존할수록 약제의 복용도 지속 이뤄져야 하므로, 약제로 인한 생존 및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발생함과 동시에 약제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에 비용효과성을 증명하기 불리해지는 구조가 되며, 극단적 예시로 환자가 빨리 사망해야 비용효과성이 높게 평가되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신속 등재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만큼의 획기적인 신약들은 대부분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약제는 당연히 올드드럭일 수밖에 없고, 이같은 상황은 당연히 등재 절차를 지연 시킨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기간 단축은 거의 매년 거론돼 왔으며 실제 조금씩 규정상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 및 협상 단계 모두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제약회사)가 신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기한일 뿐, 신속 등재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느낌이 강하다. 결국 답담함은 환자의 몫이다. 애타게 기다리지만 답이 없고 향방도 알려주지 않는다.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단축방안, 올해는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정말 짧아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2026-03-16 06:00:34어윤호 기자 -
[데스크시선] 혁신형기업 약가인하 제외에 대한 소고[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둘은 마치 '양날의 검'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재정을 아낀다고 막무가내로 약값을 깎다가는 산업이 침체되고, 그렇다고 산업 육성 차원에서 치솟는 약값을 내버려 두면 건강보험 곳간은 금새 비워질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추진은 건강보험 곳간이 비워가는 상황에서 꺼낸 카드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제 이름값 좀 하려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등한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 육성과 재정 건전성 사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제도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이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소위 '신약 좀 만드는 제약사'를 걸러내 육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1년 제도 신설 이후 15년이 지났지만, 원래 목적이던 기업 육성이 잘 됐냐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이 49개사까지 늘어났지만, 해외에서도 비빌만한 약을 만든 회사는 거의 없다. 제약업계는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될 기업을 밀어 줄 만큼 큰 혜택'은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그룹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도와주는 정도'라는 얘기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통해 제약기업이 얻을 수 있은 가장 큰 혜택이라고 느끼는 것은 약가 우대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퍼스트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은 약가 산정 시 우대를 해준다. 가령 일반기업은 퍼스트제네릭 등재 시 최고가의 59.5%로 산정하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68%로 가격을 매긴다. 약가가 곧 판매수익과 직결된다고 보면 일반 기업보다 7.5% 더 버는 셈이다. 다만, 약가 우대는 한시적 혜택이다. 1년이 지나면 이런 가산법도 사라져 일반 제약기업이 혁신형제약기업이나 같은 약값이 된다. 그래도 같은 출발선상에서 약가가 조금이라도 더 높다는 건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2년마다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 심사 결과에 울고 웃는 제약사들이 속출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가 '걸러내고 육성한다'는 취지를 더 살리려면 지금보다 심사는 더 강화하면서 혜택은 더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진짜 글로벌 신약을 만들 역량을 갖춘 회사를 선정하되, 신약을 만들기 전까지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기등재 약가인하 대상에 혁신형 제약기업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제약기업 육성 차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기등재 약가인하로 매출이 하락할 위기에 신약 R&D 비용에 수십, 수백억원을 쓰는 기업이 있겠는가? 고작 혁신형제약 기업 타이틀 때문에. 히지만 49개 혁신형 제약기업에만 이런 혜택을 부여한다면 비혁신형 기업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다. 현장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에 대한 불신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원화된 약가인하 추진과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개선 논의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업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제네릭 약가인하 논의를 졸속으로 추진하지 말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질적인 혁신형 제약기업 혜택 논의와 같이 논의하는 게 어떨까. 더불어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기준도 정말 R&D 하는 회사 중심으로 재정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산업 육성을 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2026-03-09 06:15:41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실적은 웃는데 조직은 흔들린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사는 업계의 부러움을 산다.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다. 올해도 신기록이 유력하다. 약가인하를 앞두고 보수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제약사들과 대비된다. 겉으로 보면 흔들림 없는 질주다. 그러나 이 회사의 불안은 성장률이 아니다. 성장의 방식이다. 지난 몇 년간 이 회사는 경력직을 대거 영입했다.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인력 위주였다. 전략은 명확했다. 시간보다 속도였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신제품은 안착했고 점유율은 확대됐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자본시장은 환호했다. 그러나 내부의 시간은 달랐다. 조직은 커졌지만 ‘우리 방식’은 형성되지 않았다.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는 엇갈렸고 성과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목표는 같았지만 과정은 충돌했다. 갈등은 쌓였다. 내부 민원과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회사는 기본 업무와 협업에 인센티브를 걸며 봉합에 나섰다. 단기 처방은 가능했다. 근본 해법은 아니었다. 숫자는 전략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은 채용으로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시간으로만 축적된다. 공유된 경험과 공통의 기준이 있어야 조직은 뿌리를 내린다. 이 회사는 신입 채용을 늘려 내부에서 기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방향은 분명하다. 다만 단기 실적에는 부담이다. 신입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은 분기 실적으로 반응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숫자를 지킬 것인가, 조직을 지킬 것인가. 속도에 기댄 성장은 빠를 수 있다. 그러나 기반 없는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위기의 순간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그래프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다.2026-03-03 06:00:44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정부, 약가개편 투명한 소통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안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유예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하면서 올해 2월 건정심 의결, 7월 시행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제도 개편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소 한달은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복지부의 건정심 의결 유예 움직임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제도 개편 강행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의 의결과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대규모 약가 인하 방안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및 시행 유예 ▲약가인하가 초래할 국민건강과 고용 등 영향평가 실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시행안 폐기 ▲중소 제약기업의 사업 구조 고도화 지원책 마련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을 정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부–산업계 간 거버넌스 구축 등을 촉구했다.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정부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약가 제도 개편의 근거와 재정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구조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정책을 빌미로 노동조건 후퇴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노조가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개편 약가제도를 발표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제약사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 유예와 백지화 등의 요구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작년 11월 약가제도 개편을 보고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기준이 53.55%에서 45%로 설정되면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격이 16.0%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기준이 40%로 결정되면 53.55원이 40원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종전 보다 제네릭 최고가는 인하율은 25.3%로 커진다. 제네릭 1개 제품의 수익률이 20% 이상 내려간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손실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하율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손실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 여부도 세부적인 로드맵이 공개된 적이 없다.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되면 제약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제품이 53.55%의 약가가 40%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25억원의 매출이 증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13년 이상 50% 이상 산정기준을 유지한 기등재 제네릭부터 순차적으로 개편 약가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약 3000개 품목을 조정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는 45% 이상 유지된 1500개 품목을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동일 성분 제네릭 제품에서도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 인하 대상이 엇갈리는 기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 성분 단일제는 총 156개 품목이 허가됐는데 허가연도는 2005년부터 2021년부터 다양하게 분포됐다. 지난 2025년 19개 품목이 허가됐고 2006년 29개 품목이 허가받으면서 클로피도그렐 제네릭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지난 202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9개의 제네릭이 진입했고 2019년에는 신규 허가가 17개 품목으로 늘었다. 당시 정부가 계단형 약가제도와 기준요건 등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에 착수하자 신규 허가가 봇물을 이뤘다. 만약 정부가 2012년 이전에 등재된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허가받은 64개 품목에 대해 약가인하가 추진되고 2012년부터 허가받은 92개 품목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경우 동일 제품인데도 서로 다른 약가제도가 적용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연출된다. 특정 제품과 기업에만 불리한 제도를 적용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시장이 열린 시기별로 성분별로 약가인하 대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2012년 이전에 제네릭이 1개라도 등재됐다면 해당 성분 의약품 전체가 약가인하 대상으로 분류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로 감수하는 손실은 더욱 커진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기준요건도 적용하면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존 위협 불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소통이 필요하다.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려고 한 두달 약가제도 개편 의결 절차를 미룬다고 소통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업계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해야한다. 정부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소통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중계하는 현 정부에서 투명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복지부가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2026-02-23 06:00:38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대체조제 활성화 키는 약사들이 쥐고 있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전산 사후통보가 이달부터 시행됐다. 기존 전화나 팩스로 해오던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심사평가원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약국가는 고질적인 ‘의약품 품절 사태’로 몸살을 앓아왔다. 수급 불균형이 일상이 된 시대에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만을 고집하는 처방 관행은 환자의 약물 복용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품절이라는 아우성에도 의료기관의 처방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러니 품절약에 대해 급여중지라도 해달라는 민원도 다반사였다. 이제 대체약제가 있다면 품절약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단골환자의 원거리 의료기관 처방전도 대체조제 유력 후보군이다. 단골환자가 가져온 처방약이 약국에 없을 가능성은 꽤 높다. 사후통보 부담이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약사들도 쉽게 대체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처방 분산과 동네약국 활성화는 물론 주치약사 제도화의 기틀이 될 수 있다. 대체조제는 단순히 약을 바꾸는 행위가 아니다. 동일 성분·동일 함량·동일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을 약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도 의사 사전동의가 아닌 사후통보만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해놓은 이유다. 이제 약사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단순히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게 아닌 환자에게 대체조제의 안전성과 경제적 이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입증한 약효 동등성이 확보된 품목으로 조제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대체조제는 법에서 허용한 약사들의 역할이자, 권한이기 때문이다. 최근 창고형 약국의 부실 복약지도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약국의 본질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전문 상담에 있다. 대체조제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 약은 처방된 약과 성분이 완전히 동일하며,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약'이라는 한 마디는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약사에 대한 신뢰를 한 층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약사는 처방전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환자의 평생 건강을 가이드하는 ‘지역 건강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2026-02-09 06:00:40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패전보가 국룰? 항암 보조요법 수난시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보조요법 보험급여를 노리는 항암제들의 패전보가 즐비하다. 분명 필요해 보이는데,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을 위한 지속적 약물의 투여, 원래 없었던 개념은 아니다. 만성질환에서는 이미 치료가 아닌 '관리' 개념으로 약을 복용해 왔으며, 항응고제처럼 존재 이유가 예방인 약물도 있다. 문제는 그 영역이 고가의 첨단 항암제로 확대되면서 발생했다. 다양한 항암 신약들은 이제 조기 단계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보하고 추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 등 수많은 첨단 신약들은 다수 적응증 확대 속에 보조요법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적응증의 홍수다. 보조요법의 대두는 우려가 동반된다. 버거운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암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무섭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이 80%에 육박하는 질환도 있다. 그러나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처방하고 여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보조요법의 급여 확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CDK4/6억제제의 예를 들어 보자.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와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 급여 도전 선봉장은 버제니오, 결과는 세번의 암질환심의위원회 탈락이다. 버제니오는 첫번째 도전부터 암질심 상정에 애를 먹었다. 급여 신청 제출 후 6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2023년 5월 상정됐지만 결과는 '급여기준 미설정'이었다. 이후 5개월 뒤 릴리는 10월 심평원에 급여 신청을 다시 제출했고, 지난해 3월과 7월 암질심에 상정됐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리고, 최근 키스칼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분명한 사실은 보종요법의 혜택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유수 학회의 가이드라인에는 보조요법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높은 권고 등급을 차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항암제 보조요법의 필요성을 약제마다 꼼꼼히 따져보고, 막연한 '부담' 보다는 실리를 따져볼 시간이다. 재발 환자에 대한 투약이 더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재발과 전이는 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치명적인 요소다. 정답이 없기에 장단의 무게를 재야 한다. 쌓여가는 보조요법 약물들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2026-02-02 06:00:41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제약사 체질개선' 명분이 위험한 이유[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가 연일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눈치다. 제네릭 약가가 내려가면 제약사들이 수익 악화로 고용 축소와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아우성을 내놓지만 정부는 줄곧 체질개선만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국내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정책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가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0%로 낮아지면 수익성이 25% 악화한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복지부는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약가제도 개편안 취지에 대해 “다른 나라보다 고평가 된 제네릭 약가를 손질해 국내 제약산업 체질을 신약 중심으로 개선하는 게 행정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김연숙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한 토론회에서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혁신형 제약사를 축으로 체질개선과 산업 도약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이라는 나쁜 체질을 갖고 있어 신약이라는 좋은 체질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겠다는 인식이다. 높은 제네릭 약가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계가 신약개발보다 제네릭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제약산업 종사자들의 견해와 괴리가 크다. 제네릭 의약품도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야 판매되는 정부 공인 의약품인데도 정부는 제네릭은 나쁜 약, 신약은 좋은 약이라는 편견이 깊숙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제약산업 현장에서는 분통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제네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릭을 너무 폄하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제네릭은 분명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이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제네릭을 만들어 낸 수익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약 개발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제네릭이 비싸다는 인식만으로 가격을 후려치면 산업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약가를 53%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은 체감상 20% 안팎의 가격 인하"라며 "어느 산업도 이런 충격을 한 번에 견딜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환율 상승,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 인건비·에너지 비용 증가, GMP·규제 강화 등으로 제조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의약품 가격은 정부 주도의 반복적 약가 인하로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라면서 정부가 외면하는 산업 현실을 지적했다. 기업의 대표들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제약사들이 절박한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향남제약공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더욱 극명하게 표출됐다. 오상준 화학본부 경기남부 의장은 “정부 약가인하로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떨 수 있다. 고용이 불안하면 좋은 약을 생산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덕희 일동제약 노조위원장의 하소연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과거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매출의 20%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면서 유동성 한계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안타까운 경험이 있다“라면서 ”약가인하로 결국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은 해고로 이어지면서 제약산업 전체 고용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동제약그룹은 지난 2023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과감한 연구비 투자로 적자가 지속되자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들은 급여 20%를 반납했다. 당시 일동제약은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ERP)을 실시했고 수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제약사는 신약개발 체질개선을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결실을 맺기도 전에 회사는 어려워졌고 결국 수많은 동료들이 떠났고 그들의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외치는 신약개발 제약사로의 체질개선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대목이다. 한 명의 고용이 줄어들면 그 가족들의 삶도 위협을 받을 수 있는데 단지 체질개선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네릭 가격을 깎고 신약개발에 몰두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산업 현장 노동자 입장에선 각자 한 사람의 노동자의 감원은 살인과도 같다. 고용의 절실함, 삶의 절실함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의 얘기를 단순히 체질개선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쉽게 판단하고 정책을 펼치면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공무원의 임금이 높다고 체질개선을 위해 임금 20%를 깎겠다고 하면 누가 가만 있겠는가. 급기야 제약업계 노동자들은 정부 상대로 투쟁을 펼칠 태세다. 이동인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의약품·화장품 분과 사무국장은 “약가제도 개편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산업을 이해하는 행정이 필요한 때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마치 계몽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 방식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이라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2026-01-28 06:00:40천승현 기자 -
[데스크 시선] 알부민 성분 식품, 이대로 놔둘 것인가[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알부민 영양제가 갈수록 판을 치고 있다. 알부민 영양제는 달걀이나 우유에서 나온 알부민 성분의 식품으로, 마치 혈장 알부민과 같은 양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알부민 영장제를 섭취하면 위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혈장 알부민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알부민 영양제들은 혈장 알부민 보충 용도인양 피로 회복, 체력 증진 효과를 거짓 광고하면서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홈쇼핑에서는 전문 의료인을 내세운 알부민 브랜드를 매일 송출하다 시피 하고 있다. 그럴수록 가짜 상술에 속아 고가의 제품을 산 소비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데일리팜은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알부민 영양제의 실체를 알려주는 특집기획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과대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알부민 영양제 판매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판매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와 공정위 등 관계 당국의 빠른 대처가 보이지 않는다. 식약처는 작년 인터넷 점검을 통해 일부 알부민 영양제 제품의 과대광고 실태를 파악했으면서도 시장 수요가 높아진 지금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한국소비자원도 문제점을 인지하고서도 빠른 실태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표방한 식품 구매에 주의하도록 식약처가 설 명절 전에 '소비자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고 긴급 경고하고 있다. 설 명절까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는 사기가 다 끝날 때 까지 가만히 있을 셈인가. 조사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야 불법이 멈출 텐데, 단속이 미흡하니 과대광고는 더 대범해 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약처는 알부민 영양제의 실체를 알리고, 과대광고에 속지 않도록 당장 소비자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 보도자료 한 장 배포하는 게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제도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의약품·건강기능식품 표방 일반 식품에 소비자가 혼동되지 않도록 표시·광고 제도개선은 물론 생산 제한까지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2026-01-26 06:00:40이탁순 기자
오늘의 TOP 10
- 1한미 창업주 장남, 주식 전량 처분…2년새 2856억 팔았다
- 2국전약품, 항암제 일본 공급 MOU…3300억 시장 정조준
- 3지오영, 현금성자산 1년 새 7배↑…실적 개선으로 곳간 회복
- 4301→51→148명…일동, R&D 성과에 연구조직 새판짜기
- 5한국팜비오, 매출 20% 성장한 1480억…R&D·자산 확대
- 6정부 "투약병·주사기 등 사재기·매점매석 행정지도"
- 7의료취약지 추경 30억 의결…"의료물품 공급도 챙겨라"
- 8주사기 등 의료용 소모품 수급 차질에 의료계도 비상
- 9의료계 "아산화질소는 전문약…한의사 사용은 불법"
- 10노보노디스크, 작년 국내 실적 신기록…'위고비' 고공 행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