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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제약업계 '마중물' 되겠다는 KPBMA

  • 가인호
  • 2017-07-03 06:14:53

얼마전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이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연자로 참여해 역설한 '마중물' 강연은 매우 이색적이었다. 마중물은 하수를 퍼올리는 펌프의 첫번째 물이다. 펌프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펌프의 물이 아래로 내려가고, 펌프질을 아무리 해도 물은 올라오지 않는다. 이때 위에서 펌프에 부어주는 마중물로 인해 압력이 변하고 이 때 펌프질을 하면 아래의 지하수가 올라오게 된다.

즉, 마중물은 스스로를 버려서 큰 일을 이루게 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회장은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시장에 100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임상 기초단계에 집중돼 있어 신약개발을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 없어 글로벌 마케팅과 발매가 불가능해 기술수출에 그치고 만다. 때문에 정부가 펌프에서 딱 한 바가지가 물을 끌어오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새정부가 제약바이오를 대한민국의 미래 동력산업으로 선언하고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원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최근 신약 강국으로 떠오른 벨기에를 벤치마킹해 다국적사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벨기에가 신약 강국이 되는데 오랜시간이 안 걸렸는데 정부에서 R&D투자를 40%까지 올리고, 원천징수와 특허세를 최대 80%까지 면제하는 등 파격적 세제 지원을 한것이 바로 마중물이었다는 설명이다.

원 회장의 주장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제약바이오협회 행보와 맞물리면서 힘을 받고 있다. KPMA에서 KPBMA로 명칭변경이 이뤄졌고 원희목 회장을 새롭게 영입한 협회가 비로소 국내제약업계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 변화는 인사정책부터 시작됐다. 상근 부회장 1명 체제로 운영되던 협회는 최근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을 바이오의약품 담당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또 바이오기업인 브릿지바이오 파트너로 연구개발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최주현 박사를 바이오의약품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 모두 국내외 제약사에서 바이오부문에 많은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이다.

협회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3일)자로 새 부회장 영입(비상근)을 공식화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협회는 기존 상근 부회장에 신규 영입 부회장 2명과 전문위원 등을 포함해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명칭 변경이후 역량 보강과 함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과 산업계 전반의 오픈 이노베이션 흐름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겠다는 협회 의지의 반영이다. 협회는 바이오 분야 인력 충원과 함께 사무국 조직 재편과 순환인사를 연이어 단행했다.

하드웨어 변신도 눈에띈다.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개방형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재활협회 등 기존 입주 단체들이 활용하던 공간에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회의장을 다양한 규모로 신설하고, 음향기기 교체를 통해 성능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냉·난방 시스템도 새롭게 교체하는 리셋 수준의 전면적 시설 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기존 4층의 강당과 대회의실외에 2층에 ‘오픈 이노베이션 플라자’를 구축, 각종 회의와 세미나, 워크숍 등 지식 공유와 인적 교류를 위한 쾌적한 공간을 조성했다. 단순히 회의실을 확충하고, 음향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물리적 변화를 넘어 제약 산업계는 물론 의약계 유관 단체 및 기관, 관련 학회 등 의약품에 연관된 각계의 유기적인 협력과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혁신의 중심체 역할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KPBMA는 그간 '역할론'이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제약업계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제약사-다국적제약사, 상위제약사-중소제약사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며 이를 조율하는데 협회의 역할은 많이 부족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직력은 협회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다. 돈이 없으니 조직은 약해졌고, 그렇다 보니 공격적인 대관활동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협회 변신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국내제약업계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줄수 있겠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협회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강력한 협회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장의 비용집행과 관련 이사장단사의 승인을 받는 절차 개선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영향력을 발휘해야할 제약 오너그룹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가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제약오너그룹이 한발짝 물러나 협회를 관망하게 된 것은 협회 위상과 경쟁력을 악화시켰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협회의 브레인창구 역할을 해줄수 있는 ‘정책기관’ 설립이 간절하다. 협회는 그간 수차례 정책연구소 설립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에 그쳤다. 협회가 제약산업 허브 역할을 자청한 만큼 이번만큼은 달라진 행보가 기대된다. 정부가 벨기에처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KPBMA가 국내제약기업들의 마중물이 되어 준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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