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부의 약가 규제 방향에 대한 단상
- 데일리팜
- 2018-01-08 06: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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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상 변호사(의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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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Mylan) 사는 2007년 독일머크(Merck KGaA)사로부터 에피펜 품목을 인수한 이후 약 100달러였던 약가를 2016년 약 600달러에 이르기까지 500% 가량 인상하였다.
미국은 약가규제가 제일 약한 국가중의 하나이다.신약 등재 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하여야 하고 그과정에서 약가가 규제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공공보험인 메디케어는 제약회사와 약가협상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사보험회사가 제약회사와 약가협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협상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수요공급법칙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정부가 굳이 약가를 규제할 이유 는없을 것이다.그러나 의약품시장은 수요공급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특수한 시장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고,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그이유로 거론된다.
첫째는정보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다. 환자들은 의약품의 작용기전, 효과 및 부작용 발생가능성 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고,의사들 또한 수많은 의약품 모두에 대하여 충분한 지식을 갖추기 어렵다. 따라서 의약품의 선택이 해당 의약품의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없이 이뤄지기 쉽다.
둘째는 환자취약성(vulnerability of patients)이다. 이는 완치가 어려운 중증질환일수록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 또는 가족의생명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적정약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는 중재자(intermediary), 즉 의사의 존재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해당 의약품에 대한 평가 및 선호도 등이 의약품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의사는 약값을 부담하지 않으므로,약가에 대한 고려는 부차적인 것이 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보험의 존재이다. 보험으로 인하여 환자도 약값의 상당부분을 직접 부담하지않게 되고, 이는고가의약품을 보다 쉽게 선택하게끔 하는 요인이 된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하여 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약가에 덜 민감하게 된다. UC 버클리 Talha Syed 교수는 제약회사의 약가결정은 해당 의약품의 R&D 비용 등 원가와도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수요자의 의약품 구매의사 및 능력, 공급자의 독점여부 등 마켓파워 및 정책적 차원에서의 약가인하 압력 등이 약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경쟁제품이 없어 공급자가 강력한 마켓파워를 갖는경우, 별다른 약가인하 압력이 없다면, 공급자는 상당수의 환자가 의약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최대한도까지 의약품 가격을 올리려고 할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에피펜사례이다.
그렇다면 약가규제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미국에서의 관련 논의들을 살펴보며 놀랐던 점은,환자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보장 못지않게 기업의 향후 연구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제약회사와의 협상 등을 통해 약가를 낮게 책정할 경우 현재 시점에서 환자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은 향상 되겠지만, 제약회사들의 기대이윤 감소로 인하여 미래의 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도 해가된다는 것이다. 이에 직접적인 약가인하보다는 공공펀드 조성을 통한 연구개발비용 지원, 사망률, 이환율 등 치료효과 지표의 호전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과 같은 정책대안이 논의된다.
연구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FDA가 신약 승인한 1284개 의약품 중 약34%가 새로운 성분의의약품(new molecular entities; NMEs)이고, 약 66%는개량신약(incrementally modified products; IMPs)인데, NMEs의 경우 42%가 FDA의 'priority' review를 받았고 58%는 'standard' review를 받았으며, IMPs의 경우12%가 'priority' review를, 88%가 'standard' review를받았다.
'Standard' review를 받는 의약품은 'me-too drug'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데, 이는FDA가 해당의약품이 다른 대체의약품과 비교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향상(significant improvement)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 수 이상의 NMEs와 약 90%에 달하는 IMPs가 'me-too drug'이라는 사실은 개발되는 신약 중 상당수가 실질적인 치료효과 향상과 큰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정부가 약가 차등화 등을 통하여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에 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약가정책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value-based pricing이다. 의약품 연구개발의 성과가 실질적인 치료효과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시도로써 귀추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3월 메디케어에 value-based pricing을 도입하자고 제안하였는 데, 그골자는 환자들의 치료효과에 따라 보험회사가 제약회사와 약가를 재협상하고 그에 따른 할인액(또는리베이트)을 보험회사가 환자들에게 전달하게 하는 것이다. 치료효과를 판정하기 용이한 객관적인 대체표지(surrogate marker)가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저하제나 항암제가 우선적인 적용대상으로 언급되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위 제안에 대한 후속조치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생각한다.
수요공급법칙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의약품 시장의 특성상 약가규제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여겨지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가규제 또한 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지않을까? 현재의 환자 접근성 향상만을 강조한 나머지 미래 제약산업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이재상 변호사(의사, 법무법인 태평양)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2001)/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 수료 및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 취득(2009)/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및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2012)/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2012~현재)/ 현재 UC 버클리 LL.M. (master of law) 과정 재학 중
이재상 변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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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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