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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알씩 먹어라"…약물중독을 악용한 사기극 파문

  • 정혜진
  • 2018-01-27 06:15:00
  • SBS, 모녀에 엉터리 약 먹인 사건 방송...약사들 "오남용, 부작용" 우려

(사진 출처: SBS 궁금한이야기Y 방송 화면)
향정이 포함된 약으로 자신을 믿게 만들고 사기를 친 A씨의 사례가 전파를 타 약사들을 경악하게 했다.

26일 SBS '궁금한이야기Y'는 '약을 배달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상한 A씨와 A씨에 의해 수개월 간 하루 100정이 넘는 정체불명의 의약품을 복용해온 모녀 사례를 방송했다.

A씨는 지난해 '당신은 암을 앓고 있다. 암을 내가 고쳐주겠다'며 B씨에게 접근, 자신이 직접 주사를 놓거나 약을 가져와 복용하게 했다. B씨는 A씨를 '자궁경부암을 고쳐준 전문가'라며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고, 우울증을 앓고 있던 B씨의 딸 C씨 역시 A씨에 의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B,C씨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을 의사 출신의 엔터테이먼트 기업 대표라고 소개했고, 하루 복용치의 의약품을 매일 가져와 복용하게 했다.

방송팀이 조사한 결과, A씨가 가져온 약에는 1회 복용량이 10정에서 40정이 될 정도로 과도했고, 특히 부작용 위험성이 큰 향정신성의약품이 포함돼 충격을 주었다. 방송사에 이 내용을 제보한 C씨의 동생에 따르면 A씨에 의해 B,C씨는 하루 많게는 120정이 넘는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1회 복용분으로 제보된 약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계열의 진통제가 4정, 향진균제 2정이 포함됐다. 이밖에 변비약, 수면제, 신경안정제, 다이어트약 등 연관성 없는 약이 대다수 포함됐다.

이준 약사(왼쪽)와 안지원 약사(오른쪽)(사진 출처: SBS 궁금한이야기Y 방송 화면)
약사 자문으로 출연한 이준 약사는 "우울증을 앓는 C씨의 약이라 하기엔 우울증과 관련된 제제가 하나도 없다. 같은 진통제가 2정씩 2종류가 포함됐는데, 이 경우 효과는 비슷하고 부작용만 심각하게 높아진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처방"이라고 말했다.

안지원 약사는 약물을 분석하고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복용하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향정도 다수 포함돼 이 정도를 매일 복용했다면 약물 중독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대로 B,C씨는 현재 약물 중독과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앓고 있으면서도 A씨에 대한 신뢰가 완강한 상태다. A씨가 B,C씨 등의 명의로 대출을 받게 하고 대출금을 갚지 않는 점 등을 미뤄 사기행각을 위해 약물을 이용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사진 출처: SBS 궁금한이야기Y 방송 화면)
전문가들은 "A씨는 사기 대상에게 약을 제공해 B,C씨가 약물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B,C씨가 가진 약에 대한 의존성은 사람에 대한 의존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계양경찰서 측은 "무면허자가 자기 임의대로 약을 처방하거나 조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 경우처럼 범죄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약을 복용시키는 것은 훨씬 강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았으나 A씨는 B씨의 전남편에게도 약을 제공했는데, 그 중에는 가짜 시알리스와 비아그라가 섞여 있고, 이 역시 1회 복용량에 여러 발기부전 치료제가 다수 중복돼있었다.

결국 경찰이 A씨 차량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이름으로 조제받은 다량의 약이 담긴 큰 가방이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 조제를 받아 확보한 약을 그때그때 아무렇게나 조합해 두 모녀에게 먹도록 한 것이다.

이준 약사가 제작진에게 전달받아 낱알식별한 의약품들. B씨가 항암제라 믿고 매일 복용했다. 사진은 1회 복용한 양이다.(사진: 이준 약사 제공)
이준 약사는 "제작진에게 처음 사진과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양의 약을 먹을 수 있는지 경악했다"며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신경안정제를 본인 몰래 먹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수개월 이런 약물에 노출돼있다면, 지금 환자 정신 상태가 어떨지 상당히 걱정된다. 약물 중독 치료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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