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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회식도 자제"…제약계 펜스룰 소환에 '뒤숭숭'

  • 안경진
  • 2018-03-13 06:30:50
  • 미투운동 확산에 남녀동석 기피 현상...직장여성에 또 다른 허들 우려

"요즘 여직원들 무서워~, 이제 2차는 남자들끼리만 가지" "부장님, 그것도 성추행이에요~" "아이쿠, 그런가? 오해들 말어~"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일파만파 퍼져가는 요즘, 주위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화다.

미투운동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과의 대화나 만남 자체를 기피하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펜스룰부터 몽구룰, 현철룰까지 이 같은 세태를 풍자하는 용어들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가운데, 성차별과 같은 제3의 피해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투 이후 등장한 '펜스룰' 국내 상륙= 펜스룰은 미국의 마이크 펜스(Mike Pence) 부통령이 2002년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 한 인터뷰에서 "아내 이외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유래된 용어다.

"술을 마시면 여성을 옆에 두고 싶어지기 때문에 보좌관은 남성으로 임명하고,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술을 제공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던 펜스의 발언은 당시 미국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이냐, 자기방어를 위한 적절한 행위냐에 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거 미국에서 펜스룰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펜스 부통령(출처: ㅇCBN뉴스)
미국에서 비롯된 펜스룰이 2018년 대한민국에 소환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부터다.

몇몇 대기업에서 남녀 직원들이 동석하는 회식자리를 기피한다거나 직접 대화 대신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고, 여직원들의 해외출장 일정이 취소되는 등 부작용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사별 이후 측근의 보좌진은 물론 가사도우미까지 남성으로 교체했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7년 전 성관계 합의각서 덕분에 성폭행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개그맨 김현철 씨의 일화에 빗대 '몽구룰, 현철룰' 등으로 부르자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쿼츠(Quartz)는 "최근 몇주간 한국에서 성희롱 혐의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현지 최대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에 펜스룰이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며, "직장내 여성들에게 경계심을 드러내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 상사에게 여성 동료와의 출장을 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문자메시지로 여직원과 소통하는 사례도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제약계도 드리우는 펜스룰 조짐?= 문제는 제약업계도 펜스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의 성추행 사건이 연달아 불거진 데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에서 미투선언이 이어지자 관련 기관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과거부터 언론에 보도되지만 않았을 뿐 업계 내 소문이 무성했던 일부 국내사는 내부 단속에 분주하다는 후문. 제약인들이 활동하는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서조차 미투 폭로글을 찾아보기 힘든 건 2차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블라인드 채널을 통해 사내 성추행을 일삼아 왔던 이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진통을 겪고 있는 타업계와 명백히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국내 상위기업 MR로 근무했던 A씨는 "제약사 여성 MR이야말로 성추행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직종 중 하나다. 남자직원들이 성희롱적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거나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척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하나도 터지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올해 초 임원회의를 통해 "저녁회식을 자제하라"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국내 중견기업 사례도 자주 오르내린다. 최근 확산 중인 미투운동을 의식한 '펜스룰'의 일환이 아니냐는 것.

이 회사에 근무 중인 직원 S씨는 "저녁회식보다 개인이나 가정에 충실하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직원들이 건의한 사항이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 듯 싶다. 미투보다는 워라밸 기조에 가까운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차별·여성기피현상 등 부작용 우려= 펜스룰은 직장여성들에게 또다른 허들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소위 '바닥이 좁다'고 여겨지는 제약업계에서 여성이란 성 정체성이 핸디캡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사 MR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 B씨는 "제약사가 거래처를 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개는 여직원을 혼자 내보내지 않고, 팀장들이 따라다니려고 한다.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같이 가자고 하거나 거래처를 바꿔주기도 한다"며, "미투선언과 펜스룰이 확산되는 데 따른 부작용으로 여성 MR들이 능력과 관계없이 기피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동료 간호사를 성추행했다거나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로는 대형병원들의 분위기가 경색되는 바람에 영업사원들의 활동이 한층 조심스러워졌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극단적으론 여성 MR들의 채용문마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한숨도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취업 준비생은 "제약사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남자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지 않나.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데 펜스룰의 여파로 여직원 채용 자체를 기피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미투선언이 불거졌던 얀센에서 근무 중인 C씨는 "가벼운 수위의 농담이나 성추행 사건도 일단 본사에 보고되면 엄중처벌이 가해지기 때문에 여직원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줄 몰랐다. 이메일을 받은 직원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며, "여직원들과 미팅을 피하는 것과 같은 역차별이 발생하선 안되지 않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란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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