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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배우지망생 제주 '섬소녀'의 미국간호사 성공기

  • 노병철
  • 2018-04-20 12:12:30
  • [인터뷰] 김리연 간호사(뉴욕 이스라엘병원 암센터)

간호사 김리연(35·사진)씨는 조금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다. 빅5병원 간호사를 박차고 나와 모델과 배우 세계의 문을 두드리다 다시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며 독하게 공부해 미국 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김 간호사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에서 손꼽히는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병원 항암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2015년에는 에세이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라는 책도 출판했다.

이 책은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 간호사가 꿈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온 과정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풀어놓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의 저처럼 울고 웃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을 위해 책을 쓰게 됐어요. 현실 속 초보 간호사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병원 안팎에서 제가 겪은 다양한 좌절과 성취의 경험에 대해 포장과 가식은 걷어내고, 꾸밈없이 친근하게 써내려갔습니다."

학력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전문대 간호학과 출신 어린 간호학생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제로 스펙으로 화려하게 성공해 일류 중독 사회에 이단 옆차기를 날려주마"라는 마음가짐으로 두 주먹 꼭 쥐고 세상을 향해 돌진,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다음은 김리연 간호사와의 일문일답.

▶경력이 궁금합니다.

2005년 제주 한라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 2005-2007년 삼성서울병원 신규 간호사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암센터(2008-2010), 서울성모병원 암센터(2011)를 거쳐 2013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병원 암센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간호학과에 진학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점수만 맞춰서 합격한 4년제 불문과와 영문과를 졸업하면 과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궁극적으로 외국에 가서 살고 싶었지만,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원어민보다는 못할 테고, 기술이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이런 생각들은 어머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빅5병원 중 한곳인 삼성서울병원에 합격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요.

삼성병원에 가기 위해서 재학생 때 삼성병원 실습 지원을 했어요. 가고 싶은 병원이었지만, 호주에서의 경험처럼 막상 가서 마음에 안들 수도 있기 때문에 몸소 체험을 해봐야 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또 자기소개서를 쓸 때 삼성병원에서 실습을 했었다는 내용을 꼭 넣고 싶어서이기도 했어요. 자기소개서 후에는 입사시험이 있었는데, 입사 시험에 대한 정보가 당시에 제주도에는 많이 없어서 시험은 그냥 보았는데 운 좋게도 합격 했어요. 정말 어려웠는데, 합격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지요. 다음은 면접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전문대를 나왔지만 내가 더 돋보이고, 경쟁자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서 그동안의 삼성병원 기출문제를 모두 뽑아서 큐카드를 만들어서 저만의 정답을 만들어 매일 연습했어요.

▶간호사로서 보람과 애로사항이 있다면요?

원래 성격이 굉장히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간호사를 하기에 힘들었어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오고 남자친구 한번 사귀어보지 못한 탓에 레지던트나 인턴과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정말 곤욕이었어요.

하지만 당당하게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바뀌어야 되는 구나"라는 것을 첫 입사하는 날 깨달았어요. 그래서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했지요. 퇴사 후에는 모델, 연기자 시험도 많이 봤는데, 꼭 모델일이 좋아서 라기 보다는 성격을 바꾸고 싶어서 일부러 도전한 일이기도 해요. 첫 간호사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더 도전적이고, 자유분방한 성향으로 바뀌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됐습니다. 실제로 퇴사를 하고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이제 이 세상에 내가 하고자 해서 못 이룰 일은 없다'였거든요.

애로사항이 있다면 저는 항상 간호사가 의사의 하수인이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한국에서는 환자 치료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조차 없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그저 보고를 하고, 또 그에 맞는 오더를 받고 실행하는 정도였지요. 삼성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서 간호사가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환자 치료에도 관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간호사로 일하는 보람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어요. 저는 실제로 많은 일에 도전해 보았고, 또 그런 일들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만 간호사로서 일에 만족도와 보람은 특별했어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직업이라서 그런지 환자분들이 "감사하다"는 한 말씀, 한 말씀이 큰 힘이 되지요. 비록 고되고 힘들지만 그런 보람으로 간호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간호사는 분명 박봉에 힘든 직업입니다. 웬만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일을 계속해나가기 힘든 직업이에요. ▶지금은 뉴욕에 있는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병원 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2013년 1월 7일 입사해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고, 항암 간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항암간호사로서 환자들의 교육, 항암제 투여 그리고 추후관리까지 항암제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간호사에 도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항상 사회에서 수그러들고, 부끄러움이 많은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전문대를 나왔지만, 나도 나만의 성공, 그러니까 내가 세운 계획과 꿈들을 이뤄가면서 해낼 수 있다고 내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배후에는 멋진 딸이 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지요. 그런 모든 이유들이 합쳐져 미국간호사를 꿈꾸게 되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왜 미국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영어를 쓰는 나라는 어디든 괜찮았어요.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인종차별을 너무 많이 당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 후로 호주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외국으로 가고 싶은 꿈은 있었지요. 막연히 뉴욕이라는 곳이 멋져 보여서 관심이 있던 와중, 미국에서 강연을 오신 지금의 제 멘토 제이미 김 선생님에게 반해서 뉴욕행을 결심했어요. 현재도 선생님은 저의 멘토이시며 저에게 좋은 조언들을 해주고 계십니다. ▶한국과 미국 간호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가장 큰 차이점은 '태움'이 없다는 것이에요. 저는 순진하고 살갑지 않은 성격 때문에 신규 때 태움을 많이 당했어요. 그래서 미국에 와서 느낀 점 중에 가장 편한 점도 태움이 없는 거예요. 당연히 미국에도 기싸움을 하고, 또 젊은 간호사들이 일을 더 많이 하긴 하지만 부당한 일이나 대우를 당했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인 것 같아요. 아무리 저보다 20살이 많고, 매니저급이라고 해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반 간호사의 의견이라도 관리자들이 잘 새겨듣고 반영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차이점입니다.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우선 간호학을 모두 공부하셨다고 하더라고 미국 텍스트북을 한권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 드려요. 공부하시다 보면 발음도 많이 틀리고, 문화도 배울 수 있어서 나중에 미국 간호사 생활하시는데도 도움이 된답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는 족집게 강의를 수강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어떤 학원이든 상관없으니 최신 기출문제를 한번 풀어보시고 시험을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라는 책도 쓰셨죠?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섬에서 자란 수줍은 소녀가 자신만의 꿈을 찾아서 그리고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내용의 에세이 입니다. 평범 보다 못한 전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로 어떻게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고 이루어 가는 공감과 고군분투기입니다 이 길을 걸어가는 그리고 걸어갈 동료 간호사들이 행복한 간호사 생활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책입니다. ▶간호사로서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앞으로도 간호사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간호사에 관련된 컨텐츠도 많이 만들어서 간호사들이 더 공감하고, 재밌어하는 책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또 욕심이 있다면 어려운 간호학생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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