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 R&D 평가에 대한 변명
- 데일리팜
- 2018-04-02 06: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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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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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국가 R&D 평가에 대한 이슈는 크게 ‘공정성과 전문성’ 2가지다.
공정성 이슈로 인해 오래전부터 조선시대 때 운영하던 상피제도(相避制度)를 국가 R&D 평가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상피제도란 정부관리를 친족이나 연고가 있는 관사나 지역에 파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피평가자와 사제관계, 동일기관, 친족 등의 특수이해관계에 있는 연구자는 해당과제 평가에 참여하지 못한다. 상피제도에도 불구하고 정부 R&D 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최근에는 국가 R&D 평가위원을 인공지능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대책까지 나왔다. 사람을 믿지 못하니 차라리 기계를 믿겠다는 사회다. 저신뢰 사회의 민낮이다.
실제로 평가현장에 가보면 다른 불만들이 쏟아진다. 예를 들어 ‘평가자 질문을 들어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 분야 바닥이 뻔한데 내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라는 둥의 주로 전문성 이슈다. 기본적으로 R&D과제평가는 Peer Review(동료평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다보니 정보비대칭이 발생하여 동일분야 동료가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 이슈로 상피제도를 적용하고 나면 섭외할 수 있는 해당과제 관련 전문가는 제한적이다. 더군다나 해당 전문가는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맞춰 평가에 참여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최소 1~3달 전에 연락을 줘야 평가일정에 맞춰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해 연구비를 회계연도에 맞춰 집행해야하기 때문에 연초에 연구과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공모기간 등을 고려하게 되면 결국 평가위원을 섭외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주밖에 남지 않는다.
평가위원을 섭외하는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평가위원을 대부분의 전문기관이 비슷한 시기에 섭외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시간되는 사람만 평가위원으로 섭외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과제를 단기간내 평가하다보니 평가시간도 대부분 1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이틀간에 걸쳐 1차평가를 하고 연구비 신청 후 7~10달 후에 최종 선정하는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선정 프로세스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사회가 상호신뢰도가 낮으니 평가위원은 최대한 이해관계자를 배제해야 하고, 해당 전문가를 섭외하는 시간도 짧다 보니 시간되는 사람만 섭외해야 한다. 평가시간은 1시간 남짓에 불과해 제대로 검토하기도 어렵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모든 게 복잡하게 얽혀있다. 국가 R&D평가가 신뢰를 받기 위한 해법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적어도 3가지는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가를 투명하게 공개하자. 평가자명단에서부터 평가의견, 평가점수, 평가경과 등 가능한 평가의 모든 것을 공개하자. 이런 정책은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과제 관련 비전문가를 사전에 배제할 수 있고, 평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해상충이 있는 사람은 평가를 포기할 것이다.
평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평가자 섭외에 더 공을 들이게 되고 비전문가는 스스로 평가참여를 회피하게 된다. 평가현장에서는 전문가들이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평가결과 근거를 작성하는데 노력을 더 기울이게 된다. 이해상충이 있는 사람은 이름과 평가내용이 모두 공개되니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부분 평가를 포기할 것이다.
둘째, 평가참여를 의무화하자. 일각에서는 평가를 모두 공개하면 평가자를 섭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해당 전문가들은 피평가자와 어떻게든 얽혀있는데 대놓고 평가할 수 있겠냐는 한국적 맥락의 주장이다. 평가공개와 평가참여 의무화를 동시에 시행하게 되면 이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미국 NIH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연구비를 받고 있는 연구자는 평가자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평가수당을 현실화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연구자에 대한 소속기관 차원의 배려와 인센티브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평가하자. 그동안 우리나라는 평가에 많은 공을 들이지 못했다. 평가를 운영하기 위한 자원인 시간, 돈, 인력 모두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위원을 섭외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고 평가시간도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공정성 이슈로 연구과제를 제대로 검토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20~30분 발표를 듣고 평가한다니 해당전문가라 할지라도 놓치는 게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평가활동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자신에게 1억원이 있고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1억원을 인공지능 기술에 투자하면 몇 년 후에 2억원 이상의 가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가 3명이 있다. 개인이라 할지라도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기술을 잘 모르면 사전조사를 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에게 검토의견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연구자가 신뢰할만한 사람인지도 꼼꼼히 알아볼 것이다. 시장이나 기술 환경을 정확히 알기 위해 전문투자자에게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투자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할 것이며 확신이 들지 않으면 투자를 내년으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째든 최종적인 투자결정은 자신이 내리며 투자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진다. 이에 반해, 국가 R&D 투자는 극히 제한된 시간과 정보에 의존해 투자해야 하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주체도 명확하지 않으며, 투자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투자를 미룰 수도 없다.
최근 ‘국가 R&D 제도 혁신방향’이 발표되었다. 상피제도 완화, 평가자 평가, 평가 참여 의무화, 평가 인센티브 제공 등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이 상당수 담겨 있어 반갑다. 하지만, 국가 R&D 제도 혁신방안도 필자가 제안하는 제안도 전반적인 행정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회계연도 일치를 비롯한 근본적인 제도가 개선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평가를 운영하는 인력도 대폭 늘어야 하는데 여전히 녹록치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디테일을 챙기는 사람은 드물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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