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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헬싱키선언과 제약기업의 정보공개

  • 천승현
  • 2018-06-26 06:15:12

지난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헬싱키선언이 채택됐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사회가 규정한 윤리강령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한 원칙을 담는다. 헬싱키선언은 임상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원칙을 제시한다.

헬싱키선언에는 연구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명시됐다. 객관적인 연구 수행과 함께 연구 결과의 공개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계획은 658건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하루에 2건의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찜찜한 상상을 해본다. 과연 매일 쏟아지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모두 공개될까. 긍정적인 결과만 발표된 것은 아닐까. 연구자의 의도에 맞춰 편향된 결론만 발표되는 건 아닐까.

물론 많은 연구자나 기업들이 환자들에 최적의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양심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고의로 불리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은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1992년과 2002년에 발표된 542건의 정신과 약물 임상시험을 조사한 결과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 중 78%가 해당 업체의 약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독립적인 임상시험에서는 제약사 의약품에 긍정적인 결과가 48%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실제로 수행된 임상시험과 결과가 발표된 임상시험 건수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체감적으로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 비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의약품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보고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230건이다.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임상시험을 모두 정부에 보고했다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성공률이 90%를 웃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비단 임상시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활동 및 경영상 주요사항의 경우 점검 대상 163곳 중 95.1%에 달하는 155곳이 기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을 구분하지 않거나 신약개발 연구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을 기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뒤늦게 사업보고서 정정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개발 활동과 계획, 경영상 주요 계약 등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 정보를 별도로 기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업체는 한 해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이 30%를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상당 부분 쓰인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약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분류하는 시선이 많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이 개발한 많은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깎아주기도 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보 공개 확대가 더욱 시급한 이유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아직도 많은 현장에서 실무자간의 은밀한 정보 공유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유 없이 치솟는 주가와 뒤늦게 공개되는 유리한 정보, 연일 치솟는 주가와 함께 뒤늦게 알려지는 합병 소식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땅을 치곤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본을 쥔 세력과 정보를 가진 기업 간 은밀한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언제부턴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임상 실패 소식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정보도 많아지는 추세다.

정부도 정보 공개 확대를 적극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례에 대한 벌칙을 신설했고, 임상시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환자나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낸 세금과 건보료를 사업에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잇속을 챙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닐까. 의약품의 개발 단계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알려왔던 정보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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