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우리는 '중국산'을 욕할 자격 있을까
- 천승현
- 2018-07-17 06: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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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의료계나 제약업계 전반으로 중국산 원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치 제약사들이 값싼 중국산 저질 원료를 사용하면서 국민들에게 큰 위험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국산에 대한 '질 떨어지는 싸구려 제품'이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이 사건에도 투영되는 듯 하다.
제지앙화하이 제조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업체들은 마치 평소에 우수한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탓에 위기를 모면했다며 내심 쾌재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경위를 차치하더라도 이쯤에서 객관적으로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국내업체의 안전 관리와 현재 진행 중인 조치가 잘 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지앙화하이 측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검출된 NDMA는 제지앙화하이가 새롭게 도입한 발사르탄의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발생했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제조 환경에서 특정 용매와 반응해 NDMA가 생성된 것으로 제지앙화하이 측은 결론내렸다.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생한 NDMA는 의도적으로 넣었거나 우연하게 외부로부터 혼입된 것이 아니다. 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애초부터 원료의약품의 사전 점검 과정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의미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NDMA가 생성된 원인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만들었거나 제지앙화하이 이외 다른 업체로부터 수입한 발사르탄 원료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제조된 발사르탄 원료가 NDMA의 위험에서 100% 자유롭다고 얘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누구도 지금까지 사용한 발사르탄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위 ‘살탄 계열’이라고 지칭하는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 중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이 중간체로 테트라졸을 제조한다. 비단 발사르탄 뿐만 아니라 다른 ‘살탄 계열’ 고혈압치료제 원료도 NDMA 생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지앙화하이가 사용한 발사르탄 제조방법이 다른 업체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제조방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제지앙화하이는 소규모의 영세 제약사가 아닌 총 자산 19억 위안(약 3200억원) 규모의 대형 업체다. 유럽, 미국 등에 20여개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제약사 중 미국 FDA 승인을 처음으로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사용한 고혈압치료제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제약사들은 최소한 그동안 사용한 원료의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 자체 원료의 안전성을 자랑할 자격이 있는 셈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물론 유럽에서 조치가 내려진 직후 국내에서 문제의 원료를 사용한 219개를 판매중지했고, 이틀 만에 현지실사를 거쳐 절반 가까이 판매중지를 해제한 신속한 대응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일부 언론에서는 판매중지 제품 수가 이틀 만에 정정되면서 국민들의 혼선을 유발했다고 비판하지만 판매중지 처분을 받지 않아도 되는 억울한 제품을 발 빠르게 구제한 조치는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9년 전 석면탤크 파동 당시 수시로 판매금지 제품 목록이 변경되면서 적잖은 혼란을 야기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고혈압약을 복용했던 국민들은 그동안 먹은 약물이 얼마나 유해했는지 모른채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약으로 교환받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제지앙화하이가 공급한 발사르탄 원료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완제의약품에 대해서는 아직 유해성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 없다고 한다.
국민들은 원료의약품을 복용하지는 않는다. 시중에 유통된 완제의약품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점검하고 유해성 결론을 내려주는 게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의 역할 아닐까. 적어도 문제의 원료가 사용된 한 알의 고혈압약에서 발암가능물질이 어느 정도 함유됐고 평생 얼마나 복용하면 위험한지를 알려줘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제지앙화하이 제조 발사르탄 이외에 다른 업체가 만든 발사르탄이나 화학구조가 비슷한 다른 살탄 계열 고혈압치료제 원료의약품도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다른 원료의약품에서도 NDMA가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속조사를 통해 유해성 여부를 결론 내려주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일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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