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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내세균,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에 영향

  • 데일리팜
  • 2018-09-13 10:57:29
  • 김석진좋은균연구소 국선영 박사 (생명공학 전문가)

과거 학계에서는 장과 뇌가 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조직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장과 뇌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두 조직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2004년 일본 규슈대 연구진은 인위적으로 장 내 세균을 없앤 쥐를 자극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는데, 그 결과 실험 쥐가 정상 쥐보다 2배나 많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이자 '행복 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진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며, 90% 가량은 장 내에서 만들어진다. 2015년 미국 칼텍 연구진은 '무균' 쥐에서 세로토닌 생성이 뚜렷하게 감소했으며, 무균 쥐 장에 특정 미생물을 주입하자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장 내 미생물이 세로토닌의 분비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세로토닌은 장과 뇌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물질로 주목 받고 있다. 이같은 소통을 전문용어로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장과 뇌 사이에 신호전달을 주고받는 '정보 통로'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2017년 스위스 microengineering 연구소 T. Bolmont 교수팀은 실험쥐 두 집단을 대상으로 건강한 쥐의 장 내 세균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의 장 내 세균을 각각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의 장 내 세균을 주입한 쥐에서 치매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가 급증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장 내 세균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면역력과 뇌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생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장 내 세균이 난치성 뇌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기도 했다. 2018년 5월 미국 하버드 프란시스코 퀸타나 연구팀은 장 내 세균이 특정 아미노산을 분해할 때 나오는 물질이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하는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은 뇌가 가진 면역세포인 미세 아교 세포(microglial cells)와 성상세포라는 신경세포를 통해 발생한다. 이 뇌질환은 면역세포가 건강한 신경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 면역계 질환으로, 시신경 손상이나 운동기능 상실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미세 아교 세포가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이 성상세포와 결합하면 TGF-α와 VEGF-B의 생성을 조절해 염증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특정 단백질이 바로 장 내 세균이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분해할 때 나오는 물질이며, 혈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트립토판은 인간 영양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으로 치즈, 요구르트, 달걀, 우유, 가금류(특히 칠면조)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인위적으로 다발성 경화증에 걸리게 한 쥐와 환자의 뇌세포에 각각 트립토판 분해 산물을 투여하자 전염증성 유전자 발현(TNF, IL-6 등)은 억제되고 항염증성 유전자(IL-10) 발현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염증이 억제됐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신경퇴행성과 염증을 완화시키는 데 있어 장내세균이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들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장-뇌 연결축 개념을 확고히 뒷받침해주는 과학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장 내 세균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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