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보살행을 몸소 실천한 조의금 회향
- 노병철
- 2018-10-08 0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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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본 경허는 제사를 올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바구니에 제사 음식을 모두 담아 절 마당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맏상주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남의 49제를 망치냐"며 경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경허는 '할'을 크게 외친 후 제주에게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신 망자는 49일째 되는 날 시왕(염라대왕) 앞에 불려나가 생전의 공덕과 악행에 대해 물음을 받게 됩니다. '귀한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는가. 남의 재물을 훔치지는 않았는가.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나눠주었는가.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가.' 작고하신 부친께서 생전에 그런 공덕을 많이 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극락왕생을 해달라고 자손이 비는 제사를 굶주린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바로 앞에서 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살아서 못 다한 보시공덕을 이제라도 베풀고 제사를 올리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라도 더없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이 모습을 보신 부처님과 시황도 좋아 하실 것이오. 망자께서도 흡족해 하실 것이니… 이제 이 빈 제사상으로 고인을 위해 49제를 뜻 깊게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불처럼 화가 났던 제주와 당혹스러워 했던 주변 스님들 모두 고개를 떨구고 기쁜 마음으로 제를 올렸다. 49제가 끝난 후 만석꾼은 경허에게 바른 천도를 일깨워 준 보답으로 은화 100환을 시주하겠다며 돈을 건넸다. 경허는 "절간에 재물이 쌓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돈으로 인근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눠주는 것이 큰 인연공덕이다. 부처님은 절에 있는 불상이 아니라 머슴살이 하는 김서방 이서방, 농사짓는 박첨지 최첨지도 모두 부처님이니 그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참된 불공"이라는 생활 속 실천 법문을 남겼다.
우리나라 미풍양속 중 하나로 조의금과 축의금 문화를 들 수 있다. 이는 위로와 축하의 마음 그리고 십시일반의 협동심 또는 품앗이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상황에서는 조의·축의금 자체가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변화는 경조사 금액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자연스럽게 우상향 곡선으로 바꾸어 놨다.
위로와 축하를 의미하는 '소담한 마디 마음-촌지(寸志)'의 뜻은 온데 간데 없다. 요즘은 봉투에 5만원을 넣는 것도 왠지 멋쩍고, 부족하고, 눈치가 보일 정도다. 다소 친분이 있다면 10만원은 기본이 되어 버린 시대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잘 보여야 할 상대라면 30·50·100만원은 넣어야 주는 사람도 받는 당사자도 흡족할 정도로 그 본질이 퇴색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남녀노소 대동소이하다. '많이 줘서 싫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성인군자와 대인배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조사(부모상·결혼식·돌잔치)에 누가 축의금을 얼마 했고, 화환을 보냈는지 체크 하고, 마음속에 담아 두기 마련이다. 참석 유무와 금일봉 액수는 차후 인간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승진이 되느냐, 계약이 성사되느냐 등 절체절명의 순간 묘한 역학함수의 X변수로 작용한 실례를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A바이오기업 대표의 부친상과 B제약사 회장의 장남 결혼은 정체성을 잃어가는 이 시대 경조문화에 담담한 경종을 울린다.
A사 대표는 석달 전, 부친상을 당했지만 회사 임직원에게 알리지 않고, 4촌 이내의 친지와 죽마고우 친구 5명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빈소를 찾은 친지와 친구들에게 전의금은 일절 받지 않았다. 천붕지통(어버이를 여의여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심정)의 애통한 심경 속에 오히려 여비를 챙겨 주는 혜량을 베풀었다.
B사 회장도 몇 해 전, 부사장인 30대 아들의 결혼을 임직원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했다. 신혼여행 이후 소식을 접한 이사급 인사 몇명이 새신랑인 부사장에게 축의금을 전달했지만 이내 돌려받고 말았다.
A사 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찬이고, B사 회장은 유마거사로 불릴 정도로 돈돈한 불심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종교는 다르지만 종국에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은 같다. 바로 사랑과 배려다. 황금같은 주말, 친분없는 관료적 인연에 따른 결혼식, 상갓집, 돌잔치 초대는 그리 반갑지 않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식장은 천리길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벌써 몸이 이럴 진데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진심어린 축하와 내면의 위로가 나올 리 만무하다. 136년 전, 경허가 펼친 49제 나눔의 빈 제사상 일화와 두 제약사 오너가 보여 준 조의·축의금 회향이 경조문화 변화의 작은 날개짓으로 작용해 큰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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