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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신약성과 평가 '냉정과 열정 사이'

  • 천승현
  • 2018-11-12 06:10:38

얼마 전 유한양행이 모처럼 대형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얀센에 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을 넘기면서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다. 레이저티닙이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면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국내 제약산업 120년 역사상 체결된 기술수출 중 계약 규모는 역대 2위, 계약금은 4위에 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기다리던 대규모 기술수출', '국내 기업의 기술과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등의 호평을 쏟아내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각종 언론에서도 '1조400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를 부각시키며 모처럼 성사된 대형 기술수출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물론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충분히 축배를 들 정도의 경사다. 2015년과 2016년 한미약품의 연이은 대형 기술수출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호재는 충분히 축하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다만 이쯤에서 '조금은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수출은 기술을 도입한 다국적제약사가 해당 신약의 개발을 맡기로 했다는 신호일 뿐 상업적 성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권리반환 사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바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과 올무티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았다. 상업화 단계 도달시 총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받는 조건의 대형 계약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계약은 해지됐고 한미약품은 계약 해지로 계약금과 마일스톤 일부를 포함한 6500만달러(약 715억원)만 손에 쥐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변수"라며 과잉대응을 경계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주의 종목 창은 연일 파란불이 켜졌다. 한미약품을 '한국 제조업의 구세주'라고 칭송하던 언론들은 신약의 거품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을 향하던 환호가 1년만에 실망으로 둔갑했다.

한미약품 이후 많은 국내 제약기업들이 적잖은 규모의 기술수출을 따냈지만 아직 임상단계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제품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이제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라는 얘기다.

모처럼 나온 경사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는 없다. 과연 우리들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성과에 대해 얼마나 냉정한 시선으로 판단했는지를 되묻고 싶다.

예전에 비해 정보공개에 대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인식은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자사의 성과를 부풀리려고 하는 의도가 확연하게 엿보인다.

계약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으면서도 마치 몇 년간의 예상 공급 규모를 마치 확정된 수출 금액으로 발표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기술이전이 아닌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에 불과한데도 마치 먼 훗날 유입될 수출 금액을 계약 규모로 발표하는 사례도 많다.

오래 전에 수조원 규모로 체결한 계약인데도 현지 보건당국의 허가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간의 법적 효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일 뿐인데도 마치 글로벌 진입을 확정한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보도자료도 있다. 일부 기업은 막 임상시험을 시작했을 뿐인데도 낙관적인 결과를 미리 예단하는 내용을 홍보하기도 한다.

언론들의 보도 행태도 달라져야 할 것을 제안한다. 기술이전 계약 소식을 보도할 때 임상시험을 마치고 상업화 단계 진입시 받을 전체 계약 규모를 조명하는 것보다는 확정된 계약금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많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수준과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히 일부 기업들의 성과일 뿐이며 아직 험난하고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묵묵히 응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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