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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음란물 게재 천안소재 약사, 조울증약 복용중"

  • 이정환
  • 2019-04-30 21:48:58
  • [현장]주민들, 음란 문구에 불쾌감...약사 처지에 동정어린 시선도
  • 인근 약사들 "질환 치유해 정상생활·합법약국 운영하길"

음란물 전시 혐의로 지역사회 불안과 불편감을 유발하며 경찰 입건된 충남 천안의 ㅂ약국 A약사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마약·청산가리 밀수 등 정상으로 보기 힘든 비상식적 문구나 성 행위 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약국 정면에 도배한 약국장의 과거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30일 데일리팜 취재진은 논란 한가운데 선 ㅂ약국에서 A약사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오전 열시께 방문한 ㅂ약국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약국 정면에는 문제된 선정적 문구나 그림은 어느정도 제거된 상태였지만 '탐정 출신', '등쳐먹기 전문', '마약 밀수' 등 알 수 없는 글귀들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약국 간판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자 A약사는 곧 나가겠다는 말과 함께 약국 내부 쪽방에서 나와 문을 열고 취재진을 맞이 했다.

A약사에게 약국은 숙소이자 일터, 자신의 생활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약사는 취재진에 자리를 권하고는 명함을 건넸다. 약사 가운이 아닌 구겨진 면 티셔츠와 점퍼를 걸친 차림새였다.

명함엔 '처방전 조제·일반약 판매' 문구와 함께 '소송 외 각종 피해 등 해결전문 약사'라는 소개가 명기됐다.

천안 ㅂ약국 A약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억울한 일로 피해를 당하신 분들을 위한 해결 및 처방 전문'이란 문구도 기재됐다. 명함 뒷면에는 보건복지부가 발급한 자신의 약사 면허증이 인쇄돼 있었다.

안부를 묻자 약사는 "약국이 화제가 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와 신문사 취재진을 응대할 일이 잦다"고 말했다. 비상식적 문구와 선정적 그림으로 사회에 불편을 줬다는 데 공감하냐는 질문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비상식적 행위의 배경을 묻자 약사는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약사는 충남 아산이 고향으로 충남약대 졸업 후 지역 근무약사로 일하다 2008년 비교적 이른나이인 29살에 개인 명의 약국을 열었다고 했다.

이후 2011년에는 경쟁률이 치열했던 아산 소재 대기업 내 약국 입찰에 성공, 2017년까지 큰 문제없이 운영을 이어가다 기업의 일방적 강요로 약국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운영되던 약국 바로 옆에 경쟁 약국을 입점시킨 뒤, A약사는 건물 내 자신의 약국에 접근하는 것 조차 금지시켰다는 게 약사의 주장이다.

ㅂ약사는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이 디자인한 명함을 내밀었다.
이에 약사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패소하며 그때부터 기업과 사회, 법원에 불신감을 갖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변호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문제 약국은 이달 5일 개국했다. 문 연지 채 한 달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약국 벽면에 논란 글귀를 써 붙이고, 벌거벗은 여성 마네킹의 하체를 전시하는 등 잇단 행위로 사회적 물의와 함께 경찰 입건된 셈이다.

약사는 자신을 약사로선 꽝이라고 했다. 약국 문을 연 20여일 동안 채 10건의 처방전도 유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일반약은 다른 약국이 문을 닫는 일요일을 중심으로 수 십만원대 매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약국엔 노트북 두 대와 데스크톱 한 대, 총 세 대의 컴퓨터가 비치돼 있었다. 약사는 해당 PC로 주로 자신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준다고 주장했다. 물론 상담료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약국은 자신이 변호인으로서 일하기 위한 홍보장소이자 삶터라는 것이다.

약사는 자신의 정신병력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세 종류의 정신병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다고 했다. 병원 진료 역시 빠짐없이 꾸준히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질병명을 묻자 약사는 "정확한 병명은 모르지만 도파민 등 흥분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 조울증세를 보인다"고 부연했다.

약사는 "현재 경찰 입건 상태로, 수사 결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하게 되면 검찰 수사도 받게 될 것"이라며 "그것과 상관없이 약국 문은 당분간 계속 열 계획"이라고 했다.

ㅂ약국 내부
지역사회 반발에 대해 약사는 "사실 불편을 준건 맞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문제된 그림이나 글귀를 대부분 정리했고 변호인 관련 정보만 남겼다"며 "하루하루 닥치는대로 약국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와 취재진 간 인터뷰는 약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사회화 노력으로 정상 약국을 운영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약사는 "가능할지 모르겠고 꼭 그런 삶을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해당 약국의 사회적 논란과 지역주민 반발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었다.

인근 주민·약사들 "불안하지만 환자라 여겨 치료 시급"

인근 주민들은 약사가 써 붙인 글귀와 예측불가능한 행동에 불안감을 표출하는 상황이다. 다만 약사를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도 일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김 모씨(남·60)는 "초등학교와 재래시장 바로 앞에 선정적인 내용을 덕지덕지 붙인 약국이 들어서 불만이 크다"며 "정상적인 약사, 약국으로 볼 수 없다. 당장 약국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의 명함을 제작해준 판촉물 제작업체 사장이자 약국 인근 주민 박 모씨(여·57)는 약사에게 동정심을 표했다.

박 씨는 "약사가 불법 행위로 주민에 큰 반발을 산 건 맞지만, 공격적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은 아니"라며 "약을 제 때 복용하면 문제없이 대화가 가능하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 자신의 치료의지만 있다면 정상 생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근 약사들도 문제 약사의 건강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문제 약국과 도보로 10분 내 위치한 B약국장은 "처음 약국이 들어섰을 때는 경쟁 약국이기도 하고 기행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행동과 언행으로 불안감이 컸다"며 "하지만 최근 많은 취재진이 약국을 다녀가고 약사 개인사를 전해듣고 나니 정신과적 문제를 치유하고 훗날 제대로 된 약사로서 약국일을 할 수 있길 응원한다"고 피력했다.

충남약사회 박정래 회장은 "해당 약사는 환자라고 봐야한다. 지나친 언론, 사회의 비뚤어진 관심이나 공격은 약사이자 환자를 궁지에 몰고 개인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일단 현재 약국은 정상이 아니므로 닫는 게 맞다고 본다. 특히 약사는 물의를 일으킨 일련 행위에 대한 법적, 행정적 처분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약사회에서 문제 약사를 징계할 권한도 없고 징계가 문제 해결에 실효성을 갖지도 않는다. 일단 윤리위 회부해 징계 의견으로 대한약사회에 지부 의견을 올렸다"며 "참 어려운 상황이다. 약사 스스로의 노력과 약사회,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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