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보사 사태는 '최초'에 집착한 결과
- 이탁순
- 2019-05-29 12: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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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후반 허가된 세포치료제를 필두로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국내 합성의약품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최초'들이 수두룩하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선도주자'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오리지널을 베낀 '제네릭약물'이 주도하는 합성의약품 산업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늘 뒤쫓는 모습만 비쳐졌던 의약품 산업에서 '최초' 타이틀이 많은 바이오의약품으로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바이오시밀러처럼 최초 타이틀을 단 의약품이 상업적 성과를 거두면서 바이의약품은 정부의 최우선 지원 산업이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우뚝 솟았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외에는 이렇다할 상업적 성과를 거둔 '최초' 타이틀 바이오의약품이 없다. 대부분 해외개발 자금여력이 없는 벤처사의 제품이기도 하지만, 너무 앞서간 나머지 효능신뢰를 주기에 부족한 제품들도 많다.
이에 대부분 국내에서만 '최초'로 머문 경우가 대다수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는 그래도 내수 한정용이 아닌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약이다.
2017년 한국에서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했을 당시에도 해외시장 개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품목허가가 취소된 지금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아줬던 한국 식약처의 결정은 섣불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주성분이 바뀐지도 모르고, 업체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그전엔 볼 수 없었던 '최초' 의약품을 심사했다는 것 자체가 서두른 흔적이다.
신약이고, 기존에 볼 수 없는 신개념 의약품인만큼 '돌다리도 두들겨 보면서' 심사숙고해야 했다.
최초 타이틀에 얽매인 흔적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진해서 주성분이 바뀌었다고 신고한 이후에도 포착된다. 당시 업체 측이 효능·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허가변경을 운운했을 때도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했다. 이게 과연 허가변경 사유가 맞느냐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주성분이 다른 약이 허가된 자체가 코미디이며, 당연히 허가취소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주성분 변경 신고 누락의 고의성을 조사해야 한다며 허가변경의 가능성을 열어준 꼴이 됐다. 고의든 아니든 주성분이 다르게 허가된 약은 허가취소가 마땅했다. 식약처의 머뭇거림은 환자와 투자자의 추가피해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쩌면 국내 기업이 만들고, 한국에서 먼저 개발된만큼 한국에서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 과연 세계 최초를 감당할 심사역량이 되는지 씁쓸함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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