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블랙홀된 문전·층약국…환자중심 약국 '꿈틀'
- 강신국
- 2019-06-04 0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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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 약제비 규모 2001년 4조 5천억원에서 2018년 16조 4천억으로 성장
- 규모는 커졌지만 양극화 심화...상위 10% 약국이 약제비 45% 독식
- 조제중심 약국 재편으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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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으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게 더 많아요. 그리고 어차피 가야할 길이 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우후죽순 생기는 층약국, 의약담합, 재고약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요."
내년이면 의약분업 시행 20년이 된다. 분업은 약국의 내부 콘텐츠와 외부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약사들에게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분업이전에는 약사 직접조제가 가능했다. 즉 카운터에서 환자 상담을 하고 조제실까지 가는 4~5발짝의 걸음걸이 속에서 조제약을 결정해야 했다.

상황이 이러니 분업 이전 약사들은 신약이나 신제품, 약의 작용기전 등에 대해 크게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80년대만 해도 전체 유통약의 80% 이상을 약국이 취급했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의대가 잇따라 신설되고 의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1984년 처음으로 의사 숫자가 약사 숫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90년대 들어서 환자들은 약국이 아닌 병원으로 가기 시작했다. 의료보험 혜택 때문이었다.
직접조제와 처방조제를 모두 경험한 서울 마포의 K약사는 "80년말에서 90년대 초에 병원과 약국이 엄청난 경쟁을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약국은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 약사는 "이 때 그 유명한 난매약국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약국은 늘어나고 환자를 병원에 빼앗기다보니 약국들이 가격 경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이후 94년 한약분쟁이 시작되면서 한약 취급권한도 축소돼 약국의 혼란은 지속된 것 같다"면서 "당시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었다. 잘 되는 약국은 여전히 잘됐다"고 전했다.
결국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단순한 명제를 실행하기 위한 의약분업 논의가 시작됐고, 2000년 7월 1일 운명의 분업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의 K약사는 "의약분업 도입 첫해에는 정말 힘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약을 구해야 했다"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예측 불가능한 경영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건강보험 제도권에 약국이 편입되면서 약국의 조제수입이 통계화되기 시작한 것도 의약분업 때문이다.

2001년 1만 8354곳이던 약국도 2005년 2만곳으로 돌파하더니 2018년 2만 2022곳으로 18년새 약국 2492곳이 늘어났다.
약제비 증가에 비해 약국 증가수는 완만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제비의 증가가 약국 수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늘어난 고가약 처방과 처방일수 증가 등으로 인해 자연 증가분이 반영된 것. 약국은 매년 2~3% 씩 오르는 조제수가 인상이 전부였다.
결국 늘어난 약제비는 약국에 부메랑이 됐다. 마진이 없는 약값에 카드수수료가 붙고, 약값이 매출에 산정되면서 과징금 부과기준도 달라졌다. 약국이 매출을 10억으로 신고해도 실제 조제수입은 2억5000만원 정도였다. 약사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대목이다.
특히 약국의 양극화는 미해결 과제다. 2017년 기준 상위 10% 약국이 가져가는 청구액 비중은 45% 달했다.
상위 10%에 포함된 약국의 일 평균 조제건수는 200.6건에 월 평균 청구액은 2억5700만원대였다. 반면 하위 10% 약국의 일 평균 조제건수는 5.2건에 월 평균 청구액도 238만원에 그쳤다.
전국 청구액 1위 약국은 매년 350억원이 넘는 약제비를 청구했고, 가장 많은 조제를 하는 약국은 하루 평균 900건을 소화했다.
특히 제약사들의 처방약 경쟁이 심화되면서 분업 19년간 약국은 불용재고약과의 전쟁이었다.
100정, 300정 덕용포장을 들여 놓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처방약이 변경되는 악순화이 계속된다. 소포장 제도 의무화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약국이 재고약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약국이 조제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면서 일반약, 건기식, 약국화장품 등은 갈수록 위축됐다.
서울 송파의 P약사는 "처방전을 한 장 조제하면 대략 6000원 정도의 약국 수입이 발생하는데, 약사들이 조제수입의 효율성을 알아버렸다"며 "통약이나 건기식, 화장품을 상담해서 판매할 시간에 조제 4~5건을 하는게 더 효율적인 수익구조라는 점을 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대로변의 상담형 약국, 주민의 사랑방을 자처하던 동네약국은 사라져가고 약국은 의원과 병원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같은 입지구조의 재편은 상비약 편의점 판매라는 역풍이 돼 돌아왔다. 2012년 11월 15일 시작된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는 약국 밖에서도 약이 판매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약사들에는 너무나 뼈아픈 순간이었다. 서울 영등포의 H약사는 "의약분업 이후 가장 큰 이슈가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 아니겠냐"며 "저녁 7시면 폐문하는 문전약국, 층약국에 조제 없이 일반약 매약만으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운영을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약국 구조적인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터진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약국 카운터 밖을 나와 환자와 만나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올바른 약물 이용 지원사업, 지자체의 방문약료 사업, 서울시의 세이프약국 등이 주요 트렌드다.
여기에 분업 이후 약사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했다. 저녁 6시면 폐문을 하고 가정 생활이 가능한 층약국을 선호하는 약사들이 늘어났다. 특히 쏟아지는 신약과 상담기능 강화를 모토로 한 학술강좌가 붐을 이뤘다.
그러나 담합, 병원 부지내 약국 개설, 상가 독점권 분쟁 등은 속출했다. 이중 층약국 개설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를 유포시켰다. 1층에서 약국을 하던 약사들에 층약국 입점은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대구 달서지역의 K약사는 "분업 이후 변호사들의 수입도 늘었을 것"이라며 "약국개설분쟁, 독점권 소송이 분업 이후 약 5~6년간 엄청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분업이 20년으로 가고 있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약국개설 규정은 아직도 그대로"라며 "정부나 약사회가 과거 20년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현행 의약분업의 가장 큰 맹점으로 A지역에서 발행된 처방전이 B지역 약국으로 오면 조제를 하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물론 대체조제라는 합법적인 제도가 있지만 환자동의, 의료기관 사후통보 등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아직 환자들은 대체조제라는 용어에도 익숙하지가 않다. 성분명처방, 사후통보 폐지에 최근에는 NII(국제일반명)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만 분업 19년 동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성역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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