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통계의 미학 역행한 라니티딘 사태
- 노병철
- 2019-09-27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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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약물을 배제하고, 해당 약물을 복용함에 따른 유의성이 부작용 위험도를 월등히 상회할 경우 치료제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개발사와 허가당국과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약속이자 시스템이다.
9월 중순경 GSK 항궤양제 잔탁에서 잠정적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NDMA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물론 제약바이오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미국 FDA의 간이실험에서 시작됐지만 정작 폭탄은 한국과 스위스를 비롯한 극히 제한적 일부 국가에서 터졌다. FDA는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제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후 지금까지도 신중한 입장으로 확실한 결과 도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위기적 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마인드와 행동요령이다. 이번 사태에서 FDA는 경거망동·부화뇌동 격인 즉각조치는 유보하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위해성 유무를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환자에게 라니티딘 복용을 중단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용 중단을 원하는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복용의 이점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보다 중요하다는 판단과 앞서 살폈던 개발사의 임상 프로토콜 설계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FDA 의지의 반증이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어땠을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단법석 그 자체였다. FDA 발표 후 보름여 만에 라니티딘 성분의 위장약 133개사 269품목에 대해 사실상 시장퇴출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이들 치료제는 지난 26일 0시를 기해 잠정 제조·수입·판매 중지됐다.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국민보건 안전과 신뢰회복' 이라는 절대불가침 영역에서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헌법의 영역과 잣대를 들이댄다면 모든 것이 정당할까. 이번 식약처의 조치로 40여년 간,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로 환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잔탁을 비롯한 티딘계 약물은 졸지에 똥물을 뒤집어썼다.
수십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온 금자탑이 무너진 것은 말한 것도 없고, '티딘계 약물=먹으면 큰일 나는 약'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과 주홍글씨를 남겼다. 당장 판매가 중지됨에 따라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 손실도 고스란히 제약사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말았다. 티틴계 약물이 그동안 이룩한 외형적 가치는 단순히 '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제약사 각 부문에서 일하는 연구자들과 영업사원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결과물이다. 이 같은 기업의 실적 손실은 인력감축과 연구개발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악재로 작용될 문제도 안고 있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의 자세를 확립하지 못한 식약처의 각 부처 대응방식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국민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수장은 모름지기 바람처럼 빠른 결단력과 숲처럼 고요한 집중력, 불처럼 맹렬한 돌파력, 산처럼 무거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여야 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장의 장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수도에 있는 왕명도 거스를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대표적 선례가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부산포해전이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부처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에 있어 식약처는 국민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위임받은 사령관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한 모든 통제권은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소신껏 밀어붙였어야 했다. 국회의원이 부른다고 쪼르륵 달려가서 이러쿵저러쿵 보고할 때가 아니다. 과감하게 서면보고로 마무리 지을 담대한 업무 추진력이 필요했다. 국회 보고할 시간에 NDMA 부작용 연구결과 수집과 전문가회의, 직능단체 커뮤니케이션 등의 체킹을 한번이라도 더해야 함이 옳다.
국회 역시 초동대응 미흡, 안전불감증, 재난의 반복이라는 해묵은 꺼리로 이번 사태를 바라봐선 안된다. 일부 국회의원의 전문지식이 배제된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왈가왈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까지 NDMA의 정확한 생성 원인과 인체 위해성은 밝혀진 바 없고, 기준치와 가이드라인의 과학적 미확립 그리고 '잠정' 발암유발 물질로 간주돼 있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부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지만 티틴계 약물 복용자의 이렇다할 중대한 사이드이팩트 발생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곧 FDA의 입장처럼 아직까지 라니티딘은 여전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아직까지 기사회생의 여지는 있다. 바로 조만간 발표될 FDA의 라니티딘제제에 대한 최종 결론이 긍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몇 미국계 임상기관에 따르면 현재 FDA는 라니티딘 사태에 대한 확인 작업과 결과 도출에 있어 NDMA 성분 자체에 대한 위해성과 함께 약물에 포함된 극미량이 암 유발과 사망 등 중대한 부작용례 유무 그리고 40년 간 축적된 안전성 데이터 등을 비교형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가닥 희망이지만 FDA의 라니티딘 판매지속이라는 역전결과 시, 이를 집행한 식약처와 이를 추궁한 국회도 '역할론적 관점에서의 잠정 제조·판매 중지'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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