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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시선] 감염병 위기속 빛나는 약사 가치

  • 김정주
  • 2020-03-09 06:14:42

[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전국 요양기관이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 외신을 보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초긴장 상태가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나라처럼 출입국 또는 발원지 때문에 확산됐다기보다, 신천지 신도 확진자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번진 탓에 다른 양상으로 악화된 특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감염병사태에 이번 만큼 정부 전체가 정보의 벽을 허물고 신속하게 움직인 때가 없었다. 불과 5년 전 메르스사태 때 벌어졌던 국가 대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사태는 국가 대응이 형식에 그치거나 보여주기식 같았고 오로지 민간병원들의 대응에 의존하는 것마냥 엉망이었다. 정부의 정보공개는 거북이처럼 느린 데다가 투명하지 않았고, 국가 고위 관료들은 신문에 나올 사진에 찍히느라 바빴으니, 통계도 지금처럼 하루 수번씩 실시간으로 집계, 공개될 턱이 없었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았으니 대응이 느렸고, 대응이 느렸으니 요양기관도 실제 진료에 나선 의료진 외엔 감염병 확산과 대응 모두에 무지했던 게 사실이다. 난리통을 TV 화면에서나 보고 수다거리로 치부한 국민이 적지 않았었던 건 메르스사태 때가 '안전'해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치사율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금은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는 기자가 아닌, 국민에게까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으로부터 동네 확진자 현황과 대응요령, 마스크 구매 안내 문자메시지가 하루 수통, 실시간으로 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엉망진창이었던 메르스사태 이후 지금에 와서 본격적으로 창궐한 감염병에, 정부는 마치 집을 새로 짓듯 대응체계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정부가 잘한다고 무작정 말하는 게 아니다. 총선용 정치적 비난을 배제하고, 큰 그림에서 나라 전체가, 이 사회가 일사불란하게 하나로 움직이는 모양을 보자는 것이다. 그 일선에서 요양기관이, 여기에 문턱낮은 약국까지 혼란스러운 건 필연적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닌 요즘이다.

환자 격리와 진단, 치료제 개발, 확진자 혹은 의심자의 협조를 구한 감염 경로 추적까지, 의료 영역에 집중돼 온 그간의 '코로나19' 대응 초점은 이제 예방으로 확대됐다. 즉, 일반인에게 가장 문턱 낮은 동네약국들이 감염병 위기 속에 예방 단계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이다.

정부가 9일부터 공적마스크 5부제와 대리구매 대상자 확대를 발표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가 대응조치에 약국 현장은 머리가 지끈거린다. 약국은 그간 사용해본적도 없는 중복구매확인 시스템을 컴퓨터에 깔고 이것으로 사재기를 걸러내야 한다. 휴일 동안 바뀐 대응책으로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등 대리구매자도 가려서 판매해야 한다. 약국 행정과 일손이 고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과세 의약품을 조제하는 게 아닌, 의약외품을 판매해야 하니 추후 과세 부분도 혼란스럽다. 국가 면허증을 보유한 보건의료인이란 이유만으로 마치 '통보'식으로 강요되고 있는 현장의 현실을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으니 암담하고 서럽기까지 하다.

'코로나19' 사태에 최일선의 약사들에게 무작정 의협심과 공명심을 바랄 순 없을 것이다. 해마다 하는 정례사업처럼 '근육'이 붙은 것이 아니니 상황 대처에 보통 에너지가 소요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는 가장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란 사실이다. 이는 국가 비상사태로서, 약사회는 이를 두고 '국가재난 사태'로 명명했다. 약사회가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며 공적마스크 면세 추진 등 약사들이 국가 비상사태에 슬기롭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 비상사태에 활약하는 약사직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그간의 감염병 사태 때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임에는 분명하다. 정부가 그렇듯, 약사회가 그렇듯 일선 약국 또한 국가 감염병에 대처하는 새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질병 퇴치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응 매뉴얼 개선, 정부 보상책과 관련 연구 등 과제가 산적하다. 약국도, 병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사태에 우리나라보다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가 없으니 우리의 백서, 즉 약국을 포함한 요양기관의 대응은 추후 국제적인 참고 사례로 연구될 것이 분명하다. 감염병 국가 위기 속에 우리사회가, 더 나아가 국제사회가 보내는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도록 정부는 약국에 아낌없는 지원책을 강구해 그 가치와 기능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약사회 또한 현장과 정책 사이에 긴밀한 가교와 사기진작을 위해 더 노력하길 기대한다. 그래야만 현재와 미래에까지 약사직능이 공동체 안에서 진가를 최대한 발휘하고 그것이 국민 뼛속 깊이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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