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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불건전 종신보험 판매…피해약사 속출

  • 김민건
  • 2020-05-05 10:09:05
  • "가입 안 하면 손해" 약국 신청서 수십장 보이며 권유
  • 약사 "허위 작성, 경유계약 등 모집 원칙 안 지켜...100명 이상 피해"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서울 A약사는 작년 초 신한생명 VIP콜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약사님 같은 고소득 전문직종을 대상으로 2년 만기 연이율 7%대 금융상품을 소개해주려 한다"는 보험가입 권유 전화였다.

며칠 뒤 A약사 약국으로 신한생명 중앙VIP센터 소속이라고 밝힌 한 직원이 찾아왔다. 그는 '센터장'이라고 적힌 명함과 다른 약국 수십 곳의 신청서를 보이며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했다.

A약사는 월 150만원씩 넣는 적금 상품을 계약했다. 그러나 며칠 뒤 설계사는 "350만원을 먼저 인출하고 향후 200만원을 다시 입금해주는 식으로 금융상품이 진행된다"고 말을 바꿨다.

약국 개국 초기 정신이 없던 A약사는 계약서에 서명한 뒤였고 많은 약사들이 가입한 점, 대기업 소속인 것을 믿고 별 문제 있겠냐 싶었다. 그러나 A약사도 약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가입 피해자가 됐다.

A약사는 설계사가 보험약관 교부와 주요 내용 설명, 청약서 자필서명, 청약서 부본 전달 등 보험모집자의 '3대 기본 지키기'를 준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 단속에도 계속되는 약사 대상 불건전 종신보험 판매

6일 약국가에 따르면 고소득 직종인 약사를 대상으로 한 일부 GA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의 무분별한 불건전 상품 판매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어 금융 지식이 부족한 피해 약사가 계속 생기고 있다.

A약사는 "지난달 계약한 약사도 있다"며 대기업 보험사 이름을 내걸고 약사에게 접근하는 무책임한 보험 대리점들로부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제보했다고 밝혔다.

약사 대상 불건전 금융 상품 판매는 적금 상품인 것처럼 소개한 뒤 종신보험으로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수백만원을 납입하면 이중 일부 비용을 설계사 본인의 보험설계비로 충당해주고 2년 뒤 해지에도 실제 납입금에 연이율 7%의 높은 이자 수익 보장을 약속한다. 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행위다.

A약사도 설계사로부터 "약사님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여도 시중 은행 금리는 2% 밖에 안 된다"며 "한 달에 150만원, 30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2년 만기 시 연이율 7%를 받을 수 있다"고 적금 상품처럼 가입을 권유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10개월 납입분 이후로 설계사가 약속했던 지원 비용을 못 받고 있다. 최근에야 해당 GA대리점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우리 영업 방식을 제지해 더 이상 입금을 못 한다"고 알리면서 "1년 6개월 뒤 한 번에 입금해주겠다"며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한 합의를 종용해왔다.

GA대리점이 A약사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제시한 담보 확인서와 지급신청서

대필, 허위 작성, 경유계약...보험 모집 3대 원칙 어겼나

A약사는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뿐더러 허위 서류 작성, 경유계약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불법 판매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법적 소송 등을 통한 피해 구제 가능성을 찾고 있다.

먼저 그는 설계사와 계약 이후 도착한 보험 청약서를 보고서야 적금이 아닌 종신보험에 가입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계약 당시 설계사가 형광펜으로 밑줄 친 곳에 사인하라고만 안내했을 뿐 종신보험임을 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약사는 "2년 만기 적금이 아닌 20년 만기 종신보험이었다"며 "찝찝하긴 했지만 설마 대기업에서 온 직원이 거짓말 하겠냐는 마음에서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A약사가 청약서를 살핀 결과 빈칸은 물론 허위 작성 부분이 확인됐다. 본인으로부터 주택과 자동차 유무 등 재산 상황을 상담하고 확인할 부분이 임의로 작성된데다 자필로 따라쓰도록 한 곳도 자신의 글씨체가 아니었다.

설계사는 신한생명 소속이라고 설명했지만 청약서는 KDB은행 이름으로 왔다. 보험업계 관행적 악습인 경유계약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경유계약은 다른 설계사 명의를 이용한 보험 모집이다.

A약사는 "다른 회사 직원과 계약한 것으로 돼 있어서 물어보니 업계 관행으로 전부 연계돼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보험 중에 복잡한 파생 상품이 많은 만큼 의례적으로 서류가 오고 가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 청약서 대필 흔적, 경유계약 정황을 확인한 만큼 불완전 판매로 민원해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고객님, 신한생명에 '중앙VIP센터'는 없습니다

A약사가 신한생명에 문의한 결과 중앙VIP센터라는 조직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A약사가 설계사로부터 받은 명함에는 '신한생명 중앙VIP센터'가 명확히 적혀 있다.

A약사를 찾아온 설계사가 건낸 명함
이는 피해 약사들이 GA대리점이 아닌 신한, 농협, KDB생명 같은 대기업 보험사가 직접 판매하는 보험 상품이라고 믿게 된 공통된 이유 중 하나다. A약사도 신한생명이 판매하는 보험인줄로만 알았다.

A약사는 "여러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 '신한생명'이라는 대기업을 앞세워 현혹하는 일종의 사칭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소비자를 현혹 시키는 영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추가 피해 약사 5명 더 확인...100명 이상 추정

이와 같은 피해를 당한 약사는 최소한 100명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약사가 "이같은 계약을 한 약사가 몇명이나 있냐"고 해당 GA대리점 측에 문의한 결과 "약 100명정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A약사는 "설계사가 약국에 와서 보여준 신청서 파일만 수십 장이었다"며 "나와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는 울산에도 갔다"고 했다.

이에 A약사가 약사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톡방에 피해 사실을 알리자 동일한 사례가 5명, 연락을 받았지만 가입은 하지 않았다는 약사(5명)가 확인됐다. A약사는 피해 약사 5명과 단톡방을 만들어 피해와 대책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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