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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투자와 맞춤형 R&D'...녹십자, 글로벌 전략 잰걸음

  • 안경진
  • 2021-02-01 06:20:29
  • 녹십자랩셀·아티바, MSD에 기술수출...최대 2조원 규모
  • 북미 법인 2곳 매각...유비케어 인수 등 캐시카우 확보
  • IVIG-SN·헌터라제 등 신약 글로벌 진출 가속화

GC녹십자 본사 사옥 전경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녹십자그룹의 자회사 GC녹십자랩셀이 최대 2조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따냈다. 설립 3년차인 미국 현지 법인을 앞세워 해외 투자와 기술료 수익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진출 물꼬를 텄다.

녹십자홀딩스(GC)는 최근 몇년새 여러 계열사를 통해 통큰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시장 변화흐름을 빠르게 읽고, 계열사별 맞춤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펼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는 행보다.

◆녹십자랩셀·아티바, MSD에 기술수출...최대 2조 규모

지난달 29일 GC녹십자랩셀은 미국 자회사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Artiva Biotherapeutics)가 미국 MSD와 CAR-NK 세포치료제 플랫폼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동종 CAR-NK 세포치료제 개발용으로 규격화(Off-the-Shelf)한 아티바의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최대 3가지 고형암 타깃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양사는 2종 개발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경과에 따라 나머지 1종의 개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MSD는 임상개발 및 상업화에 관한 글로벌 독점 권리를 넘겨받고, 향후 개발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계약 규모는 최대 18억6600만달러(약 2조원)다. 아티바는 2개 물질 개발 관련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upfront fee) 3000만달러를 받는다. 이후 MSD가 3번째 물질 개발에 착수하면 15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개발과 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물질 1개당 6억1200만달러로, 최대 18억3600만달러를 책정했다. 상업화 이후 매출 관련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다.

GC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으로 최대 9억8175만달러를 확보하게 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1500만 달러(약 170억원)다. 마일스톤은 9억 6675만달러로 산정됐고 상업화 이후 로열티는 별도로 받게 된다.

아티바의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자료: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아티바는 GC녹십자그룹이 NK 세포치료제의 미국 내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지난 2019년 3월 미국 현지에 설립한 회사다. 직접 새로운 신약을 발굴하지 않고 개발만 전담하는 일종의 개발 중심(NRDO) 바이오벤처로서, GC녹십자랩셀로부터 CAR-NK 플랫폼 등 NK세포 치료제 후보물질을 이전받았다.

GC녹십자랩셀 측은 "이번 기술수출은 특정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원천 플랫폼의 기술수출 성격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GC녹십자랩셀의 CAR-NK 플랫폼 기술을 몇 개 프로젝트에만 활용하는 데 수 조원의 가치로 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GC녹십자랩셀과 아티바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고형암·혈액암 타깃의 파이프라인까지 합하면 플랫폼 기술의 전체 가치가 훨씬 커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2011년 녹십자랩셀 출범...세포치료제 투자 10년 결실

업계에서는 녹십자홀딩스(GC) 차원에서 장기 안목을 갖고 R&D 투자를 펼친 덕분에 대형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

녹십자그룹이 세포치료제 사업에 뛰어든 건 무려 18년 전이다. 2003년 세포치료제 사업을 신사업분야로 선정하고 제대혈 은행 사업과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에 대한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2008년 목암연구소를 통해 세포치료제의 '자연살해세포 체외확장 배양방법'에 대한 기술과 2009년 '세포배양공정'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면서 세포치료제 분야 기술력을 쌓았다. 2011년 6월에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해 검체검사, 셀뱅킹 등 미래핵심사업을 넘기면서 GC녹십자랩셀을 출범시켰다.

CAR-NK 기술소개(자료: 녹십자랩셀)
녹십자랩셀은 악성 림프종과 재발성 고형암 관련 다양한 임상시험을 가동하면서 대량생산 기틀을 확립하기 위한 다양한 기반 연구에 착수했다.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따라 소량의 제대혈에서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정도로 충분한 NK세포를 배양할 수 잇는 기술을 확립하고, 키메라항원수용체(CAR) 기술을 적용한 CAR-NK와 유전가가위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NK 세포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NK세포치료제 미국법인 아티바 설립은 이번 기술수출 계약의 마중물로 작용했다고 평가받는다.

글로벌 개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녹십자랩셀은 2019년 3월 미국 현지 NRDO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바이오기업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했다. 아티바의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미국 CAR-T 개발 바이오텍으로 잘 알려진 벨리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톰파렐이다. 페이트테라퓨틱스 부사장 출신 피터플린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주노테라퓨틱스 임상개발 부사장이었던 제이슨리튼이 최고의학부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를 맡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GC녹십자랩셀 기술 기반의 차세대 NK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78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5AM과 벤바이오, RA캐피탈 등 미국 바이오 분야 선두 벤처캐피탈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출신들을 핵심 경영진으로 세우고, 해외 투자자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면서 단기간 내 글로벌 진출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과감한 M&A 추진...계열사별 R&D 연속성 확보

GC녹십자랩셀의 기술수출을 계기로 녹십자홀딩스(GC)의 계열사 맞춤형 경영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계열사별로 맞춤형 R&D 전략을 구사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통큰 투자와 자산 매각 등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GCBT 사옥 전경
GC는 지난해 북미 법인 2곳을 4억6000만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Grifols)에 GC의 북미 현지법인 GCNA의 자회사 GCBT(Green Cross BioTherapeutics)를 1891억원에 매각하면서 또다른 미국 현지법인 GCAM(Green Cross America)도 같이 넘기는 방식이다. GCAM은 GCBT가 지분 74%를 보유한 자회사다.

GCBT는 GC가 캐나다에 건설한 혈액분획제제 공장이다. GC는 지난 2017년 2억1000만 캐나다달러(약 1870억원)를 들여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에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최대 100만리터 혈장을 분획해 아이비글로불린, 알부민 등의 혈액제제를 생산하는 공정을 갖췄다. 함께 매각한 GCAM은 미국 현지에 12개의 혈액원을 보유하면서 혈장공급을 담당하는 법인이다. 당초 GC의 간판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IVIG-SN)'이 북미 판매허가를 받으면 GCAM과 GCBT의 공조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해 현지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IVIG-SN의 허가가 지연되면서 전략을 변경했다.

그간 그룹사 차원에서 GCBT와 GCAM에 투자한 대금을 즉각 회수하면서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다. 지난해 마무리된 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인수 역시 해외 계열사 2곳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통큰 결정 덕분에 가능했다.

녹십자헬스케어의 자회사 소개
녹십자그룹은 지난해 2월 2088억원을 들여 IT 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녹십자헬스케어는 녹십자그룹(GC)의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로 IT 기반의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다.

유비케어는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EMR을 개발한 기업으로, 전국 2만 3900여 곳의 병·의원과 약국을 포함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 네트워크와 IT 기술을 활용한 사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전통적 제약사업과 함께 기능의학, 유전자검사, 진단검사, 건강검진 등 예방과 진단, 치료, 관리에 이르는 기존 사업 부문이 유비케어의 사업 역량과 융합돼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너지가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유비케어에 이어 빅데이터 분석전문 컨설팅기업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하면서 헬스케어 빅데이터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큰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면서도 법인별 핵심 R&D 과제의 연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IVIG-SN' 연내 FDA 허가목표...'헌터라제' 글로벌 공략 가속화

IVIG-SN 제품사진
GC는 북미 자산 매각과 무관하게 혈액제제의 북미시장 진출도 진행하고 있다.

IVIG-SN은 혈장 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농도에 따라 5%와 10%로 나뉜다.

GC녹십자는 2015년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IVIG-SN 5%'의 허가를 신청했다가 2차례에 걸쳐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을 지적받으면서 고배를 든 경험이 있다. 이후 'IVIG-SN 5%' 대신 임상진행 단계인 10% 제품의 상업화를 앞당기는 형태로 북미 진출 전략을 수정했다. IVIG-SN 10%는 현재 미국 임상3상시험 마무리 단계다. IVIG-SN 10%의 신약허가신청(BLA)과 더불어 IVIG-SN 10% 관련 소아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빠르면 연내 판매허가를 획득하고 내년부터 미국 판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22년에는 IVIG 5% 제품의 BLA 재신청도 계획하고 있다.

헌터라제 제품사진
녹십자의 간판 제품으로 부상한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도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 '헌터라제'의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서 전 세계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2형 뮤코다당증'으로 불리는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 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헌터라제'는 다케다 '엘라프라제'의 독점체제를 깨고 등장한 이후 국내 헌터증후군 치료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해 왔다.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에 뒤지지 않는 매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남미와 북아프리카 등에 '헌터라제'를 공급하면서 2018년 수출실적이 내수 매출을 넘어선 단계다.

작년 10월에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헌터라제'의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최근에는 일본 후생노동성(MHLW)으로부터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라제 ICV'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신규 제형이다.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하지 못해 지능 저하 증상을 개선하지 못하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과 일본 지역 진출활로가 열리면서 해외 매출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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