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함께하는 김 약사의 슬기로운 약국 생활
- 강혜경
- 2021-03-16 17:14:58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인문약방' 출간한 김정선 약사(일리치약국)
- 마을공유지가 약국·에코숍·가죽공방 함께하는 실험실로
- "돈 많이 버는 건 세상에 빚지는 것…수익 보다는 마을약사로 남고파"
- 한가운데 상담 테이블…"사람·글·약 있는 인문약방이길"
- PR
- 전국 지역별 의원·약국 매출&상권&입지를 무료로 검색하세요!!
- 데일리팜맵 바로가기

김정선 약사(우석대약대·50)는 1년여간 쓴 약사로서의 본인 이야기와 영양제, 진통제, 수면제, 다이어트약 등을 옆에서 얘기해 주듯 풀어냈다. 또 지난달 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일리치약국'을 열었다.
흔치 않은 약국 이름에 놀랐고,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 한번 더 놀랐다. 약국이 '에코n양생실험실'이라고 하는 에코샵, 공방과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용기를 가져와 곡식, 채소, 샴푸 등 필요한 을 구매해 가는 '용기내가게', 손작업장 '월든'과 화장품 공방 '자누리생활건강'이다.
샵인샵 형태가 아닌 문탁네트워크라는 인문학 공동체 친구들이 함께 마을공유지로 운영하던 이곳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약국은 인근에 병의원이 없다. 이곳은 마을공유지 차원에서 운영되던 카페가 있던 곳이다. 김정선 약사는 3년간 이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다 이 공간이 실험실로 탈바꿈된 것이다. 외관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는 세미나가 열리고 주민들은 이곳을 찾아 건강과 일상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일리치약국은 '사람과 글과 약이 있는' 상담을 위한 약국이다. 약국 한 가운데는 커다란 상담 테이블이 놓여 있다. 약국이라고 하기에는 단출한 약들만 구비돼 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의 원래 꿈은 미대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약대에 입학하게 됐다. 화학과 수학을 특히 잘했던 그에게 약대는 잘 맞았다. 학생회 활동도 할 만큼 학교 생활에 열심히였다.
그는 '약사가 돼 돈을 많이 벌면 미술을 다시 해야지'라는 마음을 간직한 채 약사가 됐고, 면허를 손에 쥐고 약사로서 첫 근무를 시작한 곳은 부천 성가병원(현 부천성모병원)이었다. 병원약사로 일하면서도 복약상담 전문코스, 호흡기 약물상담 코스를 공부할 만큼 열정이 넘쳐다.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개국약국과 도매상을 거쳐 제약회사 해외영업무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건강 보다는 늘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십수년을 일에 빠져 지내다 보니 '번아웃'을 경험하게 됐고,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약사로서의 일을 접게 됐다.
'13년 퇴사를 하고 그가 간 곳은 수녀원이었다. 세상을 벗어나 깨닫고자 한 것이 얼마나 교만한가를 알고 결국 수녀원을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당시가 김정선 약사에게는 간절했던 순간이었다.
◆인문학 공부하며 배운 삶…"시선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져"
그는 전형적인 이과생이었다. 답이 명확히 떨어지는 수학과 과학은 그에게 모름지기 '당연한' 학문이었다. 몸에 대해, 약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인문학에 눈 뜨게 된 건 서점에서 우연히 접한 고미숙 작가 덕분이었다. 2004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접했었다. 그리고 2012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라는 고 작가의 또 다른 책을 만나고는 바로 그가 강의를 나서는 남산 감이당에서 강의를 들었고 용인에 있는 문탁네트워크에서 글쓰기와 읽기 공부를 시작했다. 고 작가의 책을 주로 출간하는 북드라망이 김정선 약사의 '인문약방'을 출간한 출판사이기도 하다.
늘 공부 꽤나 하던 모범생이었지만 읽기와 글쓰기에서는 젬병이었고 새로운 충격이었다.
김정선 약사는 "그동안 배웠던 학문은 의심의 여지 없이 '1+1은 2'가 되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인문학을 배우게 되고 글을 쓰게 되면서 내가 믿고 있던 약학과 의학, 과학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절대적으로 많이 암기하고 계산해 답을 구하던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7년간 함께 읽고 쓰며 인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대에 가지 못해 수십년간 마음에 쌓였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좌절된 유학생활에 대한 미련도 모두 사라졌다.
그에게 깨우침을 느끼게 한 또 다른 책은 이반 일리치 신부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다. 책은 전문성이 상품이 되고, 전문성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되면서 의료 권력이 세지는 현재 상황 속에서 '전문가 주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약사는 "책을 읽는 내내 '약사는 뭘까, 의료는 뭘까'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고, '함께 치유하는 주체가 되는 직업'으로는 약사만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자신을 돌보는 자기배려를 가진 '호모큐라스'로 성장하게 하는 게 약사로서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약국 이름도 일리치약국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픔이나 질병이 없는 상태가 최적의 상태가 아니며, 아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를 키울 수 있게 하는 게 '양생(養生)'이고 함께 양생하는 게 약사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약국에 와 하소연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수다가 반갑다"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이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적정한 만큼의 약만 사용하며 동네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찾을 수 있는 마을약국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까망약사의 약수첩'...SNS서 유명세 타는 이유는?
2021-01-22 12:08:04
-
"코로나에 끄떡없는 약국이요? 정답은 브랜딩"
2020-09-15 12:01:25
-
"약사이자 시인의 삶, 약이 되는 시 쓰고싶어요"
2020-09-07 06:10:32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개설허가 7개월 만에 제1호 창고형약국 개설자 변경
- 2급여 생존의 대가...애엽 위염약 약가인하 손실 연 150억
- 3약국서 카드 15만원+현금 5만원 결제, 현금영수증은?
- 4부광, 유니온제약 인수…공장은 얻었지만 부채는 부담
- 51호 창고형약국 불법 전용 논란 일단락…위반건축물 해제
- 6P-CAB 3종 경쟁력 제고 박차…자큐보, 구강붕해정 탑재
- 7발사르탄 원료 사기 사건 2심으로...민사소송 확전될까
- 8파마리서치, 약국 기반 ‘리쥬비-에스 앰플’ 출시
- 9국내제약, 결핵치료제 '서튜러' 특허도전 1심 승리
- 10카나프테라퓨틱스,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통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