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준비된 R&D 역량과 문샷
- 천승현
- 2022-04-18 06:15:27
- 영문뉴스 보기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2020년 4월 화이자 연구진들은 2021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시험까지 마치는 공격적인 계획을 공유했다. 하지만 앨버트 불라 CEO는 직원들에게 “너무 늦습니다. 올해 10월까지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까지 수천만 회가 아니라 수억 회를 접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
전 세계가 10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단순히 CEO의 과감한 추진력만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한 R&D 역량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모험을 성공적 결과로 이끌어냈다.
화이자는 2년 전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제휴를 맺고 mRNA 기술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다. 당초 화이자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 단백질, 접합, mRNA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고민하다 mRNA 방식이 코로나19 종식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모험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화이자는 바이오엔텍에 선금으로 7200만달러(약 870억원)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5억6300만달러(6800억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바이오엔텍의 주식 일부를 1억1300만달러(1400억원)에 매입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모든 개발비와 상용화에 따른 이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합의했지만 화이자가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하기로 했다.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면 모든 손실은 화이자가 책임지지만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바이오엔텍이 백신 상용화로 얻은 이익에서 부담해야 할 개발비를 추후 화이자에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화이자는 전사적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동시다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개발에 착수한 지 269일 만에 첫 접종까지 이뤄내는 쾌거를 거뒀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도전을 본래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는 문샷으로 비유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으로 평가받을 만한 모험이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화이자의 무모한 도전은 실적으로 보상받았다. 지난해 화이자의 글로벌 매출은 813억달러(약 97조원)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만으로 44조원을 올렸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화이자 한국법인의 매출은 2020년 3919억원에서 지난해 1조6980억원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
화이자 뿐만 아니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다국적제약사들도 높은 실적을 실현했다. R&D 역량을 금전적 성과로 보상받은 셈이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오랜 백신 개발 노하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이 9290억원으로 2020년 2256억원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은 378억원에서 4742억원으로 12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19 백신 수탁생산 사업 호조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에 따른 원액 및 완제 생산과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에 따른 원액 생산이 성장을 견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2012년 경북 안동에 2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가 SK케미칼의 차세대 백신사업 핵심 기반시설이다. 엘하우스에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직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연거푸 백신 수탁 생산을 따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출범 이후 왕성한 투자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구축했고 다국적제약사의 항체 치료제 뿐만 아니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수탁 생산하는 성과도 얻었다.
물론 국내 기업들은 화이자, 모더나 같은 경이적인 성과에는 못 미치지만 준비된 바이오의약품 제조 노하우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에도 기여하고 실적으로도 보상받았다.
아직도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약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제약사와는 축적된 R&D 역량과 자본의 격차도 크기 때문에 단숨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다만 묵묵히 R&D 역량을 확대하면서 효율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면 언젠가 국내 기업도 문샷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복지부, 1월 약가인하 4천품목 리스트 곧 사전 공개
- 2오름, 1450억 CPS 투자 유치…"TPD 임상 가속"
- 3임무 종료 위임형 제네릭 한국 철수…올메액트 허가 취하
- 4생존의 문제 '탈모'...급여 시급한 중증 원형탈모치료제
- 5위더스제약, 차세대 다중표적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속도
- 6'2천억 조달·해외 진출 고삐'...카티스템, 얼마나 팔렸나
- 7의협, 건보공단 특사경 반대 국회앞 1인 시위
- 8"신약 파이프라인 10배로"...정부, AI바이오 전략 발표
- 9이연제약, 130억 투자 뉴라클 신약 북미 1/2a상 완료
- 10모더나 RSV 예방백신, 식약처 신속심사 통해 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