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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뇨약 선의의 경쟁과 긍정적인 시너지

  • 정새임
  • 2022-07-26 06:15:33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자동차 제조사 포드와 페라리는 1960년대 자존심을 건 레이싱 경기를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레이싱 우승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 했던 미국 자동차의 대명사 포드와 스포츠카에 모든 것을 건 페라리가 레이스에서 만나 정면 승부를 벌였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1966년 르망24시에서 포드가 페라리를 꺾었다는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후에도 절치부심한 페라리가 포드를 꺾는 등 양 사는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며 모터스포츠 대회를 흥하게 했고,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뤘다.

제약 산업에도 선의의 경쟁을 통한 다양한 발전 사례가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건 SGLT-2 억제제다. 두 제약사의 선의의 경쟁 속 SGLT-2 억제제 시장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제2형 당뇨병에서 심부전으로 앞다퉈 영역을 확대하며 표준 치료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신장병에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약 1년 차이로 국내 등장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제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두 약제 외에도 얀센의 '인보카나' 한독 '슈글렛' MSD '스테글라트로' 등이 있지만 인보카나는 시장에서 철수했고, 슈글렛과 스테글라트로는 점유율 합계가 3%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내분비내과 뿐 아니라 심장내과·신장내과 전문의들까지 SGLT-2 억제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 데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의 공이 크다. 양 사가 엎치락 뒤치락 하며 다양한 대규모 임상 결과를 내놓으면서 SGLT-2 억제제의 입지를 크게 변화시켰다.

자디앙은 당뇨병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데이터를 발표하며 관심을 높였다. 이어 포시가가 심부전 치료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SGLT-2 억제제의 영역 확대에 기여했다. 특정 약제의 효과인 줄 알았던 의심의 눈초리는 SGLT-2 억제제 계열에 대한 신뢰로 바꼈다.

두 약제의 경쟁적 시너지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시가가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서 치료 효과를 먼저 입증했다면, 자디앙은 심부전 환자의 절반에 달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최초로 유의한 효과를 확인했다. 만성 심부전은 신약 개발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더욱 개발이 어려워 적절한 치료제가 전무했다. 15년 만에 등장한 심부전 치료 신약 '엔트레스토'가 첫 박출률 보존 심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지만, 3상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반면 SGLT-2 억제제 자디앙은 박출률 보존군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자디앙의 데이터는 지난 22일 전면 개정된 국내 심부전 치료 가이드라인에 SGLT-2 억제제가 박출률 경도감소·보존 심부전에서 엔트레스토보다 더 권고되는 주요 약제가 된 강력한 계기가 됐다. 아직 전체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은 포시가도 함께 권고 약제로 올랐다.

심부전에서 한 획을 그은 SGLT-2 억제제의 다음 무대는 신부전이다.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효과는 앞선 임상의 하위 분석 연구에서 짐작되는 바였다. 신부전의 첫 발도 포시가가 먼저 뗀 상태다. 제2형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사구체여과율 25~75㎖/min/1.73㎡인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우수한 신장 보호 효과를 입증해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어 자디앙도 지난 3월 만성 콩팥병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해 조만간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20년 만의 신약 등장에 신장내과 의사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SGLT-2 억제제가 신장병에서 기본 약제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 하나의 약제가 독주하는 상황이었다면 SGLT-2 억제제는 지금처럼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입지를 다지기 힘들었을 수 있다. 한쪽에서 새로운 효과를 발견하면 다른 쪽에서 이를 입증하고, 새로운 영역에 더 빨리 진입하기 위해 임상에 속도를 내면서 8년 만에 SGLT-2 억제제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당뇨병, 심장병에 이어 신장병에서도 두 약제가 발전적 경쟁 관계로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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