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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정감사에 오른 두 편의 연극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한 국회의원이 성분명 처방의 도입 필요성을 질의한다. 그러면 보건복지부장관이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든 취지에 공감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이 뒤잇는다. 이렇게 한 편의 연극이 마무리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마무리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분명 처방 도입에 대한 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의 의견을 물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고, 조규홍 장관은 '식약처와 대책을 의논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각본은 대동소이하다. 매년 배우만 바뀐다. 질의를 던진 국회나 취지에 공감한다는 정부 모두에게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읽고 답한다. 성분명 처방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국정감사 시즌에만 허공을 맴돌곤 이내 흩어진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제네릭 약가 인하와 관련한 연극도 펼쳐졌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제네릭 약값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자, 조규홍 장관은 '단계적으로 낮출 방안을 찾겠다'고 맞장구쳤다.

성분명 처방 연극만큼이나 단골로 오르는 연극이다. 마찬가지로 진정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네릭 약가 인하가 국내 처방시장과 제약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치열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질의하는 쪽이든 답하는 쪽이든 쓰여진 각본을 읽을 뿐이다.

2012년 정부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그때도 제네릭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국회의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약가제도를 개편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제약업계가 받아야 했다.

당장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거나, 제네릭 약가 인하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국정감사 시즌마다 기계적으로 연극이 반복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해진 각본을 읽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그 충격파가 얼마나 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의약품 처방시장과 제약산업을 뒤흔들 거대 담론인 만큼 단순 질의·답변에 앞서 토론회든 공청회든 의견을 모으는 자리라도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국회와 정부는 아마 내년 국정감사 때도 올해와 비슷한 각본으로 n번째 연극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말이 뻔한 연극은 재미가 없다. 건보재정 절감이 주제인 무대에서 더욱 진정성 있고 참신한 각본이 새로 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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