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술보다 합의가 만든 대만의 '환자 중심' 기적
- 데일리팜
- 2026-07-01 11:59:25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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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수현 서울특별시약사회 부회장(중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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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특별시약사회 방문단(김위학 회장, 변수현 부회장, 양취매 국제이사)은 대북시약사공회(타이베이시약사회) 창립 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대만 타이베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는 대만 약사 동료들은 공항 영접부터 숙소 안내까지 따뜻한 환대로 맞아 줬다.
우리는 대북시약사회의 헌신적인 지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 신라 천마총 금관(1/3크기)과 이사진들을 위한 선물을 전달하며 우정을 다졌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수확은 환대 그 이상이었다.
바로 조제대 앞 약사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 놓은 대만의 국가 단일 클라우드 시스템(NHI MediCloud)의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
요양기관에서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대만은 1995년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한 이래 단일 공보험 체제 아래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 통합 데이터 뱅크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NHI MediCloud 시스템이다.
대만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의 축이 병의원이 아닌 '환자'에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최근 6개월간의 진료, 투약, 검사, 수술 기록 등이 하나의 클라우드에 실시간으로 통합된다.
현장 약국(予志藥局, 王明媛 상무이사 약국)에서 마주한 조제실 풍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자가 약국에 들어와 보험카드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가 '열람 동의'로 간주되며, 약사는 약사 카드와 환자 카드를 동시에 인증해 조제대 화면에서 환자의 의료 전반을 즉시 확인한다.
처방전을 받는 순간 환자의 6개월치 양·한방 투약 이력은 물론 알레르기와 검사 결과(혈액검사, X-ray, MRI, CT 등)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조제하는 약사에서, 환자의 약물 전체를 관리하는 '임상 약사'로
MediCloud 덕분에 대만의 약사들은 추정이 아닌 '실제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다제약물 상담을 수행하고 있었다. AI 시스템이 약물 상호작용이나 중복투약을 능동적으로 알려줘 환자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보호한다.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데이터'로 극복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만 역시 진료나 검사가 늘수록 보상이 커지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본질적으로 과잉·중복 진료의 유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무차별적인 중복 진료를 차단하고 스마트한 거버넌스를 정작시켰다. 의사와 약사가 사전 조회를 통해 중복을 걸러내되 환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동의 하에 필요한 중복 검사는 허용하는 유연함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총 약품비의 2~5%를 절감하는 잠재력을 입증했고, 처방 건당 약품 수와 중복 투약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클라우드에도 비급여 품목이나 일반의약품 데이터가 빠진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대만은 이를 보건당국이 구축한 가정약사 시스템으로 보완하며 지역사회 약사가 가정 단위로 촘촘하게 빈틈을 메우도록 제도화했다.
더불어 환자가 직접 모바일 앱 'My Health Bank'를 통해 자신의 의료 기록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데이터의 진정한 주인이 환자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교훈-기술이 아니라 합의다
대만 MediCloud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시스템의 화려함이 아닌 이를 구축해 온 10년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 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물론 의약단체, 소비자단체, 국회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통일해 왔다.
초기 의약사들의 반대와 직역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인내를 갖고 설득했고, 무엇보다 약사회가 '환자 안전'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명분을 쥐고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우리 대한민국 역시 대만과 동일한 단일 공보험(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토대를 이미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의 DUR, 건강정보 고속도로 등 시스템은 여전히 기능별로 분산돼 있고 약사의 임상 정보 접근 역시 제한적이다.
대만의 사례는 분산된 기능을 '환자 중심의 단일 뷰(View)'로 모으는 것이 우리의 핵심 과제임을 똑똑히 보여준다.
창립 8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 더 큰 자산을 얻어온 것 같아 내심 뿌듯함이 든다. 환대해 준 타이페이시약사회 윤대지 회장, 왕언팅 위원장, 왕명원 이사님께 감사를 전하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동행에 나섰던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님과 양취매 국제이사님의 노고에도 고마움을 표한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 약대
현 서울 중구약사회장
현 서울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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