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선] 의약품 2만6362개의 번거로움과 무책임
- 천승현
- 2023-02-13 06:15:33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PR
- 전국 지역별 의원·약국 매출&상권&입지를 무료로 검색하세요!!
- 데일리팜맵 바로가기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보건당국이 제약사들에 보낸 자료에는 의약품 2만6362개의 목록이 담긴 엑셀 파일이 첨부됐다. 최초 약가재평가 대상은 2만6362개로 분류됐고 이중 수천개 제품이 이미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표기됐다. 대조약, 퇴장방지의약품, 저가의약품, 생물의약품, 최초등재 제품 등 약가재평가 자료를 낼 필요가 없는 제품이 별도로 분류했다.
제약사들은 엑셀 파일에 담긴 품목 리스트에서 자사 보유 제품이 재평가 대상인지 아닌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만약 퇴장방지의약품인데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됐으면 이의신청을 통해 바로잡는 단계다.
하지만 최초 등재 제품 등 부정확한 변수로 아직까지도 재평가 대상 여부가 불분명한 제품도 많다고 한다. 2만개가 넘는 제품에 대해 재평가 대상 여부를 분류하다보면 자칫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약사마다 많게는 300개 이상이 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돼 해당 업체도 헷갈릴 법도 하다.
제약업계는 왜 정부가 이렇게 번거로운 정책을 진행 중인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제네릭 약가재평가의 가장 큰 부작용은 문제없이 판매 중인 제품인데도 단지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공고 이후 기허가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을 무더기로 착수했다.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은 대부분 제조원을 자사로 변경하기 위한 '자사전환' 목적이다. . 제제연구를 통해 제네릭을 만들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동등 결과를 얻어내면 변경 허가를 통해 약가인하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동성시험을 약가 산정기준에 포함시키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생동성시험이라는 허가 요건을 약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자체가 불합리한 정책이다.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을 약가 인하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허가 목적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이 “품질관리와 무관한 비용을 약가유지 명목으로 불필요한 곳에 쓰게 됐다”라고 토로하는 이유다.
자료제출 기한이 임박하면서 제약사들은 또 다시 걱정이 늘고 있다. 식약처에 생동성시험 결과를 제출해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최종적으로 제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심사 자료가 집중되면서 식약처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식약처 심사 지연으로 약가 재산정 검토 기한내 자료를 내지 못하면 생동성시험에 투입한 비용과 시간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제약업계 전체가 의약품 품질과 상관없는 약가 유지를 위해 보건당국만 초조하게 바라봐야 하는 실정이다. 식약처와 심평원 직원들도 제네릭 약가 유지를 위해 매우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처지다.
왜 이렇게 복잡하고 부질없는 정책을 추진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불순물 의약품 파동에서 촉발됐다. 2018년 불순물 초과 검출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175개 품목이 판매 금지됐다. 이때 복지부와 식약처는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약가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제네릭 규제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무더기로 장착하면서 시장 난립은 더욱 심각해지기도 했다.
개편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네릭에 적용하면서 3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무의미한 업무에 적잖은 역량을 쏟게 됐다. 적잖은 공무원들도 소모적인 업무에 시달리게 됐다. 향후 약가산정 검토 과정에서 더 많은 혼란과 불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상한 정책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됐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13년 전 악몽 재현되나"…유통·CSO업계 약가개편 촉각
- 2의사 남편은 유령환자 처방, 약사 아내는 약제비 청구
- 3'묻지마 청약' 규제했더니...상장 바이오 공모가 안정·주가↑
- 4비대면 법제화 결실…성분명·한약사 등 쟁점법 발의
- 5[팜리쿠르트] 삼진제약·HLB·퍼슨 등 부문별 채용
- 6유통협회, 대웅 거점도매 연일 비판…“약사법 위반 소지”
- 7희귀약 '제이퍼카-빌베이' 약평위 문턱 넘은 비결은?
- 8[기자의 눈] 절치부심 K-바이오의 긍정적 시그널
- 9이연제약, 130억 투자 뉴라클 신약 북미 1/2a상 완료
- 10대웅 자회사 아이엔, 진통제 신약 기술수출...최대 7500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