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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식약처장 멘토"...5명의 MZ 직원을 만나다

  • 이혜경
  • 2023-05-22 16:52:43
  • 식약처, 작년부터 '리버스멘토링' 운영...1기 활동 곧 종료
  • 집무실→바리스타→식물원...오송 곳곳 누비며 소통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제 선택은 연봉입니다. 연봉을 키우면, 연봉이 높아질까요?"

여기서 연봉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다육식물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MZ세대 직원을 대표하는 '리버스멘토링' 1기로 활동 중인 배성수 국제협력담당관 주무관은 오유경 식약처장 앞에서 거침없이 '연봉(화분)'을 잡았다.

오 처장과 함께 다육식물 분갈이를 하던 멘토 5명은 웃음 참기에 실패했다.

(왼쪽부터) 고미선 주무관, 임나영 주무관, 오유경 처장, 배성수 주무관, 손영기 주무관, 홍지아 주무관이 각자 분갈이 한 다육식물을 들고 있다.
식약처장과 MZ세대 직원들이 지난해부터 리버스멘토링을 진행한다 했을 때, 솔직히 의아했다.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와 미디어에 비치는 MZ세대만 보면 직장 선배와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걸 꺼리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직장 선배를 넘어서 직장의 '넘버 1'인 처장을 만나기 위해 멘토를 자청한 직원들이 있다고 했으니 '놀랄 노' 자였다. 식약처장을 멘티로 둔 식약처의 멘토를 만나보기로 했다.

만남의 장소는 식약처 본부에 마련된 온실이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드리우던 5월 어느 날, 멘토와 멘티는 다육식물 분갈이를 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로 했단다.

"처장님과 소통할 기회가 없잖아요. 보고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편하게 소통하고 싶었어요"

식약처의 리버스멘토링 1기는 지난해 9월 구성됐다. 5명의 멘토를 모집했는데, 15명이 지원했다. 1기 멘토는 손영기 위해정보과 주무관, 배성수 국제협력담당관 주무관, 임나영 약리연구과 주무관, 고미선 화장품연구과 주무관, 홍지아 식품관리총괄과 주무관이 최종 선발됐다. 무려 3:1의 경쟁률을 뚫고 1기 멘토로 활동 중이다.

리버스멘토링 1기 멘토와 멘티가 함께 다육식물 분갈이를 하고 있다.
딱딱할 줄 알았던 분위기는 금세 밝아졌다. 분갈이 다육식물로 연봉을 선택한 배 주무관의 입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 처장은 곰 발바닥을 닮았다는 '웅동자'를 분갈이 식물로 택했다.

멘토와 멘티는 서로 고른 다육식물을 분갈이 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난 멘토, 멘티들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식약처 업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살아가는 이야기,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서로 주고 받았다.

매달 1회 진행하는 '확대회의'가 살짝 언급됐는데, 이마저도 다육식물 물주기를 언급할 때 나왔다. 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다육식물의 물주기 확대회의가 끝난 다음으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오유경 처장과 5명의 멘토들이 다육식물 분갈이 이후 식약처 정원에서 도시락 오찬을 함께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분갈이를 마친 멘토, 멘티는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주말 동안 결혼식장을 다녀온 이야기, 학회 참석차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강풍으로 결항한 이야기, 어버이날 부모님 선물 이야기를 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긴 대화를 멈춰야 한 건, '식품 안전의 날'을 맞아 식품안전국에서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차에 멘토와 멘티가 함께 탑승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서다.

"처장님! 저희랑 함께 사진 찍어요."

오 처장은 지난해 5월 27일 취임했다. 곧 취임 1년을 맞는다. 취임사부터 줄곧 소통을 강조하던 오 처장은 리버스멘토링 뿐만 아니라 그동안 '2.5.5 톡', '오픈데이', '힐링 발렌타인', '거침없는 토크데이' 등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을 만나왔다.

멘토와 멘티들은 식품 안전의 날 행사에 진행된 커피차 이벤트를 통해 직원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다.
식품 안전의 날 커피차는 식약처 본부동 앞에 마련됐다. 직원들 수십 명을 줄을 섰고, 오 처장과 멘토가 도착하자마자 열렬한 환영 인사를 보냈다. 커피를 받아 든 직원들이 먼저 처장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서 환호했다. 지난 1년 간의 소통 방식이 '통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모든 행사를 끝낸 멘토와 멘티들은 '인생네컷'을 찍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리버스멘토링 1기 활동은 당초 6회의 만남으로 계획됐지만 처장 일정 상 5회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오리엔테이션, 집무실, 바리스타 체험, 다육식물 분갈이까지 4회의 만남이 끝났고 나머지 1회의 만남만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리버스멘토링 행사는 처장님 관사입니다."

음주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오 처장이지만, 관사 냉장고 안에 주류는 항상 구비돼 있단다. 사택을 방문하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인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멘토들은 마지막 만남 때 '1인 1닭, 치맥'을 약속했다.

식약처의 리버스멘토링 1기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멘토들은 입 모아 2기 모집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다고 한다.

오유경 처장에게 음료를 받는 직원들의 모습.
홍지아 주무관은 "1기 활동을 보고 나면, 2기 지원자가 많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고, 고미선 주무관 역시 "처장님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쁜데, 벌써 끝나가서 아쉽다. 2기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임나영 주무관은 "처장님이 과장님처럼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그동안 행사장에서 오가며 짧게 만났던 처장님이 아닌, 길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막연한 궁금증으로 멘토에 지원했다는 손영기 주무관은 "처장님은 국회의원이나 TV에서 보는 사람들과 같은 레벨로,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단순한 호기심에 지원했는데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했다.

손 주무관은 "우리가 멘토지만, 더 많이 배웠고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처장님과 대화 하다보면 연륜, 경력이 느껴져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리버스멘토링 1기는 마지막 1회의 만남 이후 활동을 끝마친다. 식약처는 향후 2기 멘토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MZ세대의 직원을 멘토로 둔 처장 역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오 처장은 "처음엔 직원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편한 자리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하지만 서로 주고받는 대화, 그리고 질문에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오 처장은 "처장 보고는 과장이 하지만, 보고서류는 주무관들이 만들어 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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