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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굴레, '셀프케어' 약국으로 벗는다

  • 한승우
  • 2007-06-04 06:49:14
  • 품목개발·특화·한국형 드럭스토어...약사 인식전환도 필수

처방전 굴레를 벗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의원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의약분업 7년차. 여전히 약국가에서는 ‘처방전’을 둘러싼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데일리팜을 통해 꾸준히 보도되고 있는 수많은 문전약국가의 잡음도 결국, '처방전 흐름의 변화' 때문이다.

하지만 '처방전이 곧 돈'이란 공식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일선 약사들의 의지와 열망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데일리팜이 창간 8주년을 맞아 384명의 약사를 대상으로 약국경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내용 중에 "약국 활성화를 위해 향후 추진하고자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에 대한 일선 약사들의 답변을 보자.

결과를 보면 처방조제를 강화하겠다는 답변은 전체의 6%에 불과했고, 일반약 활성화(38%), 건식·화장품 집중(28.4%), 과립제 등 한약 활성화(24%)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약국체인에 가입하겠다는 의견도 3.4%에 불과해, 수동적인 변화보다는 약사 스스로 적극적인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접 부딪혀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세는 '셀프케어' 약국...건강 관리 도우미로의 변화

식생활 전문가로 더 많이 알려진 '김수현약국'의 김수현 약사는 처방을 벗어난 약국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변화하고 있는 사람들의 식생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은 '셀프케어'의 시대입니다. 개국약사의 새로운 비전을 바로 여기서 발견해야 합니다."

고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문구를 게시한 서울의 한 약국을 둘러보자.

"당뇨병의 가장 좋은 치료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OO약국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의원들로부터의 '악플'을 유념, 이름을 밝히지 말것을 요구한 이 약국 A약사는 "약국이 고객들의 상담자이자 친구로서 자리잡을 때 약사가 처방전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단골 고객들의 건강 관리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면서 "당뇨환자들의 식습관이나, 혈당 체크 요령, 주위 가족들의 역할 등을 '약사'가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은 감동한다"고 덧붙였다.

약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상담이 결코 '치료'가 아닌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A약사. 이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생식, 소소한 의료기기들의 매출이 쏠쏠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약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건강'에 대한 모든 품목이 집약돼 있는 일본 약국
국내 약국환경보다 10여년 앞서 있다는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그야말로 '건강'에 관한 모든 핵심 품목이 약국안에 몰려있다.

약국에서 콘텍트렌즈를 맞추는 것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전동스쿠터도 구입할 수 있다. 심지어 아토피 방지용 의류라든지 스포츠 용품까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약국박람회에 다녀온 장용혁 약사(한림약국·38)는 "앞으로의 약국 경쟁력은 '셀프 메디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품목 개발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고령친화제품’을 유력한 약국 아이템으로 꼽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에 발표한 '고령친화제품 실태조사 및 초기시장 육성전략'을 보면, 앞으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제품구입에 대한 보험급여가 확대되고 정책적 홍보도 크게 강화될 예정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제품군별로는 ▲정보통신기기(긴급호출기·보청기·골전도 헤드셋 등) ▲이동기기(휠체어·전동스쿠터·실버카·리프트 등) ▲침구용품(·의료용 침대·에어메트·쿠션 등) ▲배변용품(변기류·기저귀·집뇨기·요실금 팬티 등) ▲목욕용품(간이욕조·목욕의자 등)이다.

특정 품목의 '특화'...전문 약국으로의 진일보

홍삼 품목으로만 월 매출 1,000만원을 올리고 있는 '김수영약국'
경남 창원의 김수영온누리약국은 '홍삼' 전문약국으로 변화한 뒤 매출이 50%이상 상승했다. 월 홍삼 매출액만 1,000만원에 이른다. 하루에 홍삼 약탕기 5개가 꾸준히 가동된다.

김수영 약사(53)는 "한단계 한단계씩 약국이 진화하고 있다"며 "한 품목에 대한 전문화가 결국, 모든 품목들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김 약사는 '김수영'이라는 브랜드를 강화시키기 위해 현재 지역 택시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겉면에 '김수영온누리약국'이 새겨진 택시 40대가 현재 창원시를 누비고 있는 것. 6개월 비용이 1,200만원에 이르지만 지역주민들에게 '김수영'하면 '약사, 약국'을 떠올리게 하는 일등공신이라고 김 약사는 말한다.

김 약사는 "약사의 신뢰와 실력이 접점을 이룰 때 '특화'가 가능하다"면서 "특화 약국은 분업 후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약사들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특화'로 재미를 보고 있는 약사들은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내 상가에서 '구취전문 약국'으로 자리매김한 봄빛약국의 양정원 약사가 그렇고, 고객 1인당 1시간 복약지도를 해도 타산을 맞출 수 있는 '선삼'을 특화시킨 광주시 송도약국의 김성자 약사가 그렇다.

이들 약국의 공통점은 '신뢰'. 이를 위한 전략으로 김수영 약사는 적극적인 '홍보'를, 양정원 약사는 '실력'을, 김성자 약사는 '정성'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업그레이드 발목 잡는 것은, "약사 자신"

건강한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혁신적인 약국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일선 약사들
약국 업그레이드의 관건은 무엇보다 불완전한 한국의 분업형태를 극복하려는 약사 자신의 인식 전환에 달렸다.

서울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두 약사의 발언을 비교해 보자.

관악구 K약국의 약사는 "별 짓을 해도 소용없더라"며 "현재 약사회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약국경영활성화 프로그램들은 현재 상황을 무시한 거짓말이다. 문전으로 가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성북구의 또다른 약사는 "건기식을 자기 지식을 활용해 한번이라도 팔아본 경험이 있는 약사는 일주일 안에 그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영전략의 통로를 여는 것, 그것이 바로 약국을 업그레이드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선택은 결국, 약사 자신이다. 10년안에 약국은 크게 변화할 것이고, 약국을 찾는 고객들의 의식도 변한다.

이 시점에서 "별 짓을 해도 안된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경영전략의 통로를 열자"고 말하는 것 모두, 약사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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