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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따라 '노인전문 약사' 뜬다

  • 한승우
  • 2007-08-01 07:50:04
  • 노인 특성 따른 약물관리...약사 전문화에 일조

[사례]고혈압 조절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분당 서울대병원을 찾은 김안형 할아버지(가명·75세).

2년간 꾸준히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어느순간부터 김경식 할아버지에게 빈맥이 발생했다.

원인을 알아보니, 스스로 약이 많다고 생각한 할아버지가 그동안 처방된 아달라트오로스 등을 반알로 잘라서 복용을 했던 것.

병원측은 곧 이를 발견하고, 환자에게 고혈압치료에서 복약이행의 중요성과 서방형 제제에 관한 교육을 따로 실시했다.

질환·먹는약 많은 노인...관리의 필요성

이는 노인 투약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질환과 약물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 노인환자의 특징이지만, 이를 배려한 약물투약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노인들은 대개 기억능력이나 일반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독신으로 살거나 마땅한 간병인이 없는 경우에는 복약지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동시 투약하는 약물의 종류가 많아 질병금기·약물상호작용·중복투여·특정연령대금기 등을 고려해보면, 십중팔구 부적정 처방이라는 것이 한 병원 약제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먼저, 지난 2004년 식약청이 한국 노인환자의 약물사용 적절성을 연구한 결과를 보자.

결과에 따르면, 입원환자 4.519명 중 57.4%에 해당하는 2.592명의 환자가 부적절한 약물 처방을 받았다. 외래환자 20,575명 중에서는 27.8%인 5,729명이었다.

또한 분당 서울대병원이 지난 2006년 1월부터 6월까지 진료과별로 노인 부적절약물 처방 건수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11개 진료과 중 9개 과에서 전체환자의 30%에게 부적절한 처방을 했다.

심지어 심장센터에서는 전체 노인 환자의 74.4%에게 부적절한 약물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노인 약물처방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부담도 크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65세이상 노인 의료이용실태 분석결과’를 들여다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2005년말 기준으로 65세이상 건강보험 노인인구는 375만명으로, 전체 적용인구의 7.9%를 차지했지만 의료비 지출을 5조 1,364억원으로 전체의 22.8%에 이르렀다.

고령화시대 발맞춘 '노인전문약사' 필요

숙대약대 이의경 교수는 "미국의 경우, 만성질환 노인은 매일 8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며 "노인 환자의 10~17%가 이상약물반응으로 입원하거나, 0.1%의 환자는 약물사용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약대를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자격증 시험'을 거쳐 노인전문약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요양시설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면서, 처방된 약물 중에 불필요한 약품이나 더 이상 복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계속 먹고 있는 의약품을 골라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분당 서울대병원 약제부에서 '노인전문약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분당 서울대병원 내 팀의료를 중시한 '노인의료센터'가 개원하면서, 국내 1호 노인전문약사가 등장했다. 노인전문약사는 신환인터뷰 및 퇴원 복약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신환인터뷰에서는 노인환자의 셀프 메디케이션(처방약물·비처방약물)을 파악하면서, 약물 알러지 반응이나 부작용, 순응도 등을 조사해 최적의 투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이 병원에서 노인전문약사를 운영한 뒤, 노인의료센터 내 환자의 평균 복용 약물수는 입원 전후로 해서 크게 줄어들었다.

노인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수는 입원전 6.4±4.6종이었지만, 퇴원시에는 5.3±3.9종으로 조사됐다. 4종 이상 복용 환자수 역시, 입원전에는 393명이었지만, 337명으로 격감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이병구 약제부장은 "이처럼 노인 금기 및 불필요한 약제 처방 검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노인에 대한 의약품 적정사용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각 요양병원에서 '노인'을 관리할 전문 약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 약물관리 중요성, 시대가 요구할 것"

국내 유일의 서예원 노인전문약사(29)는 "노인 약물관리의 중요성은 시대가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 약사는 노인전문약사로 처음 활동할 당시, 노인들에게 부적절한 약물이 명확한 검증 없이 투약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서 약사는 "학교에서 노인약학을 배울때만해도, 이에 대한 중요성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노인들의 신환인터뷰·복약상담을 하다보니, 노인전문약사의 필요성을 더 많이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노인전문약사는 환자가 복용하는 정기적인 검토를 통해 중복처방이나 약물상호작용, 유해반응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노인전문약사의 업무가 정의되고 확립되면, 노인 환자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인전문약사'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부족에서 오는 불협화음은 아쉽다고 서 약사는 말한다.

내과병동 등에서는 오히려 적정약물을 서 약사에게 문의해 오는 등 의료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일부 병동에서는 노인전문약사의 처방검토를 낯설어 한다는 것.

때문에 서 약사는 노인 약물관리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마련키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컨데 이 병원 약제부가 마련한 노인포괄평가나 노인환자안전관리 지표 등은 노인 약물의 선택부터 약사가 관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서 약사는 "약사가 '전문화'된다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며, "약사가 의료서비스의 파트너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에 기초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분당 서울대병원 약제부 병동약국 업무는 폐센터, 심장센터, 특실, 노인병센터, 입원환자에 대한 정규, 긴급 및 추가처방 조제·투약으로 현재 약제업무의 15%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노인전문약사를 배출해내는 공식 기관은 없다. 다만, 분당 서울대병원은 팀의료 체제로 운영하는 노인의료센터에서 전문약사의 필요에 따른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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