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07:48:09 기준
  • 규제
  • 임상
  • ai
  • #데일리팜
  • 인수
  • 의약품
  • #수가
  • 급여
  • GC
  • #의약품

의약품 분류, 분업이후 7년간 제자리 걸음

  • 특별취재팀
  • 2007-07-09 08:27:05
  • 2000년 첫 분류 후 중단...슈퍼판매 문제로 갈등만 양산

1997년 12월 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부의 용역연구를 받아 최초의 의약품 분류안을 내놨다. 보사연은 주사제 등을 제외한 단일제 총 3,157종 중 49.4%인 1,559종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이후 이 안은 분류위원회(1998.12)와 국민회의(1999.2), 시민대책위(1999.5) 등을 거치면서 수정됐고 의약분업 직전인 2000년 5월 결국 복지부는 단일제의 59.9%인 2,283종을 전문약으로 분류한 최종안을 발표했다.

복합제를 포함한 전체 의약품을 대상으로 할 때, 전문약은 61.5%인 1만7187종, 일반약은 38.5%인 1만775종이었다. 의약간 힘겨루기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도출된 최종안 역시 첨예한 대립사안들은 비켜간채 마무리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의약정 합의 불구, 재분류 검토 움직임 전무

의약분업 시행 후에도 계속된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으로 의약계 대표와 정부간 협상이 시작됐고 이 협상에서 도출된 ‘의약정합의안’은 이듬해인 2001년 12월말까지 문제가 제기된 의약품들을 재분류하고 5년마다 의약품 분류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의약정 합의안을 근거로 2001년 4월까지 의약단체들이 접수한 의약품 재분류 요청 내역은 ▲전문약→일반약 72처방 ▲일반약→전문약 145처방 등에 이르렀다.

그러나 린단(머릿니치료제), 리노에바스텔(항히스타민제) 등 최근에 이루어진 일부 품목의 분류변경 사례를 제외하면 2007년 7월 현재까지 전면적인 의약품 재분류는 단 한 차례도 시도되지 못했다.

의약분업으로 의약품 사용 패턴은 처방약을 중심으로 재정립됐지만 안전성이 확보된 품목의 일반약 전환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국 일반약은 침체일로를 걸었고 정부의 걱정인 보험재정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약가인하에만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쳤고 더 손쉬운 방법인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재정절감 효과에는 단 한 차례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재분류 없던 7년간 일반약 비중 20%대 하락

이러는 사이 일반약 시장은 사실상 8대2 수준까지 위축됐다. 제약협회가 최근 발표한 일반-전문약 생산실적에 따르면 2006년 일반약 생산은 2조 6,637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의약분업 이전 39.0% 대 61.0%였던 전문약 대 일반약 비중이 의약품 재분류 이후 61.5% 대 38.5%로 역전됐고, 이후 고착화된 일반약 침체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보험의약품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9%(3조2,412억원)에서 2004년 81%(5조5,779억원)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보험급여 일반약 매출도 전체 일반약 시장의 29%(2000년)에서 37%(2004년)로 늘어났다.

보험급여 적용 여부와 의약품 분류체계가 의약분업 하에서의 시장변화를 사실상 주도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의약분업 이후 국내 의약품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과는 정반대로 일반약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의약간 밥그릇 싸움에 슈퍼판매 논란만 확산

최근 열린 경실련 주최 일반약 약국 외 판매 토론회.
의약품 재분류 문제는 일반약 슈퍼판매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의약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정치적 상황으로 급반전된다.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스위치(switch)시키는 재분류 본래 목적은 당연히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약사제도분과위원회 중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가 의약품 재분류 문제를 자문하는 기능을 맡고 있지만, 의료계와 약계 인사를 무조건 동수로 구성하는 현행 규정은 결국 의약품 분류 작업이 의약학적 원칙이나 자료에 근거하기 보다 의약간 협상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 논란은 결국 의약품 분류체계 변경 문제로 이어진다. 현행 전문-일반약 2분류 체계에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자유판매약 개념을 도입해 3분류 체계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 측면을 강조한 이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편리성 강화에 따른 오남용 발생 등 부작용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능간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우리 정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안전성이 확보된 일반약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 카드로 계속되는 슈퍼판매 주장을 봉합하기에 급급하다.

藥 "일반약 전환" vs 醫 "슈퍼판매 허용" 대립

상황이 이렇다보니 약사회는 일반약 확대를, 의사회는 슈퍼판매 문제를 쟁점으로 내세워 의약품 재분류 고지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약사회는 35개국의 의약품 분류 기준을 토대로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전환돼야 할 아이템으로 15개성분, 559품목을 이미 지목해 놓고 있다. 시메티딘, 디클로페낙 등 외국에서는 일반약이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약으로 분류된 성분들을 논의의 핵심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의사회는 당연히 안전성이 확보된 일반약(소화제, 해열진통제, 제산제, 변비약, 비타민, 무기질제 등)에 한해 약국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이를위해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분류 항목을 추가하자는 3분류안도 내놓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는 약사회 입장에서는 슈퍼판매 문제가,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내세우는 의사회의 경우 전문약 이탈이 각각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것.

다행스럽게도 의약계 모두 동상이몽이긴 하지만 정부가 2000년 이후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있다. 또 아킬레스건에도 불구하고 향후 재개될 재분류 논의에 적극 참여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복지부가 재분류 논의를 시작하면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의사회 역시 "의약간 협상 성격이 강했던 기존 논의의 폐단을 막기 위해 관련 전문가로만 구성된 약품분류전문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7년 제자리 걸음인 의약품 재분류 문제는 결국 복지부의 정책 실천의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취재·글=박찬하·강신국·류장훈 기자)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