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당뇨약 전쟁의 씁쓸함
- 천승현
- 2023-10-27 06: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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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시타글립틴 함유 의약품 520개 품목이 급여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사들은 시타글립틴 단일제 시장에 3개 용량에 걸쳐 총 157개 품목을 급여등재했다.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복합제의 경우 국내사들이 7개 용량에 걸쳐 총 286개 품목을 허가받고 등재 절차까지 마쳤다. 시타글립틴과 SGL-2 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과 결합한 복합제도 69개 품목에 달했다. 시타글립틴 함유 제품을 급여등재한 국내제약사는 총 83곳에 이른다.
시타글립틴의 높은 시장성이 제약사들의 무차별 시장 진입의 동기로 분석된다. 지난해 자누비아와 자누메트는 총 1142억원의 외래 처방금액을 기록했다. 시타글립틴을 포함한 DPP-4 억제제 단일제 전체 처방액은 지난해 총 2238억원을 나타냈다. DPP-4 억제제와 메트포르민 복합제는 406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제약사 입장에선 시타글립틴제제를 내놓으면서 연간 6000억원대의 대규모 시장에 진출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타글립틴의 높은 시장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제약사들의 무차별적인 시장 진출은 흔한 현상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시타글립틴 제네릭 시장이 사실상 무제한 위수탁을 활용해 동시다발로 뛰어들 수 있는 마지막 대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무차별 진입이 이뤄졌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물학적동등성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 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다만 제약사들이 공동개발 규제 시행 이전에 맺은 위수탁 계약에 한해 '1+3'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최근 내놓은 시타글립틴 함유 제네릭 제품들은 공동개발 규제 시행 이전에 맺은 위수탁 계약이라는 이유로 무제한 위수탁이 허용된 셈이다. 향후 열리는 대형 제네릭 시장에는 하나의 제조소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품이 한계가 있어서 시타글립틴과 같은 무더기 진출 현상은 볼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제약사들이 내놓은 시타글립틴제제의 생산 업체는 많지 않다. 대원제약,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지엘팜텍, 신일제약, 삼익제약 등이 많게는 수십개의 위탁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제약사 89곳이 동시에 신제품을 위수탁을 활용해 무더기로 내놓다보니 생산 물량 확보도 힘들다고 한다. 수탁사 한 곳이 수십개 품목을 생산·공급하기 때문에 위탁사들의 요구대로 생산 능력이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500여개 품목에 대해 한번씩 생산한다고 계산해도 수탁사의 생산능력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만약 수탁사 한곳에서 원료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수십개 위탁사도 생산·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수탁사는 인도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위탁사 제품의 생산에 어려움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시장은 발매 초반 성적표가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 제약사들의 고심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시타글립틴제제의 무더기 발매는 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난립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정된 시장에 수백개 제네릭이 동시다발로 등장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펼쳐지면서 심각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도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에 불을 지폈다는 눈초리도 나온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에는 급여등재 시기가 늦을 수록 상한가가 낮아지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담겼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 이상을 받을 수 없다. 한 달이라도 시장 진입 시기가 늦어지면 약가가 폭락하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급여 등재 속도에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500여개 제품이 급여 등재된 배경이다.
정부는 제약사들의 제네릭 난립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공동개발 규제라는 카드마저 꺼내들었다. 해외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생소한 규제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규제 미적용 막차를 타겠다는 이유로 유례 없는 난립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차별화된 제품이 없는 현실상 똑같은 제품을 동시다발로 내놓으면서 소모적인 영업전쟁을 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많은 제약사들이 영업대행업체(CSO)를 활용하고 있어 기업들의 영업전략이 차이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타깝지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정부의 이상한 규제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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