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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릴땐 캔버스와 연애하는 기분"

  • 이현주
  • 2007-11-12 06:35:11
  • 첫 개인전을 갖는 김순자 약사(나노팜 관리약사)

"그림을 그리면서 새 캔버스를 대할 때면 연애하는 것처럼 늘 설레죠."

환갑이 넘어 늦깎이 화가로 데뷔한 김순자 약사(63·나노팜 관리약사). 오는 14일 첫 개인전을 앞두고 분주한 김 약사를 만나봤다.

"학창시절 예체능은 미술과목만 빼고 흥미 있었어요. 피아노는 대학 때까지 취미로 했었고 체육도 곧 잘 했었어요. 그런데 유독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 땐 입체를 평면화 시킨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어요."

과학, 수학 등 이과공부를 해오던 김 약사는 망설임 없이 약대를 선택했고, 졸업 후 약사로 일한지 11년. 그때까지도 그림과 인연을 맺게 될지 몰랐다고.

그러던 김 약사가 의약분업 이후 약국을 그만두고 쉰 살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50살이 넘어서였어요. 유명애 화가 집에 놀러갔다가 방 안을 가득채운 그림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녀의 권유로 붓을 들었죠. 그림을 그리면서 노후를 유용하게 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김 약사는 수채화가 정철용 화실에서 일주일에 세 번,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수업에 취미삼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자만 이내 곧 빠져들어 낮에는 수채화를, 그리고 밤에는 댓생을 하면서 밤낮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제게 종교와도 같이 마음의 안식을 줘요. 출세, 물욕 등 세파에 찌든 때를 벗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디스크, 불면 등 악화된 건강을 치유해 줬죠."

이렇게 김 약사가 그림을 그린지도 10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늘 설렌다.

"그림을 그릴 때면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요. 한 작품을 끝내고 새로운 캔버스를 대하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백지가 채워지는 과정을 보면 나의 분신을 창작해 내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다 혹여 외출이라도 하면 꼭 갓난아기를 재우고 외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김 약사의 그림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 권유로 고등학교 동창들, 대학 동기들이 1주일에 1~2번씩 화실에서 만나 그림을 그려요. 생산성 없이 그냥 수다 떠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개인전에 전시될 김 약사의 그림.
김 약사는 지금껏 수채화만 고집했다. 모든 그림이 매력 있지만 수채화에는 깊이가 느껴진다고. 수채화는 그리면 그릴수록 어렵기도 하지만 김 약사는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또 김 약사의 그림에는 유독 산과 돌, 이름모를 꽃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약사의 또 다른 취미가 등산이기 때문이란다.

"전 제 발로 직접 밟아보고, 눈으로 본 것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요. 제 느낌을 온전히 제 화폭에 담아내는 거죠. 이번 개인전에 전시되는 작품들도 모두 제가 다녀본 곳들이예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요."

개인전을 앞둔 김 약사는 흥분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작년에 정식 화가로 등단도 했고 그 동안 수상경력도 쌓았지만 정식으로 지인들과 선후배화가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흥분이 되지만 저녁에는 괜히 일을 크게 벌였나 하는 걱정도 돼요. 그래도 회사측의 배려로 오전근무만 하고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개인전은 지인들에게는 그동안의 염려에 대한 보답이고 화가 선후배들에게는 그동안 나의 노력을 보여주는 자리예요 또, 제가 제게주는 선물이기도 해요."

개인전 얘기에 눈빛이 반짝이는 김 약사는 실물이 나이보다 10살은 어려보였다. 그녀의 동안 비결은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림을 그리면서 얻은 마음의 안식때문임에 분명한 듯 하다. 김 약사의 약사가 아닌 화가로서 제2의 인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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