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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가 도떼기시장인가

  • 데일리팜
  • 2008-03-17 06:45:27

선량(選良)을 차처하고 나선 의사, 약사가 참 많다. 무려 33명의 의·약사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내 가히 혀를 내두를 판국이다. 의사가 15명, 약사가 18명에 달해 유례가 없는 대규모 공천신청이다.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까지 합치면 의약계 전문직능인 공청신청자가 43명에 이른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가장 많은 약사의 경우는 너도나도 낙점을 장담하고 있어 도무지 종잡기 힘들다.

현재의 한나라당 지지도를 감안하면 당선 안정권은 27번 정도로 판단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백화점 오픈세일에 문 열리기만 기다리던 사람들처럼 일제히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거의 아수라장과 다름이 없다.

전체 비례대표 의석수인 56명을 감안해서 한나라당만 그 10배가 넘는 597명이 신청을 했으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혈입성을 노리기는 했다. 그 중에서도 의·약사들이 제일 선봉에 서서 무더기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고, 약사들은 그 선봉에서 마치 아우성치며 뛰는 모양새다. 질서도 없고 규칙도 없이 내가 최고라는 피켓뿐이다. 이러니 도떼기시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누구를 낙점하기가 어려워 전원탈락 내지 무의미한 후순위 낙점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약사출신 비례대표 신청자들은 사실 그동안의 물밑경쟁을 보면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 왔다. 지역공천은 타산지석이다. 의사 출신은 4명이 확정된데 반해 약사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지금까지 단 한명의 공천자가 없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정서를 봐서라도 비례대표 공천신청 약사는 더 줄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그 반대이니 발부터 담그고 보자는 막가는 행보들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약사는 비례대표마저 우려가 된다. 물론 인물 개개인의 면면을 보면 비례대표 신청자로써 손색이 없는 후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식의 행보는 자신들의 이미지 손상뿐만 아니라 약사사회 전반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좀 더 솔직하게는 창피한 상황이 연출됐다. 신청자 중에는 서로를 밀어준다거나 양보하는 듯 한 발언을 해놓고 앞 다퉈 신청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공천신청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 자체가 소위 철판을 깔은 식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만이 자타가 공인하는 이런저런 끈과 인맥이 있다고 자랑하면서 공천확정을 자신하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면서 다른 후보자들의 안 좋은 면을 뒷말로 무성히 뿌리는 인사들이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전문직능인들이 국회에 가급적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이해단체의 이권만을 챙기라는 주문이 아니다. 의약직능은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의·약사의 권위가 갈수록 추락해 가고 있다. 그 원인은 의약직능이 지나치게 상업화 쪽으로 치닫고 있는데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구나 새 정부는 의료의 산업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의·약사들의 직능은 경제적 이권이나 돈벌이 직능으로 빠져들 소지가 충분하다. 이를 제어할 각종 제도나 법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약사 선량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거중조정이 있어야 한다. 이미 공천신청을 끝낸 마당이라 되돌릴 수 없다고는 하지만 방법은 찾으면 있다. 당사자들의 마음에 달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애인 신청자가 37명에 달해 의·약사 직종은 그 보다 작다는 식으로 섣부르게 비교하는 인사가 있으니 한심하다. 신청이야 자유 아니냐고 에두르는 인사마저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 의식을 조금이라도 바꾸면 조율이 가능하다고 본다.

새 정부와 여당은 친 의사, 반 약사 성향의 정치행보를 하는 것으로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실제로 새 정부는 이를 반영하듯 약사들이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일반약 슈퍼판매와 의료계가 원하는 의료의 산업화 밑그림을 동시에 그려 이미 발표했다. 아주 공개적으로 강하게 추진할 의지를 함께 드러냈다. 약사들에게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아닌가. 그럼에도 약사들이 한나라당에 대거 공천신청 한 것을 전체 약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 신청자 개개인은 이구동성 한나라당 고위인사 또는 당의 키맨 등을 거론하면서 ‘막역한 무엇인가’를 내세우기에 더 그렇다. 입장을 바꿔 공천 신청자 전부가 하나같이 이런 막역한 모종의 유대가 있다면 한나라당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강력한 명분을 쥔다.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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