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15:52:40 기준
  • 임상
  • #데일리팜
  • 급여
  • GC
  • 허가
  • 배송
  • 의약품
  • 제약
  • 유통

"일요일 아침, 난 세상밖으로 나선다"

  • 홍대업
  • 2008-04-24 06:34:26
  •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동훈 약사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동훈 약사.
“일요일 아침, 수동카메라 한 대를 들고 훌쩍 파인더속 세계를 찾아 나서곤 하죠.”

인천 서구에서 다나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훈 약사(53·중앙대)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이 좋아 시작한 ‘나홀로 취미’인 탓이다.

이 약사가 출사를 나가는 곳은 주로 식물원, 강가, 포구 등이다. 그곳에서 달팽이, 꽃, 강, 사람 등 사라져가는 것들과 잊혀져가는 것들을 촬영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몇 년 전, 외포리에서 만난 할머니. 담배 한 모금에 고단한 순간을 날려 보낸다. 얼굴에 새겨진 삶의 이랑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경북 안동의 한 초가집 앞마당에 걸려 있는 흰 와이셔츠도 그렇다. 타향에서 돌아온 아들남이의 것을 곱게 빨아 널어둔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이 약사에겐 모두 소중한 피사체들이다.

“전 세상의 편린을 기록하죠. 사소하고 조그맣고 잊혀져버리면 다시는 못 찾을 것 같은 것들이요.”

이 약사가 ‘작가’라는 직함이 부끄럽다고 하지만, 어쩌면 지나친 겸손이다. 사실 사진 공모전 은상수상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술은 우스갯소리지만 야미(?)로 배웠다. 90년대초 안양에서 약국을 운영할 때, 바로 옆 사진관 주인에게 사사를 받은 것.

이동훈 약사의 작품들. 위로부터 '외포리', '고향집', '빛을 향하여'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노출과 구도, 포커스 등에 대해 품평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 여행시 개선문 지하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우연히 ‘안양시 사진가협회 공모전’에 출품했다.

작품 이름은 ‘빛을 향하여’. 그것으로 은상을 수상했고, 자천타천으로 ‘아마추어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그는 한 번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그 흔한 아카데미를 다닌 적도 없다.

주변의 사소한 것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고, 어느 틈엔가 그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을 뿐이다.

“처음 카메라속 파인더를 보았을 때 정말 기가 막혔죠. 평소에는 몰랐거나 잊고 지내던 세계와 조우하게 된 것이죠.”

그는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처음 70만짜리 카메라가 그랬고, 지금 50만원짜리 중고카메라도 그렇다.

필름카메라에선 디지털 카메라와는 달리 사람 냄새가 난다.

직접 필름을 갈아 끼우고 한 컷 한 컷에 애착을 갖고 세상의 또 다른 ‘세상밖과 세상속의 세계’를 촬영하는 기쁨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이 약사는 사진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발을 담그지 못하는 동료 약사들에게 전했다. 시간이 없다면 주변의 이웃과 꽃과 화분과 가족들을 먼저 찍어보라고. 그러면 새로운 세상과 접속하게 될 것이라고.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