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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무면허자 백태 충격이다

  • 데일리팜
  • 2008-05-13 06:45:31

약국의 #무면허자 약 판매 및 조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실태가 낱낱이 폭로된 것은 국민뿐만 아니라 같은 약사 간에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MBC ‘#불만제로’에서 방영된 무면허자들의 불법 백태는 타이틀 그대로 ‘약국의 두 얼굴’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방송을 지켜 본 국민들은 하나같이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보다 정작 더 크게 격분하는 약사들이 많다. 일부는 비통해 하기까지 한다.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약사들의 항변이 적지 않다.

방송을 보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면허자들의 약 판매와 조제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숱하게 논란이 돼 온 무면허 백태들이 고스란히 국민들의 시야에 잡힌 것이다. 약사들조차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또한 그 책임이 무면허자 보다는 이들을 고용한 약사에 초점이 맞춰져 약사들은 못내 두근거리는 심정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20곳의 점검대상 약국중 무려 16곳이 무면허자를 고용한 약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으니 화살이 약사들에게 날아드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물론 약국을 운영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불법을 행할 여지가 없지 않다. 선량한 약사라고 해도 불법의 유혹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는데서 대다수 약사들이 국민들 보다 더 분개한다. 이른바 안면몰수 식의 고의성이 너무 짙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를 처방전 없이 판매한데서 나아가 해당약국의 무면허자는 아프면 게보린을 복용하면 된다는 식의 복약지도를 했다. 모두들 말문이 막혔다. 또 어린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해 하루 100~300명의 조제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지만 어린이 시럽의 경우는 1주일이 안된 아르바이트생이 전담하는 장면에서는 차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제는 약사가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생명처럼 지켜야 할 직능이다. 이를 넘겨주는 것은 약사직능을 포기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아르바이트생의 불법조제를 감추기 위한 또 다른 행위는 약국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약사와 아르바이트생의 은밀한 수신호 주고받기나 조제실 밖 출입금지에다가 환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별도의 뒷문 통로등은 흡사 불법 유흥업소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또 4~5년 열심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조제 아르바이트의 말은 참 가관이다. 한약에 흑설탕을 통째로 넣으면서 ‘이걸 넣어야 맛이 나지’하는 장면도 놀라웠다. 정상한약의 6배에 달하는 자당 성분으로 당뇨병 환자에게는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데도 무면허자들은 태연했다. 이들은 양력 생년월일로 어린아이의 평생체질을 단정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약국의 기능에서 상업적 측면을 온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건적 기능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상업적 측면만 있는 약국을 어찌 요양기관 지정약국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약국은 영리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나 상점의 반열에 있지 않다. 약국은 그 이름 하나로 신뢰성을 담보하는 공공적 측면이 매우 강한 곳이다. 따라서 약국의 무면허자 행위는 식품을 속여 파는 것 보다 심각성이 더한 행위다.

방송에 거론된 약국은 물론 일부의 문제다. 불법행위가 노골적이고 심한 곳에 한정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무면허자가 약사행세를 하면서 활개치고 약사가 이런 무면허자를 고용해 이윤추구에만 몰두하게 한 배경에는 약사사회 내부의 관행적 병폐가 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약사사회 내에서 무면허자의 약 판매 및 조제는 정도의 문제이지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쉽게 간과하고 넘겨온 내부의 치부들이 겉으로 중증을 앓는 병으로 커져 치유를 못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자성을 해야 한다. 거창한 구호 보다는 작은 실천이 그래서 중요하다.

제도적으로 보면 약사보조원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약사직능이 약사보조원으로 인해 위협을 받는 것 보다 무자격자로 인해 받는 위협이 직접적이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서 보듯 무자격자의 행위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약사보조원은 고용직 약사들에게 위협이 되고 약사직능과의 분명한 한계설정이 애매한 면이 있지만 약사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국의 모든 약국에서 조제와 복약지도는 반드시 약사 자신이 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반추해 약국과 약사의 신뢰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자정운동과 제도적 대안마련에 모든 약사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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