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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공급가 1원까지 추락…도매 공멸 자초

  • 이현주
  • 2008-06-23 07:10:46
  • 입찰도매, 과당경쟁 심화…제약사 덩달아 수렁속으로

국공립병원 입찰에서 의약품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보훈병원)은 그룹입찰 뿐 아니라 품목별 최저가 낙찰제를 여전히 유지해, 저가낙찰 논란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올해 역시 이 병원 입찰에서는 1원짜리 사상 초유의 낙찰가격이 등장하면서 입찰시장에서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입찰에서 보훈병원에 첫 입성한 다나의약이 최저기준가 30원인 돔페리돈제제를 1원(작년 2원)에 낙찰시킨 것이다. 또 219원인 심바스타틴제제(작년 12원)와 194원인 글리메피리제제(작년 8원)는 2원에, 493원짜리 가바펜틴제제(작년 24원)는 4원에 낙찰시켰었다.

다나의약은 결국 의약품 납품 포기를 결정했고, 보훈병원은 이 품목들을 대상으로 추가입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품목은 다나의약의 낙찰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낙찰되는 등 저가 덤핑낙찰은 추가입찰에서도 그대로 재연됐다.

백제에치칼이 최저기준가가 597원인 라미프릴이 5원에, 개성약품이 219원인 심바스타틴을 3원에, 493원인 가바펜틴을 8원에, 돔페리돈을 2원에 낙찰시켰다.

태경메디칼은 102원인 염산라니티딘을 5원, 63원인 레바미피드를 5원에 가져갔다.

과당 경쟁, 그룹별입찰 선호 등 저가낙찰 원인

이 같은 입찰시장의 문란은 비단 보훈병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연간 소요약이 2000억원을 상회하는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 포함)을 비롯해 일산병원(입찰 규모 200억원), 산재의료관리원(산하 9개병원·350억원), 경찰병원(60억원) 등도 저가낙찰 논란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서울대병원의 입찰에서는 낙찰가와 관련 경합품목의 경우 최고 20~30%, 단독품목은 10% 이내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경찰병원은 2005년 입찰에서 단독품목이 기준가 대비 15%까지 하락했으며 경합품목인 글리메피리드제제 역시 23%에 낙찰된 바 있다.

도매업계는 저가낙찰의 원인으로 업체간 과당 경쟁, 병원의 입찰제도 변경 등을 꼽고 있다.

'공개경쟁 입찰의 경우 실거래가 사후관리제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만들어 진뒤, 업체간의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병원측이 최저가 낙찰을 방침을 내세우다보니 결국 1원짜리 낙찰가격도 등장했다.

여기에 실거래가상환제 실시 후 병원에서 품목입찰보다는 수익성을 위해 그룹별입찰을 선호하게 됐으며, 투명성 확보차원의 전자입찰을 도입한 것 또한 과당 경쟁의 이유로 분석된다.

또한 같은 성분의 약을 수십여곳의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현재의 약업계 시스템 역시 도매의 저가낙찰을 부추긴다.

도매업체 한 임원은 "하나의 성분에 대해 2개 이상 제약회사들간의 경합을 붙여놓으면 도매입장에서는 과감하게 투찰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품목이 아닌 그룹별 입찰이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이 적절히 믹스돼 있다"고 밝혔다.

'입찰 후 입찰' 신조어 등장

이 같은 저가낙찰, 덤핑낙찰은 도매업계의 공멸은 물론 제약업계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약업계에서는 병원 입찰이 끝난 후 해당 의약품을 낙찰한 도매가 제약회사들을 대상으로 또 한 번 입찰을 실시하는 '입찰 후 입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제약회사가 직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매업체들이 입찰을 통해 제품을 낙찰한 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제약사와 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제약회사 한 임원은 "최저가 낙찰을 원칙으로 하는 현재의 입찰제도가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입찰의 모든 권한을 도매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 덤핑낙찰을 야기한다"며 "제약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임원은 이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할 경우 실거래가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오히려 악용되고 있다"며 "자승자박이지만 제약사측에서 이 법안을 폐지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도매업체들이 이 같이 과감하게 투찰할 수 있는 이유에는 저가낙찰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을 공급해주는 제약회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도매업체 사장은 "저가낙찰을 해도 가격을 맞춰주고 마진까지 챙겨주는 제약사가 있다"며 "회사 매출 상승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년 국공립병원 입찰 시장은 제살 깎이식의 경쟁으로 치열하고 혼탁해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손해나는 영업을 원치 않는다"면서 "저가낙찰이 계속될 경우 도매는 물론 제약업계 역시 공멸할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입찰질서 확립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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