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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사형집행 꼭 해야하나

  • 데일리팜
  • 2008-09-29 06:40:07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라는 지상과제 앞에서는 눈조차 제대로 치켜뜰 수 없는 살벌한 상황이 제약계를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게 옥죄고 있다. 건보재정은 무소불위의 칼날이자 전가의 보도가 돼 버렸다. 재정절감이 인정사정없고 무자비한 약제비 가지치기로 등식이 굳어졌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내지는 거대 '#제네릭 다국적사'들이 한국 문을 적극 노크하고 있는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이스라엘과 인도다. 우선 이스라엘의 테바(TEVA)사는 작년 매출만 약 1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제약계의 매출과 맞먹는 규모이니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는 ‘작은 공룡’으로 비유된다.

하지만 테바사를 경계하는 진짜 이유는 제네릭으로 전 세계 시장을 마구 누비고 다니는 업체 중 최강자급에 있다는데 있다. 제네릭으로는 거대 공룡이다. 그 선봉에는 단순 복제약이 아닌 퍼스트 제네릭이나 슈퍼 제네릭 내지는 소위 개량신약급들이 강력하게 포진해 있다. 자국시장 내수비중이 얼마 안 되는 것이 무차별적인 해외시장 공략 전략을 여실히 웅변해 준다. 2006년 기준으로 테바사의 매출 8조5천억원중 84.5%가 해외부문이다. 테바사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절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한 대목이다. 이 업체 특유의 전략인 M&A를 하는 식으로 진출한다면 개별 제약사별로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국가적으로도 국산 제네릭 시장을 수성하는데 한계에 부닥친다.

테바사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할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호시탐탐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내 제약계가 건보재정 칼날에 무참히 쓰러진 후 이삭줍기를 하면서 진입하는 방식이다. 대략 정부가 외자제약 오리지널만으로는 건보재정 곳간을 지킬 수 없을 때와 일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테바사는 이미 턱밑까지 왔다. 일본의 제약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와 국내 상륙이 얼마 남지 않았다. 테바사는 앞서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제약협회, 도매협회, 건보공단, 제약사, 법무법인 등을 둘러보면서 제약산업 현황, 약가제도, 한·미 FTA 협상 내용 등을 꼼꼼히 파악하면서 탐색전을 끝내기도 한 와중이다.

그런데 인도 제네릭사들이 제네릭 시장에 가세하는 것이 실제 더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인도 최대의 제네릭 회사인 란박시는 작년 매출이 1조4천억원에 달해 국내 1위 회사와는 두 배의 격차를 보인다. 그것도 84%가 해외시장에서 얻은 성과다. 란박시는 지난해부터 국내 중견제약사들을 M&A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여왔다. 테바사에 이어 란박시까지 국내에 상륙한다면 국내 제네릭 시장은 사실상 이리저리 물어뜯기는 형세가 된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인도 2~3위 제약사들까지 국내진출 의욕을 보인지 오래다. 2위인 시플라만해도 외형이 역시 1조원에 달하고, 이미 시플라코리아를 설립해 선발 깃대를 꽂았다. 3위인 닥터레디 또한 국내 제약사 M&A를 타진중이다. 이들 인도 3대 제약사들의 제약기술이나 마케팅 등은 우리를 능가하는 글로벌 수준이라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국내 제약산업은 그렇지 않아도 한·미 FTA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에 앞서 앞마당 쓸어주기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것인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선별등재 솎아내기는 명분과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불분명한 잣대로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차별적이다. 전 세계 제네릭사들을 반기기 위한 만찬으로 비유되기까지 한다. 한국시장을 독식할 호기를 제네릭 공룡들이 가만 둘리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인도가 제네릭 부문에서 전 세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을 우리는 반드시 참고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테바사의 경우는 주로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면서 전 세계 50개국 시장에서 글로벌 네크웍을 구축하는 성공을 거뒀다. 국내 제약사들도 자력진출이 어려운 환경을 감안해 테바사의 전략적 교두보 진출방식을 참고해야 한다. 아울러 인도의 경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단연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R&D 투자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공제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는 그 공제액을 200%로 확대해줄 예정이라고 한다. 제약산업은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정부지원이 핵심임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패닉상태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제약산업 옥죄기 정책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자유주의와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완결판인 것처럼 보였던 신자유주의마저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은 국내 제약산업이 FTA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진리의 한 웅변이라고 보고 싶다. 차세대 신성장과 씨드모니 산업은 미래의 생존보루이고,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강자논리에 희생된다면 시한부를 자처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건보재정을 단순히 적게 쓰고 많이 쓰고 하는 ‘현금출납’ 관리수준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하고 만다. 정부는 작금의 건보재정 관리가 쌈지주머니 관리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라. 주지하다시피 건보재정은 크게 보면 국부의 그늘 안에 있다. 국부를 지속적으로 축내고자 하면서 건보재정을 아끼는 것이 절약이라고 한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온갖 형태로 국산 제네릭을 위기로 몰아가는 사형집행과도 같은 정책들을 재고하기 위한 속도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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