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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조제 싫어 한약초제 매진"

  • 홍대업
  • 2008-09-30 12:23:30
  • 진원약국, 매출 90%가 한약·일반약…"구전 통해 단골확보"

진원약국의 외부 전경과 환자를 맞고 있는 최종옥 약사.
29일 오후 데일리팜 기자가 찾은 곳은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진원약국. 대로변에서도 한참을 골목으로 들어가야 이 약국을 만날 수 있다.

약국 안에는 60, 70대 할머니들이 기다란 나무의자에 촘촘히 엉덩이를 붙이고 약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시골 어느 간이역의 대합실 풍경 같다고나 할까.

"약국은 사랑방"…60-70대 노인 '북적'

“맞아요. 우리 약국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죠. 이 분들은 약국의 단골고객인 동시에 살을 맞대고 살아온 이웃이에요.”

주변엔 의료기관은 한 곳도 없다. 진원약국의 최종옥 약사(55·성균관약대)가 지난 '83년 이 곳에 자리를 틀 때부터 그랬다.

이런 탓에 하루 종일 조제하는 처방전은 네댓 건 정도에 그친다. 대부분 장기처방인데다 소위 ‘전국구’ 처방이라 수입보다는 재고약 때문에 손해가 더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 약사가 택했던 것이 한약초제였다. 25년간 한 자리에서 뿌리를 박고 약국을 운영해올 수 있었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최 약사는 말했다.

약국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냉정하게(?) 경영측면에서 보면 한약초제와 무관치 않다.

“한약은 입소문을 통해 다른 고객을 물어다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처음 한약을 복용한 노인들이 다른 이에게 소개를 하거나 아들이나 며느리, 손자까지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죠.”

진원약국의 매출에서 한약초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이상. 가격은 최저 12만원에서 최고 35만원까지 다양하다.

진원약국의 최종옥 약사.
지역적 특성 살려 한약초제에 역점…구전 통해 단골도 확보

처음엔 약국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건식도 시도해봤다. 하지만, 건식은 단가가 비싼 편인데다 고객들이 “건식보다는 한약을 먹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여 초제에만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약사가 처음부터 한약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처방전 기근에 시달리는데다 ‘기계적인 조제’를 하기 싫어 10여전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이 한약이었다.

사람의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체력 및 면역력 저하 때문이다. 이를 보(補)할 수 있는 것이 한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와 단골환자가 많다는 점도 한약이 효자역을 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자의 약력이나 건강상태 등을 줄줄이 꿰고 있는 만큼 많은 상담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단박에 환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처방이 거의 없지만 한약 한제가 처방전 30건 정도에 해당된다고 하면, 약국경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최 약사의 전언이다.

PM 경력, 매약에도 도움…"전제는 약사·환자간 신뢰"

진원약국이 동네약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일반약이다. 매출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노량진수산시장과 가깝고, 그 곳에서 생업을 잇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탓에 혈액순환제나 몸살감기약, 신경통약, 소화제 등의 매출이 크다.

최 약사가 양약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졸업 직후 외국계 제약사에서 6년간 마케팅과 학술분야에서 근무한 때문이기도 하다.

제약사 근무 당시 병태생리 분야를 공부했던 것이 약국가 현장에서 환자를 응대할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고, 환자에겐 신뢰감으로 다가갔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돈이 되는 고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웃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 약사는 강조했다.

“이 지역은 독거노인나 고령의 노부부가 많습니다. 매일처럼 약국을 사랑방 삼아 들르던 분들이 보이지 않으면 내심 걱정이 되곤 하죠.”

노인들은 진원약국에서 인터넷 뱅킹에다 ARS와 관련된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인터뷰 진행도중에도 어느 할머니는 손주의 돌떡을 놓고 가고, 또 다른 할머니는 최 약사에게 5000원을 빌려간다.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약 초제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약사와 환자간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죠.”

-독자제보- 데일리팜 특별기획 '나는 이렇게 약국을 경영한다'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주변에 소개하고 싶거나, 추천하고 싶은 약국이 있으면 제보해 주십시오.

*데일리팜 편집부(02-3473-0833 /hdu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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