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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연동제 쓰나미 또 온다

  • 데일리팜
  • 2008-10-09 06:45:49

반시장주의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정부의 고집대로 가는 것을 보면 제약과 바이오산업은 과연 희망이 있는가를 의심하게 된다.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제약이라는 미래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도완화라고 내놓은 선물이라는 것이 그래서 참 민망스럽다. 그 보따리가 허름한 것을 떠나 옹색하기 그지없기에 차라리 정부의 억척스러움이라고 봐주어야 할까. 물론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약가 절감정책의 바이블인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골자에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했기에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온갖 악재로 허우적대는 제약업계에 내놓은 보따리 치고는 참 허접하다.

연간 청구금액 3억원 이하인 품목을 사용량-가격 연동제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제약사들에게 혜택이 있어 보이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 품목수로만 보면 전체의 71.3%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구금액 비율로는 고작 8.8%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보면 건보재정에 별 절감 효과가 없으니 제외해도 무방하다는 의중으로 밖에 해석이 되질 않는다. 제약계에 주는 혜택이 아니라 행정편의를 위한 정책임을 누구나 보면 아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제약계에 의견조회를 하는 모양새가 어울리지 않는다.

또 동일성분 약제의 산술 평균가 보다 상한금액이 낮은 약제를 제외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들이댄 이유는 저가약의 상한가 인하가 저가약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가약의 사용 권장을 초래하는데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품목수가 아닌 청구금액으로 보면 미미한 시장이기에 정부의 진짜 목적은 보험재정 절감에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부의 전방위적인 약제비 절감정책의 칼끝이 결과적으로 국산 제네릭으로 향한 것이 공지의 사실임을 감안하면 저가약의 시장 경쟁력 약화를 운운하는 것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저가약 시장을 그렇게 우려한다면 국내 제약산업을 ‘다단계 시한부 생명’으로 만드는 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아예 걷어 치워야 한다.

나아가 생산차질이 우려되는 저가약을 예외로 하는 방안은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생산차질이 우려될 만큼 가격이 낮은 의약품들이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해당돼 약가를 인하당할 만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예상이 과연 정상인가. 그런 점에서 보면 퇴장방지의약품을 예외로 한 것은 코미디 같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필수의약품임에도 공급차질이 우려돼 생산원가를 보전해 주는 품목이다. 제약사들이 어쩔 수 없이 생산하는 ‘기피품목’이라는 것이다. 이들 품목의 사용량 역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환자들이 많이 증가했다고 해도 낮은 약값에 때문에 생산량이 많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이상 깎을 수도 깎아서도 안 되는 약을 인하대상 예외로 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허접한 생색내기다.

본질적으로는 제도 자체가 무리수가 많다. 지난 3월 14일 입법·예고된 ‘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령안’에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따른 약가조정 방법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는 취지가 적시돼 있다. 그 세부내용은 제9조(직권에 의한 결정 및 조정) 제4항1호에 있는데, 종전과 달라진 것 중 핵심은 약가협상 품목 부분이다. 가목을 보면 ‘협상을 거쳐 등재된 약제는 그 사용량이 예상 사용량 보다 30%이상 증가한 경우 조정하고, 2차연도 부터는 직전연도 보험급여 청구량과 비교하여 60%이상 증가한 경우 조정’이라는 내용이 있다. 정작 약가인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쏙 빠졌다. 그 생략의 의미가 30% 내지 60% 성장할 때마다 매년 약가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제약사들은 성장을 하면 할수록 불확실성의 수익성에 더 불안해야 한다. 자칫 성장품목일수록 마진은 작은 상황이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렴하고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과감한 투자로 개발할 의욕이 나겠는가.

제네릭 품목이나 단독등재 품목에 대한 조항도 어정쩡하다. 나목에서는 ‘보험등재후 4차연도부터 매 1년마다의 보험급여 청구량이 전년도 보험급여 청구량보다 60% 이상 증가한 경우 조정’이라는 내용이 있다. 등재후 4년까지는 통상적으로 제품이 정착하는 시기다. 그런데 직전연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3년까지의 보험청구량은 결국 기준이 아니다. 이는 제대로 성장하기 시작하려 할 시기에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와 무엇이 다른가. 4년차 이후의 직전년도 보험급여 청구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그렇다. 청구실적이 줄어든 해가 있다면 다음해는 성장 폭이 대폭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일률 적용하면 합리적이지 못하다. 최소한 최근 몇 년간의 산술평균으로 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개별조항의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사용량-약가 연동제라는 것이 시장주의를 인정하면서도 반시장주의 메커니즘을 접목했기에 앞뒤가 안 맞는 제도라고 본다. 인하기준을 ‘예상사용량’으로 한 것은 기업의 시장 활동을 인정한 것이지만 이를 기준으로 약가를 인하시키는 것은 반대로 기업의 활동반경을 한정해 놓는 모순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좋은 의약품이라고 해도 일정 시장 이상으로 커지면 마진은 국가가 회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제약산업은 결코 미래지향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은 조치다. 지난 5월13일 입법·예고가 끝나고 법제처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진 ‘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령안’중 사용량-약가 연동제 부분은 그래서 전면 삭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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