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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일곱, 늦깎이 약사 꿈 이뤘어요"

  • 김정주
  • 2009-03-02 06:46:53
  • 약사직능 첫 발 김영민 씨

대학생들이 졸업과 함께 사회 첫 발을 내딛는 3월, 최근 뒤늦게 입학한 약대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약사의 길을 걷게 된 김영민 약사(중앙약대·37)는 요즘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신이 난다.

김영민 약사의 졸업이 의미있는 이유는 그녀의 특이한 이력에 있다.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를 1996년에 졸업하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 고속승진으로 성실함을 인정받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퇴사, 약대를 나와 올해부터 본격적인 약사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원래는 대학 전공을 살려 삼성전기에서 7년10개월 간 근무했어요. 당시 일본의 독주체제였던 시장에 뛰어들어 낮이고 밤이고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가 발전해가는 것에 보람을 가지면서 일했죠. 덕분에 동기들보다 진급도 빨랐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신을 하면서 고된 일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김 약사는 퇴사를 하면서 약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기업이 다들 그렇듯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 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길어야 15년일까요? 아기 때문이라도 회사 다니는 것보다 전문직에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직장인이라 입시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한의나나 치대 쪽 지원도 생각했다던 김 약사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약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단다.

“아이를 낳은 다음해인 2005년에 중대약대에 합격했어요. 사실 약사에 대해 잘 모르고 약대에 온 셈이죠. 하지만 4년 간 공부하면서 ‘약대에 오길 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임신 상태였고 주부였던 김 약사가 입시준비를 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출산 후부터 수능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 6개월. 이 때 양가 부모님과 남편의 적극적 후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안정적인 전문직을 갖고 싶다는 제 바람을 부모님들께서 잘 들어주셨어요. 공부하라고 아기도 봐주시고요.”

특히 김 약사의 전폭적 후원자였던 시어머니는 경희대 약대 출신으로 김 약사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원서 쓸 때 시어머니께서 약대를 권하셨어요. 저희 시어머니도 약대 출신이시거든요. 어머니 말씀 듣길 잘했다 싶어요.”

주부이자 엄마였던 김 약사는 짧은 입시공부 기간만큼 대학생활도 만만치 않았을 터다. 특히나 약대 교과과정이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기 때문에 시간 또한 빠듯했지만 다행히 늦깎이 동기들이 많아 함께 공부하며 약사의 꿈을 함께 일궈나갔다.

“햇살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보는 자유로운 대학생활은 그저 그리워했던 대학생활의 모습이었죠. 그런데 약대공부는 그리 편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꽤 든든하게 의지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무사히 대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달 당당히 학교를 졸업한 김 약사의 뒤에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이 있다고 말한다.

김영민 약사가 늦깎이 약학공부를 할 수 있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 가족.
“남편은 서강대 시절 과동기예요. 그래서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제게는 너무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예요. 무얼 하든지 서로 격려해줍니다. 남편의 외조가 없었으면 약사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김 약사는 경기지역 한 약국에 취업, 지난 달 말부터 근무약사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

“나이는 조금 들었어도 새내기는 새내기인만큼 신선하고 풋풋하게, 그리고 부지런하게 배우고 일할 생각입니다.”

약사로서 새로운 문턱에 들어선 김 약사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약의 전문가’가 되고 싶단다.

“친절하고 환자 입장에 서서 동감해줄 수 있는 감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약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상담해줄 수 있는 약사,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좋은 약사’가 되기 위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김 약사는 자신이 원하는 약사상이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가 조금 늦게 시작해서 더 지긋해져야 괜찮은 약사가 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요즘 오래 사니까 10년, 20년, 30년까지 노력하다보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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