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05:18:49 기준
  • 규제
  • #데일리팜
  • AI
  • 인수
  • 약국 약사
  • #수가
  • 의약품
  • GC
  • 급여
  • #제품

"주경야번? 약국 끝나면 번역자로 변신"

  • 최은택
  • 2009-03-05 06:45:34
  • 리병도 약사(참좋은온누리약국)

‘주경야번’(晝耕夜飜)?

낮에는 약국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밤 시간이나 휴일에는 번역자로 변신하는 약사가 있다.

서울 삼성동에서 참좋은온누리약국을 경영중인 #리병도(47) 약사가 주인공.

리 약사는 ‘네티즌패트롤’에 적극 참여하는 데일리팜 열혈독자이자 네트즌리포터로 '데팜'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리 약사는 ‘권력의 병리학’을 의사출신인 김주연씨와 공동 번역해 지난달 26일 출간했다.

이 책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기획 번역시리즈 중 하나로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폴 파머’가 아이티, 페루, 러시아, 르완다, 멕시코 등지에서 의료봉사 협력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소재로 다뤘다.

“처음에는 5명이 공동 번역하기로 했는데, 개개인의 사정 때문에 김주연 선생과 둘이서 도맡게 됐습니다. 약국을 마치고 저녁시간과 휴일시간을 주로 이용해 약 3개월 동안 200페이지 분량을 번역했죠.”

리 약사는 번역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 때 학내 동아리인 ‘타임연구회’에 활동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본격적으로 번역에 들어가기 전에는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 책은 특히나 의사인 저자가 문화인류학을 전공해 불어와 스페인어, 영어가 뒤섞인 문장들도 많았다.

리 약사는 이럴 때면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며 퍼즐이나 그림조각을 맞추듯이 직역한 뒤, 다시 한국말의 어순에 맞춰 의역했다고 기억을 되새겼다.

“제목만 보면 딱딱해 보이지만 저자의 필력이 뛰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질병이 발병하는 원인이 개인의 위생 등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사회, 정치권력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생생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또 의약사나 보건의료계 학생들에게는 건강권이나 의료윤리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리 약사는 번역서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였다. 번역자로서 책을 재미있게 읽는 순서도 소개했다.

소설적 양식을 빌어 재미있게 기술된 1장의 ‘아세피 이야기’, ‘슈슈 이야기’, 3장 ‘치아파스의 교훈’, 4장 ‘러시아 교도소에서 재창궐하는 결핵’ 등을 먼저 읽은 뒤 나중에 인권과 건강권, 의료윤리 등을 다룬 장을 보는 순서로 읽으면 지루하지 않게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있다는 설명.

리 약사는 이 책말고도 동남아 지역에서 강제실시 등 의약품 접근권을 주요목표로 활동하는 제3세대 네트워크 ‘TWN’을 다룬 소책자도 이미 완역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와 여건이 주어지면 번역을 계속할 예정이다. 물론 전문 번역자로 나설 생각은 없다.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으로 단체가 지향하는 정책방안에 맞는 저서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이 목표다.

리 약사는 “인류의 건강권 문제나 해외 의료환경을 르포로 다룬 책들을 보면 의료분야의 국제협력과 활동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번역활동이 보건의료계에 던져줄 수 있는 많은 시사점들 중 하나다.

그는 또 “국제의료협력에는 대개 의사들이 많이 필요하고 역할더 더 클 것이라고 보기 일쑤"라면서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약사들이 할 일이 더 많다. 약사들이 이런 사업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권력의 병리학’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온전한 건강권 실현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대표 조홍준 교수)의 기획시리즈로 폴 파머가 저술한 것을 리병도, 김주연 의약사 두 명이 함께 옮겼다. 출판사는 후마니타스, 508쪽 분량에 가격은 권당 1만8000원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